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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머드 - [리뷰] 인생에 대한 여러가지 화두를 들려주다

효준선생 2013. 11. 19. 07:07

 

 

 

 

 

 

   한 줄 소감 : 소년이 어른이 되기 위해 배웠던 며칠간의 인생공부

    

 

 

 

 

 

자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건 아버지라 한다. 성 역할에서도,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미래의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결국은 아버지의 그림자를 밟고 자란다는 말이다. 하지만 개중엔 아버지의 부재, 혹은 아버지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경우, 그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 정체서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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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머드의 열네 살 소년 엘리스의 현재 상황이 딱 그렇다. 호숫가에 임시로 만들어진 부교(浮橋)위의 집에서 경제능력이 없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와 이혼을 결심한 엄마 사이에서 엘리스는 하루하루가 즐겁지 않다. 친구와 어울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소일을 하지만 그 뿐이다. 우연히 만난 연상의 여학생에게 마음을 두지만 그 마저도 한낱 유흥에 불과할 뿐 이었다. 그러던 엘리스에 불쑥 찾아온 낯선 남자의 등장은 곧 사춘기를 앞둔 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것, 타인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가능함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다. 엄청난 사건 사고의 연속으로 긴장감을 만들어가는 대신, 정체불명의 한 남자와 그런 남자에게 아버지의 대체재로 인식하게 된 소년의 마음이 절실하게 그려졌다. 아무런 친인척 관계도 아니고, 그가 수배 중인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그에게 호의를 베푼다. 처음엔 연민에서, 나중엔 마음에서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낯선 자에게 범죄의 빌미가 노출되고, 다른 사람들이 그를 찾아 나서며 이야기는 제법 스릴러의 냄새를 피운다. 고립 된 섬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아니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기다린다는 남자, 그런 남자를 물끄러니 바라보는 소년에게는 관찰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요기거리를 가져다 주고 나중엔 절도 행각에 이르게 되지만 소년의 마음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마치 자신의 멘토라도 만난 것처럼.

 

 

 


소년 엘리스는 외롭다. 부모는 이미 이혼을 통고했고 어린 시절부터 살았던 집은 조만간 철거된다고 한다. 게다가 외 사랑을 하고 있던 여자아이로부터 멸시에 가까운 조롱을 받고나자 엘리스는 더더욱 남자에게 기대게 된 것이다.

 

 

 


믿음이 깊을수록 거기에 따른 배신의 골도 깊다. 남자가 왜 죄를 저질렀는지, 그리고 왜 이 오지나 다름없는 마을로 들어와 섬 생활을 하는 지 하나씩 밝혀지지만 그런 것들은 영화 전체적으로는 부수적인 장치에 불과하다. 대신 소년 엘리스의 눈을 통해 성장한다는 건, 누군가의 믿음을 확보하는 것이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자신의 목숨까지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소위 철이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영화 초반부보다 소년 엘리스의 키가 커보였다. 촬영 기간 몇 개월 사이겠지만 바로 그게 성장의 이미지 같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끔찍한 일을 하고, 지금도 그 순정을 지켜주고 싶은 남자에게 소년 엘리스는 무엇을 보았겠는가. 인스턴트 사랑과 덧없는 삶의 연속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잠시나마 오해의 순간이 극적으로 해결되는 사건이 터지고, 그 두 사람을 이어주던 엉성한 끈이 팽팽해질 무렵, 다시 사건은 회오리친다. 매튜 매커너히는 이 영화를 위해 험악한 분장을 하고 나섰다. 늘 이지적이고 세련된 캐릭터를 맡았던 그가 거지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캐릭터로 등장할때부터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잔잔하면서도 언제 파도가 칠지 모르는 바다를 본 기분이 든다. 물론 파도는 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