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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파이브 - [리뷰] 공든탑도 무너질 수 있다

효준선생 2013. 11. 15. 07:12

 

 

 

 

 

 

   한 줄 소감 : 광의의 가족영화지만,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온 기분이 든다.

 

 

 

 

 

 

미노를 쌓아본 적이 있다면 질긴 인내심 하나만큼은 인정하고 들어가도 좋겠다. 하나만 잘못 건드려도 그동안 쌓아온 도미노는 연쇄반응으로 인해 말그대로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과 각고의 손기술이 대단히 요구된다. 영화 더 파이브의 시작은 주인공의 바로 이런 도미노 쌓기 실연에서 시작한다.

 

 

 


이 영화엔 오랜 시간을 들여 축적한다는 의미가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다. 오프닝을 장식한 도미노도 그렇고 자신과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준 자에게 복수를 하는 과정도 그렇다. 또 가족들의 지병으로 오랜 시간을 병구완으로 지쳤을 법 한 가족도 마찬가지다. 결정적으로 악역인 ‘그’의 직업이자 모든 사단의 시발인 구체 관절 완구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완성할 수 있는 고도의 손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렇게 개인의 입장에서 볼때 참고 다듬고 어루만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결정체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거나 혹은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누군가에겐 승리가 다른 누군가에겐 실패가 선언되면 상대적 박탈감도 있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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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영원히 행복할 것 같았던 가족들이 우연한 계기로 궤멸되는 장면, 혹은 사랑만 있으면 언제나 행복할 것 같았던 가족에게 불현듯 찾아온 병치레, 오로지 자신의 창작물을 위해 타인의 희생은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등 이 모든 것을 꿰맞추기 위한 작업들이 바로 영화 더 파이브에서 행해진다.

 

 

 


이미 온라인 웹툰을 통해 소개된 바 있는 동명의 작품을 원작자가 연출을 맡은 드문 경우의 이번 영화에선 간혹 웹툰 스타일의 장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모든 걸 잃고 복수에 나선 한 여인이 본격적인 복수에 나서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없는 영역을 대신해줄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과정등에선 다소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낯선 사람들이 한데 모여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 그리고 일정 수준의 이기심으로 차 있는 그들이 점차 인간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사실은 누구라도 적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 ‘오재욱’이라는 인물때문이었다. 구체관절 인형사이자 자칭 아티스트인 그가 자신의 ‘작품’을 위해 살아있는 사람을 소품처럼 여기고 그런 자신의 행각에 대해 쓰레기에게 다시 태어날 기회를 준 것이라고 하는 부분에선 소시오패스적 성향도 보였다. 영화 초반부 유흥가 주변에서 물색한 어린 소녀들. 보는 사람의 시각차도 있겠지만 ‘오재욱’은 그녀들을 경멸하고 있다. 마치 조물주라도 되는 양 그는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하나의 창조라고 보는 듯 했다.

 

 


 

만약 어느 평범한 사람이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마 눈빛에서부터 질려하지 않을까 그저 만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여기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가 거의 완성시킨 ‘작품’은 무척 아름다웠다. 다수의 희생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을 만큼. 그러나 안타깝게도 복수의 칼끝은 세상의 그 어떤 아름다움 예술품 앞에서라도 지울 수 없는 것들이다.

 

 

 


복수 영화의 진면목은 최후의 일격 안에 두 시간동안 관객과 동화를 해가면서 쌓아올린 분노와 응징의 카타르시스가 담겨야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때의 아슬아슬함과 짜릿함이 추가되면 더욱 좋겠다. 과연 이 영화는 그런 묘미를 담뿍 담고 있었던가.

 

 

 

 

서로 모르던 다섯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마치 치킨 런을 하듯 달려든다. 그리고 하나를 물어뜯으면 나머지들도 서로 제몫을 챙기기 위해 혈전을 벌이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 영화는 슬픈 복수극이다. 원했던 복수를 이루지 못해서 아쉽다는 말이 아니라 그토록 원했던 복수의 뒷 끝에 지옥이 보여서였다. 사람을 죽이면 지옥간다는 말에 살아있는 게 지옥이라는 주인공의 말이 참 가슴에 와닿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더 파이브 (2013)

8.3
감독
정연식
출연
김선아, 마동석, 신정근, 정인기, 이청아
정보
스릴러, 드라마 | 한국 | 123 분 | 201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