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 역사를 놓으면 치욕은 다시 시작된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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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이 전범기를 앞세우며 중국 본토를 본격적으로 유린하기 시작한 30년대 중반, 여전히 중국인들은 이렇게 큰 나라를 작은 섬나라 일본이 병탄할 수 있을 것인지 의아해했다. 하지만 전쟁은 국토의 크기로 승부가 결정되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땐 이미 너무 많은 민간인의 희생이 뒤따른 후였다. 중국 7대 古都라는 남경(영화 제목 진링(金陵)이 南京의 옛 지명)에 진군한 일본군들에겐 중국인들은 군과 민을 구별하지 않고 살육의 미친광기를 보였다. 사형수의 목을 쳐야 하는 망나니처럼. 실로 엄청난 인명이 살상된 그곳에서의 사건을 남경대학살(南京大虐殺), 혹은 남경대도살(南京大屠殺)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전후 일본은 이 사건의 가해자이면서도 실상을 축소하기에 급급했고,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영화 진링의 13소녀를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다. 나찌독일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 영화를 볼때와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피부색도 생김새도 이 땅의 민초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던 우리의 아픈 과거사와 자꾸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일본군이 종교시설이 성당까지 쳐들어와 어린 여자아이들을 강간하려 들고 도망치다 추락사 하는 장면에선 차라리 짧은 신음소리를 내는 편이 맞았다.
이 영화는 1937년 중국 남경에서 벌어진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 사건의 일부분을 극화한 영화로 중국에서 개봉했을 때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영화였다. 이미 70년이나 더 된 역사적 사건을 그린 이 영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감정은 똑같은 피해를 입은 우리가 친일과의 지루한 논쟁을 하고 있는 사이, 여전히 강력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영화는 한 미국인 장의사의 눈을 통해 바라본 그날의 끔찍한 장면들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13명의 소녀들(영화 시작 때는 몇 명이 더 있었다)이 전쟁의 한 가운데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성거리고 그들을 구원해줄 사람이 다름 아닌 거리의 꽃이라 부르며 하류인생을 살던 화류계 여성이었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영화에선 성당 안에서 살기 위해 그녀들이 감정을 공유하고 수시로 들이닥치는 일본군에 맞서 겨우겨우 상황을 모면하는 과정이 스릴있게 펼쳐진다.
그저 돈 밖에 몰랐던 파란 눈의 외국인에게 비친 이들 중국 여성들이 보여준 끈끈한 자매애는 말 그대로 동양적 가치인 셈이다. 세상에 누가 혈연도 아닌 사람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겠는가. 세월과 환경이 그녀를 벼랑끝으로 내몰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한 앞 선 세대의 희생이라고 보는 게 맞다.
힘이 없는 나라는 언제든지 당할 수 밖에 없음은 역사에서 수없이 반증된다. 이미 흘러간 역사를 왜 배우냐고 묻는다면,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100년 전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열강들의 정복욕이 지금의 그것과 별로 달라 보이지도 않는다. 나라를 빼앗고 이 땅의 수많은 민초들을 괴롭힌 자들에게 책임있는 사과를 요구하는데 주저하는 이 나라 위정자들은 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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