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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바웃 타임 - [리뷰] 운명, 머뭇거리다간 놓친다

효준선생 2013. 11. 26. 07:08

 

 

 

 

 

   한 줄 소감 : 이 얼마나 아이디어 충만한 로맨틱 코미디물인가. 게다가 가족애까지...

 

 

 

 

 

특한 소재의 타임슬립 영화 한 편이 나왔다. 영화 어바웃 타임이다. 이 영화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아주 당연한 물리적 법칙을 뒤흔들어 놓으며 과거로의 이동을 통해 스스로가 가장 행복한 시절을 만들어 볼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다.

 

 

 


우리는 시간은 앞으로 향할 뿐이며 결코 뒷걸음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단 한번도 그 역행의 가능성을 의심해보거나 혹은 기계적인 도움을 통해 뛰어 넘고자 하지는 않았다. 애초 불가능하다는 걸 몸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흔한 기계장치 하나 없이 그저 혼자만의 공간에서 주먹을 꽉 쥐면 자신이 원하는 일정 시점으로 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초능력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꾸며 놓았다.

 

 

 


재미있는 건 영국 어느 가문의 남자들에게만 통하는 능력이라고 하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그 진위 여부를 캐는 건 의미가 없다. 이 영화는 시간이동의 과학적 근거를 찾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운명과 행복이라는 명제를 시간이동의 기막힌 능력을 통해 자유자재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걸 보여주려고 한다.

 

 

 


만약 상대방의 마음을 알았다면 조금 더 이른 시간에 고백이라도 할 걸 후회해 본 적이 있다면 이런 능력은 유용할지 모른다. 또 어떤 선택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도로 과거로 돌아가 그 선택을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 결과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대로 흘러갈 뿐이다.

 

 

 


모태 솔로인 남자, 아버지로부터 초능력을 구사할 수 있음을 전해듣고는 바로 실행에 옮긴다. 그의 목표는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 만들기, 우여곡절 끝에 연애에 성공하고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지만 그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건 더 있다. 초보 변호사로서의 그, 늘 어린애 같은 여동생, 언제나 자신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 같았던 아버지, 그리고 가족들. 그들 역시 하나의 개체이므로 자신들의 선택대로 일생을 살 것이며 그들의 불우함을 자신의 시간이동 능력을 통해 바꿔보려는 주인공의 번잡스러움이 유머러스 하면서도 애틋하다.

 

 

 


뒤로 갈수록 그의 과거 행은 빈번해진다. 그 만큼 고치고 싶은 현실이 많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미래로 가지는 못한다는 원칙도 조금씩 변주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냥 어리기만 해 보였던 21세의 남자가 이런 과정을 통해 점차 어른이 되고 가장이 되는 과정을 통해 이 영화는 관객을 설득하고 있다. 운명이라는 건 결코 순간적인 선택의 단편적 결과가 아니다. 오랜 시간을 켜켜이 쌓아올린 시간의 축적물이다. 그러니 당신들의 시간은 얼마나 단단하게 쌓아올린 것이냐 라고.

 

 

 


자꾸 과거로 돌아가는 통에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 같아 보이지만 주인공과 달리 이야기의 열쇠를 쥐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이 조금씩 수척해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게 인생이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이 나중에 자신의 아이가 성인이 되는 날, 집안의 내력을 설명해 주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순간이 이 남자의 인생이라는 걸, 그런 시간이동 능력조차 갖지 못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겐 그저 부럽기만 하다.

 

 

 


영국 풍의 영화답다는 생각이 곳곳에서 들었다. 배우들의 넉살이 가득하고 틀에 박힌 촘촘함 대신 여유와 유머가 흐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다락방에 들어가 주먹을 쥐고 ‘과거로’를 외칠 지도 모르겠다. 만약 나에게 그런 능력이 생긴다면...어디로 가볼까, 아니 언제로 가볼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어바웃 타임 (2013)

About Time 
9.6
감독
리차드 커티스
출연
레이첼 맥아담스, 빌 나이, 돔놀 글리슨, 톰 홀랜더, 마고 로비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영국 | 123 분 | 201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