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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필스 - [리뷰] 과거를 잊고 싶었던 타락천사

효준선생 2013. 11. 22. 07:09

 

 

 

 

 

   한 줄 소감 : 개인사와 뒤섞인 공공영역에서의 일탈은 수긍될까

 

 

 

 

 

 

래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딸이 세상에 전부이자 사는 목표였던 남자에게 그 두 사람의 소실은 한 남자를 무뢰배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는 경찰이다. 지금의 그에게 남은 건 뇌물 수수, 혹은 경사로의 승진이다. 왜 그가 목숨을 걸고 승진에 매달리는 지는 나중에 설명되지만 그걸 따내기 위해 그가 벌이는 위험천만한 과정은 바로 영화 필스의 주요 소재가 된다.

 

 

 


이 영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찌꺼기, 쓰레기라니, 물론 형사 로버트슨의 행동거지만 보면 그런 말이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니다. 술, 담배, 마약에 매춘까지 일선 경찰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의 일탈행위는 도를 넘었다. 거기에 동료 경찰까지 끌어들이며 벌이는 추문은 징계감이 틀림없어 보였다. 도대체 그에겐 무슨 이유가 버티고 있었던 걸까

 

 

 


영화 소재가 무척 강하다. 베드신도 일반적이지 않다. 그가 비디오로 틀어놓은 a급 포르노 영상을 그대로 현실에서 재현해보이기도 하고, 갖은 폭력장면에 그 잘난 제임스 맥어보이의 얼굴은 성할 날이 없다. 더불어 여성에 대한 비하적 발언은 수시로 등장하며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든다. 그런데 중간 중간, 몽환적으로 등장하는 그녀의 정체를 헤아려가며 그의 과거사에 연민을 두게 한다.

 

 

 


이 영화는 타락천사를 등장시킨다. 우연히 발생한 일본인 유학생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아니 자기가 하고 싶어서 안달을 내는 로버트슨이라는 괴팍한 경찰을 내세워 해체된 가족이 만들어 놓은 개인의 뒤틀린  감정들을 여과하지 않은 채 흘려보내고 있다. 굉장히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뒤로 마치 환각처럼 보이는 상대방의 기괴한 얼굴을 통해 그는 이미 정상 범위의 생활인의 모습을 하지 못한 채 산다.

 

 

 


그러면서도 그는 말끝마다 아내와 딸아이를 들먹인다. 주변사람들에게 모르는 일이다. 약기운 때문인지, 혹은 그도 지쳐가는 건지, 범인을 찾는다는 그에게 몰아닥친 건 삶의 의지 대신 허탈과 무기력이었다. 그리고 그 연유를 조금씩 덜어내며 그는 다시금 활력을 찾는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의 원작소설은 그 자체로서 영화화되기 무척이나 어려워 기획 단계에서부터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 그도 그럴법하겠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비단 보이는 장면 때문은 아니다. 가족의 아픔이 개인에게 투영되어가는 비극적 과정을 과연 어느 배우가 제대로 표현해낼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고 했다. 제임스 맥어보이의 선과 악이 뒤섞인 이중적인 눈빛과 스코틀랜드라는 지역이 주는 감각이 이 영화와 사뭇 잘 어울린단 느낌이다.

 

 

 


말 많던 그가 단 한번 경찰다운 행동을 했던 덕분에 그에겐 다시 한번 잘 살아야 겠다는 계기가 주어졌다는 건, 그래도 다행이다. 삶은 언제나 파괴적으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엔딩에서 그의 살짝 웃는 모습이 그래서 보기 좋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필스 (2013)

Fi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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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S. 베어드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제이미 벨, 이모젠 푸츠, 짐 브로드벤트, 에디 마산
정보
범죄, 스릴러 | 영국 | 97 분 | 201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