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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꽃잎, 춤 - [리뷰] 바람에 실려 사라지고 싶다

효준선생 2013. 11. 22. 11:42

 

 

 

 

 

 

   한 줄 소감 : 마음의 짐없이 사는 사람 어디 있겠나. 그녀들의 분투를... 

 

 

 

 

 

 

 

본사람들처럼 자기감정을 안으로 짊어지고 사는데 익숙한 민족이 또 있을까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쉽게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그들.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로 속상할테지만 이상스럽게도 그들은 혼자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영화 속 그들의 모습들이다.

 

 

 


영화 꽃잎, 춤은 수채화 같다. 커다란 화선지에 마치 먹물로 인물을 몇 집어넣고는 오로지 그들에게 맡겨버린 듯한, 정해진 대사보다는 그들이 막상 하고픈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배려만 해주는. 그래서 심심할 것 같으면서도 그들의 다음 대사나 행동이 무척 기다려졌다.

 

 

 


이 영화엔 4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초입부터 한 남자와 여자가 마치 이별을 암시하는 듯한 만남을 갖는다. 그리고 이내 옷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또 다른 여성의 모습을 담는다. 두 사람은 아주 우연하게 작은 지하철 역 플랫폼에서 마주치고, 가벼운 부상을 계기로 오랫동안 헤어졌다 다시 만난 친구처럼 이내 살갑게 구는 사이가 된다. 그들이 제일 먼저 같이 하려는 건, 세상을 하직하려고 했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이혼한 친구에게 아주 작고 허름한 차를 하나 빌리고 아예 그 친구까지 이번 여행에 동행한다.

 

 

 


그렇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로드무비인 셈이다. 하지만 여정 가운데 인위적인 사건 사고, 그리고 낯선 이와의 어색한 만남같은 건 없다. 오로지 원래 그랬던 것처럼 네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충실한다. 차를 타고 가면서 주고 받는 말들, 겨울 바닷가에서 마치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이야기들, 친구가 정말 가고싶었던, 바람 몹시 부는 어느 바닷가 방파제 같은 곳을 찾아다니며 그녀들은 마음 속에 담아 둔 속내의 절반 정도를 끄집어 낸다.

 

 

 


하지만 결코 전부는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라 하던 그녀들에겐 다들 한 가지 이상 아픔이 있다. 실연의, 실직의, 파경의... 쉬운 일들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도 겪지 않는 일도 아니다. 흔치 않지만 그렇다고 누구도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그걸 그녀들은 마음 속의 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사람이었다면 아마 술에 의지해 자신의 속내를 다 털어놓고나 엉엉 울며 매달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살을 시도했던 친구에게 조차, 왜 그런 짓을 한 건지 결코 추궁이나 힐난하지 않았다. 그럴만도 했겠다. 그리고 서로의 표정만을 살필 뿐이다.

 

 

 


이 영화는 배경이 예술이다. 스쳐 지나는 장면 하나 하나와 겨울 바다의 풍광이 소슬하면서도 처연하다. 아무말 없이 마치 마네킹처럼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듯한 애티튜드는 아름답기까지 했다.

 

 

 


4명의 여배우들의 한 미모하는 외모도 좋지만 특히 극을 이끌어 나가는 링커로서의 역할을 귀엽게 소화한 미야자키 아오이는 얼마 전 본 노란 코끼리의 새댁연기와 맞물려 예뻤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겨울 바다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백사장까지 눈으로 덮인 그곳이 과연 존재할까 그녀들의 통증이 이른 시간에 해소되었으면 좋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꽃잎, 춤 (2013)

Petal Dance 
7.8
감독
이시카와 히로시
출연
미야자키 아오이, 쿠츠나 시오리, 안도 사쿠라, 후키이시 카즈에, 카자마 슌스케
정보
드라마 | 일본 | 90 분 | 2013-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