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 권력자도, 영웅도 아닌 생존을 바라는 시대에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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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국가 판엠은 수도라 할 수 있는 캐피톨과 13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과거 전제주의 제국 시절에 볼 수 있는 국가의 형태다. 당연히 캐피톨엔 왕족, 귀족이나 고급관료가 살았을 것이고 외곽으로 멀어질수록 못사는 서민들의 영역이었을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런가보다 여기며 살던 사람들에게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국가의 심장부로 가보는 건 필생의 염원이자 각고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일이다.
영화 헝거게임은 전편인 판엠의 불꽃에 이어 2부작 격인 캣칭 파이어가 드디어 선을 보였다. 전편을 볼때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는 혁명을 기치로 내건 사회파 영화다.
영화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 리뷰 -> http://blog.daum.net/beijingslowwalk/16154009
아마 최하등급이라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서민, 아니 빈민들이 살았을 법한 12구역에서 온 어린 소녀가 중무장한 남정네들을 하나씩 꺾고 최후의 승자로 우뚝 올라섰다는 사실 자체가 쾌감이다. 하지만 이 사실만으로도 불안해하는 그룹도 있다. 바로 국정 최고 운영자다.
프레지던트로 호칭되는 스노우와 그의 무리들에게 불현듯 등장한 새로운 영웅의 등장은 긴장 그 자체였다. 비록 헝거게임이라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타이틀 홀더가 된 소녀 캣니스와 그녀와 동반 우승을 차지한 피타에게 쏟아지는 대중의 환호에 도리어 불안해 할 수밖에 없었다. 독재자에겐 새로운 영웅이란 자신의 영역을 위협하는 존재일 뿐이다.
이들이 우승자로서 각 지역을 돌며 세레모니를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마음의 상처를 입힌 경쟁자의 유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그리고 자신의 상금을 내놓겠다는 물질에 대한 포기등이 이어지며 증폭되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대중이 원하는 걸 제대로 파악할 줄 알았다는 말이다. 단상에 올라 환희와 사죄의 辯을 꺼내놓는 캣니스와 피타. 상대적으로 피폐한 모습의 단하의 대중들. 그저 부러움만은 아닌 듯 싶었다. 모두가 원하는 지도자상을 그녀에게서 본 것 같았다.
국가 지도자의 위상은 마치 거대한 호수에 떠 있는 일엽편주와 같다. 그리고 대중은 호수의 물이다. 정치를 잘하면 고요함을 유지하지만 조금이라도 잘 못했다가는 파도를 만들어내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스노우에겐 생각지 못한 위기가 아닐 수 없고, 미상유의 일이었던 12구역 출신의 ‘양궁소녀’의 활약은 아연 질색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시리즈의 전반부는 이렇게 우승자 세레모니 과정을 후반부에선 이 과정에서 불거진 미묘한 사회적 분위기의 파장을 잠재우기 위해 스노우의 계략이 담긴 또 다른 헝거게임의 개최가 진행된다. 아무래도 화끈한 장면들이 다수 들어간 후반부의 헝거게임은 전편에서 보여준 그 이상의 잘짜인 시스템을 구사한다.
역대 우승자라는 전편과 다른 막강한 경쟁자들, 그리고 시계모양의 호수와 구조물을 넘나들며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각종 미션들이 눈길을 끈다. 특히 독 안개라든지, 개코 원숭이의 습격이라든지, 거대한 파도, 핏비[血雨], 감전시스템 같은 창의적인 장애물들을 이겨내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이채롭게 펼쳐진다.
또 하나의 이야기거리는 주인공인 캣니스와 전편에선 큰 멜로 라인이 없었던 피타 사이의 묘한 감정선이 도드라진다. 살기 위해 거짓 연인관계인척 했던 두 사람, 캣니스의 연인이 두 눈 크게 뜨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힘들게 하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그들은 여전히 난감하다. 어떤 방면에서도 열세라 할 수 밖에 없는 캣니스를 돕는 우호적 인물들의 등장은 반가운 반면, 여전히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어려운 긴장관계는 이 영화의 매력이다.
무려 150분 가까운 러닝타임을 소비하고도 이 영화는 절반 정도만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펼쳐 놓은 이야기를 수습하기 위해선 또 1편 이후 지금까지 기다려온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고, 이미 성숙한 여인이 된 제니퍼 로렌스의 깊어진 눈빛을 빨리 볼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좁은 틀 안에선 생존을 위한 ‘너 죽고 나 살자’ 식 게임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이야기 구조를 확장해 놓고 보면 탐욕스러운 독재자와 혁명을 바라는 국민, 경쟁과 동맹의 가치, 그리고 식상한 인스턴트 사랑에 대한 반추등 들려줄 이야기가 많은 영화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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