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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페어웰, 마이 퀸 - [리뷰]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살다

효준선생 2013. 11. 28. 13:03

 

 

 

 

 

 

  한 줄 소감 : 아름다운 공간에서 산다고 정신줄 놓고 살아서야 쓰겠나

 

 

 

 

 

 

랑스의 루이 16세와 그의 아내 마리 앙뜨와네트를 가장 먼저 인지한 것은 만화로 본 베르사유의 장미에서였다. 그녀에 대한 이미지는 만화에 그려진 그대로 마치 소녀 같은 형상이었고 졸지에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 향락과 부패의 초절정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비운의 여주인공이라는 기억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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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페어월, 마이 퀸은 1789년 7월 14일부터 나흘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게 한정된 기간을 다루는 영화들은 대개 어떤 큰 사건을 앞두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을 세밀하게 담으려고 애를 쓰는데, 이 영화는 물론 그런 정치적 긴박함 말고도 한 여인이 지켜본 최고지존인 왕비의 이중적 태도와 사랑이야기를 담아낸다.

 

 

 


권력은 잡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어렵다고 하며 대해에 떠 있는 일엽편주와도 같다는 표현을 쓴다. 민중은 평소에 고요할 정도로 말이 없지만 한번 들고 일어나면 그까짓 배 하나쯤이야 쉽게 전복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절대군주 시절, 왕과 철없는 왕비에게 시대의 요구가 들릴 리 만무했다.

 

 

 


영화 속 마리 왕비의 모습은 세태를 전혀 알지 못하는 자기만의 세상에 빠진 된장녀 정도로 나온다. 화려하게 치장된 왕궁에서 시종들을 부려가며 자수니, 옷입기니, 심지어 책을 대신 읽어주는 사람까지 고용한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사람, 책을 읽어주는 여인의 눈을 통해 서사를 한다.

 

 

 


그런데 언급되는 책들 자체가 심도가 낮은, 비교적 흥미위주의 책들이다. 너무 어려워도 안 되고, 너무 조잡해도 안 된다. 일종의 그녀의 캐릭터가 균일하지 않고 변덕스럽다는 예로 나오는데, 그녀의 사랑방식도 이 영화를 좌지우지하는 큰 요소다. 아내에게 남편의 사랑은 절대적이지만 지금과는 다르다. 루이 16세에게 오로지 한 여자만 있을리도 없었을 테고, 혼자 지내는 무료한 시간, 그녀는 동성애를 선택한다. 영화에선 크게 자극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가브리엘 폴리냑 부인과의 사이가 엿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 포스터를 잘보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책을 읽어주는 여자 레아 세이두가 아니었다. 바로 폴리냑 부인이었다. 일종의 힌트라 할 수 있을텐데,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왕비의 수발을 드는 시도니는 그저 그런 서민출신이다. 하지만 왕비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영예롭게 생각했고, 초반에 모기에 물린 상처를 치료해주는 것에 상당한 감정을 갖는 것으로 처리되는데 이 부분 때문에 혹시라도 왕비가 시도니에게 정을 느끼는 것일까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왕궁 밖에선 성난 민심이 기다리고 왕궁 안에선 여전히 분수를 모르는 짓들이 벌어진다. 영화의 흐름은 후반부에 급속히 빨라진다. 왕과 왕비의 곁에서 빌붙어 먹었던 자들이 살생부에 올랐다는 이유로 하나둘씩 왕궁에서 도망가는 장면, 그리고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빼돌리기 위해 또 다른 희생양을 물색하는 비인간적인 양태가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라고 했다던 왕비의 철없는 소리가 전설처럼 내려오는 것과 맞물려 여전히 정신차리지 못한 한 여인의 말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폴리냑이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는 시도니,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챘을때는 이미 때가 늦은 것이다. 그녀가 입었던 과거의 옷들이 하나 둘 벗겨지며 그녀의 새하얀 나신이 고스란이 드러나는 장면은 위정자들이 처절한 자기 반성없이 그저 힘없고 나약한 희생양을 앞세워 면피만 하려는 증세와 닮아있다. 아마 레아 세이두는 여배우로서는 차마 하기 힘든 전라의 연기를 선보인 것도 맥락상 뺄 수 없다는 연출자의 권유를 대승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닐까 싶었다.

 

 

 


영화는 책을 읽어 주는 여자의 뒷모습을 끝으로 막을 내리지만 마리는 무능했던 남편과 함께 반혁명의 대오에 편승하며 연명하며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다 결국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 영화는 비록 한 여인의 사치와 어리석은 판단이 가져올 파장을 불편한 애정전선에 비유하며 표현하고 있지만 권력 무상과 더불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지금은 결코 패션쇼를 할 때가 아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페어웰, 마이 퀸 (2013)

Farewell My Queen 
9
감독
브느와 자코
출연
다이앤 크루거, 레아 세이두, 비르지니 로도엥, 자비에 보부아, 노에미 르보스키
정보
시대극 | 프랑스, 스페인 | 99 분 | 201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