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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열한시 - [리뷰] 내일은 오늘을 치열하게 산 흔적이다

효준선생 2013. 11. 21. 07:09

 

 

 

 

 

 

   한 줄 소감 : 내일 이 시간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 <잠언27장 1절>

영화 열한시 오프닝 크리딧에서...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버나드 쇼의 묘비명>

영화 열한시에서 배우 박철민의 대사...(우물쭈물 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의 원문)

 

 

 



 

람들이 이미 보낸 어제나 오늘보다 내일을 더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아직 경험하지 않았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세상 그 누구도 내일을 오늘보다 먼저 겪을 수는 없다. 신 내림을 받았다는 무당이나 점쟁이들에게도 내일을 예견한다는 건 두려움이다. 우리 인간에게 미래를 알고 언급한다는 건 허용되지 않았다. 

 

 

 


타임슬립을 통해 과거나 미래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실현시키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하다. 그래서 선택한 것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다닌다거나 혹은 웜홀 같은 곳에 빠져 어느 시점에 도달하거나 하는 상상을 영상으로 그려내곤 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그토록 궁금해 하는 걸까

 

 

 


영화 열한시는 기발한 설정이 돋보이는 아이디어가 좋다. 트로츠키라고 이름붙인 기계 안에서 물리적인 도움을 받아가며 24시간 후, 다시 말해 내일의 이맘때로 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15분을 머물 수 있고 다시 기계를 타고 현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남녀 한 쌍이 탈 수 있는 좁은 공간, 그리고 출발지와 도착지가 일정하다는 점이 제한이긴 한데 고도의 기술 발달을 기대할 수 있는 머나먼 미래가 아닌, 소녀시대와 미스 에이 멤버가 시집갈 나이 쯤 되는 가까운 미래라고 하니 어쩌면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 SF와 스릴러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볼거리로서의 여러 가지 소품들은 헐리웃 B급 무비의 정서를 닮았고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마련된 가까운 미래의 어느 연구소의 모습 치고는 소박해 보였다. 대신 미래로 간 두 남녀가 내일 이 시간에 도착한 연구소가 쑥대밭이 되어 있고 가까스로 가져온 폐쇄회로 화면을 분석해가며 오늘부터 내일까지 벌어지는 일을 복기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상당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언급한 바대로 이들이 내일로 가보려고 한 이유는 자신들의 연구를 못미더워 하는 러시아 회사 측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어야 할 내일의 이곳에서 알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하고 연구소 멤버들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며 그들은 경악한다. 바로 이 시점부터 이 영화가 스릴러 영화로서의 진가를 발휘하는 부분이다.

 

 

 


SF영화라고 하면 멋진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활공하거나 외계인이 몰려나와 지구인과 싸움을 벌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우주복을 입은 채 붕붕 날아다녀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영화처럼 간단하면서도 조리있는 아이디어 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꾸밀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애초 안 되겠다 싶은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관객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한 것은 잘한 것 같다.

 

 

 


내일의 내가 오늘을 산 나를 공격하고 그런 내가 어제와 오늘과 그리고 내일을 관통하는 일련의 시간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거스를 수 있다는 구조. 시간은 결코 거꾸로 흐를 수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상상력을 발휘해 마치 과학적인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사람들에게 내일이라는 미래는 어제와 오늘을 보내야만 맞이할 수 있는 인생의 축적이다. 내일이 되면 그 시간마저 오늘이 되고 오늘은 또 과거가 된다. 지금 이 시간을 충실히 하자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이 어제(혹은 미래)의 자신을 조우하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마치 귀신같다는 생각 속에,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을 것이다.

 

 

 


이 영화가 은회색의 답습적인 공상과학영화로만 여길 수 없는 건 엔딩 부분에서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살짝 보여준다. 로맨스 드라마 장르에서 탁월한 수완을 보여 온 김현석 감독의 자기주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열한시 (2013)

AM 11:00 
9.6
감독
김현석
출연
정재영, 최다니엘, 김옥빈
정보
스릴러 | 한국 | 99 분 | 201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