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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설, 영화와 만나다 - [리뷰] 글의 힘, 영상으로 옮겨지다

효준선생 2013. 11. 21. 12:30

 

 

 

 

 

   한 줄 소감 : 단편 소설이 갖는 상상력의 공백을 메우는 과제가 남는다.

 

 

 

 

 

 

주 국제영화제의 주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숏숏숏 그 7번째 이야기 소설, 영화와 만나다가 선을 보였다.  이번 공개된 세편의 단편들은 재기 넘치는 소설가 김영하의 단편소설을 영상으로 옮겨낸 것들이다.


세 작품은 각각 청춘, 미스테리, 로맨스라는 장르를 선택하고 있으며 원작소설과의 조금 다른 맛을 보여준다. 세 편의 영화는 주제만 놓고 봐서는 연관성은 크게 없다. 그렇지만 모두가 상상력의 극단에 놓여있으며 그것들이 소설에만 존재하던  글맛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통해 거칠게 혹은 모호하게 전개된다는 점에서 연관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우선 첫번째 영화 비상구는 감독 이상우의 이름만으로 영화를 보지 않고서도 그 파괴력을 예감할 수 있다. 영화 아버지는 개다. 엄마는 창녀다. 바비등의 영화를 통해 파괴적 묘사를 서슴지 않았던 그의 실력이 여지없이 드러난 작품이다.  세편의 영화 중에서 가장 강도 높은 선정성과 상상 이상으로 훑어나가는 카메라 앵글 때문에 시선처리가 힘들 정도로 강렬하다.

 

 

 


두 주인공 남녀의 비루한 삶과 그들을 들볶는 세상의 축을 극히 노여운 눈빛으로 처리하고 있다. 백수인 남자와 밤 업소에 나가는 여자 사이의 사랑이 무척이나 위태로워 보이지만 지금 현재 그들을 부축할 만 한 것은 없어 보인다. 비틀거리며 위태롭기만 한 그들의 일상에 외부로부터의 타격이 가해지자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그 아슬아슬하기만 그들의 삶이 균열직전이지만 그래도 남겨진 건 서로에 대한 불완전한 애정이라고 보였다. 

 

 

 


두 번째 이야기 The body 는 박진성, 박진석 두 형제 감독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흑백영화다.  원작소설인 마지막 손님을 각색한 이 영화는 여고생 더미(시체를 대신해서 만든 모형)을 둘러싸고 영화 현장과 미술감독의 작업실 사이에서 펼쳐지는  미묘한 긴장감이 극을 이끌고 간다.  극중에선 이 더미가 플라스틱이 아닌 여배우가 연기를 하고 있다. 분명 죽은 시체의 대역이지만 사람인지라 혹시나 하는 막연함이 든다.  예를 들어 연기를 하는데 갑자기 더미가 눈을 떴다면 얼마나 놀랄 일이겠는가 시체를 둘러싼 서늘한 분위기가 거짓을 사실처럼 인지하게 할 수도 있다는 심리다.

 

 

 


다른 배경인 미술감독의 작업실은 신혼부부가 머무는 공간이라는 설정인데 제 아무리 영화에 쓰일 소품이라고 해도 사람처럼 보이는 시체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게 마냥 기분 좋은 일은 아닐 듯싶다. 크리스마스 직전이라는 설정과 흑백의 미쟝센 그리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 절묘하게 어울리는 크리스마스 시즌 송의 조화가 이채롭다.

 

 

 


세 번 째 이야기 번개와 춤을(이진우 연출) 은 번개에 맞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기막힌 설정과 인연이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라는 만고의 진리를 보기 드문 케이스에다 넣고 조율하는 맛이 있다.


두 사람이 만났는데 두 사람이 모두 번개에 맞았던 경험이 있다면 얼마만큼의 확률이 있을까 번개에 맞았던 여자, 과거 사고의 트라우마로 인해 시계만 보면 소변이 마렵다는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따로 있었으며 그 남자의 케이스도 생각 밖의 일 때문이다. 다 큰 성인이 소변을 누며 인연을 찾는다는 설정이 실소를 불러일으키지만 인연이라면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이뤄질 수  있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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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의 영화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엮일 만한 인연은 아무래도 소설가 김영하의 작품이다. 원작소설을 채 보지 않았다면  글의 맛이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잘 알 수 없다. 작가가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흡족해 했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소설을 영화로 옮겼을 때의 뭔가 비는 듯한 허전함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남은 영상이 설득력을 갖도록 하는 건 오로지 연출자들의 몫이다. 오리지널시나리오가 아닌 단편소설이 영화가 되는 시도가 앞으로도 빈번해지고 보다 완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소설, 영화와 만나다 (2013)

9
감독
이상우, 박진성, 박진석, 이진우
출연
한주완, 유소현, 최덕문, 박혁권, 신동미
정보
| 한국 | 104 분 | 201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