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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잉투기 - [리뷰] 청춘에 반(反)하는 것들, 다 덤벼!!

효준선생 2013. 11. 14. 07:09

 

 

 

 

 

 

   한 줄 소감 : 누가 청춘들을 이토록 분노하게 만들었나

 

 

 

 

 

 

른바 현피, 온라인에서 주고받았던 얘기들에서 감정이 상해 오프라인으로 끌고 나와 맞짱뜨는 행위. 대부분은 악감정을 주먹질로 대신하는 통에 심심치 않게 상해범죄로 연결된다.

 

 

 


영화 잉투기는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소재역시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이야기다. 여드름 세대가 흔히 사용하는 잉여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잉여들의 격투기가 아닐까 싶은데 영화 속 체육관 사범의 입을 통해 친절하게도 “영어로 ing, 즉, 여전히 싸우는 중이다”라고 설명을 덧붙여준다. 의미가 무엇이든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개 잉여같은 잉여세대들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학교 졸업한지도 꽤나 되어 보이는 훤칠한 마스크의 태식, 이름대신 온라인 닉네임은 칡콩팥이라고 불리고 근근이 게임 아이템이나 팔며 소일한다. 그의 엄마는 부동산 경매일을 하지만 아들에겐 큰 기대라든지, 흔한 구속같은 것은 없다. 아들이 안쓰럽지만 그렇다고 “이놈아 너 죽고 나살자” 식의 구태의연한 한국인 엄마상은 결코 아니다.

 

 

 


이야기는 이 태식이 게임 아이템을 팔러 나갔다가 현피를 당한 채 반죽도록 얻어맞으면서 시작한다. 당연히 억울한 그가 아는 형과 찾아간 곳은 바로 체육관, 하지만 그에게 운동이란 외모와는 달리 전혀 취향이 아닌 듯, 주먹만 날라 오면 움찔거리는 걸 보면 어디선가 엄청나게 맞은 트라우마가 있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주변에선 그에게 지속적으로 복수할 것을 부채질하고, 그 중심엔 체육관 사범의 조카딸 영자가 있다. 사실 이 영화는 태식과 영자 두 사람이 끌고 나간다. 자못 러브라인이 무르익을 법도 하고 두 사람에게 부족한 애정을 보완하는 관계가 될 수도 있을텐데 이야기는 자신을 린치한 닉네임 젖존슨을 찾는데 주력하고 그게 여의치 않자 이야기는 조금씩 딴 길로 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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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이 영화는 현피를 당한 청년의 복수기처럼 보이지만 좀더 넓게 보면 관심받지 못한 세대에 대한 격려다. 표정이 좀 어둡지만 그 몸에 어디서 막노동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태식이 온라인에서 주고받는 대화에 시름겨워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그건 아직 학생은 영자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부재로 그녀는 간혹 남자보다 더 우왁스러워 보이지만 태식에게 보여주는 속내는 누나의 그것같아 보였다. 그녀 역시 늘 외로워했고, 가족의 대체재를 다른 사람에게서 찾고 싶어한다.

 

 

 


요즘 청춘들은 다들 힘들어하는 것이 비슷하다. 하지만 인생 말년에나 경험할 것 같았던 인간들 속의 섬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그들을 찾아온 것 같다. 폭음을 하거나 떼로 무리지어 다니며 남들을 해코지하는 방법도 있지만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건 뭔지 궁리를 좀 하면서 살면 좋겠다. 세상에 태어날 때 최소한 밥은 벌어먹고 살 재주 두 가지는 함께 준다고 했다. 참 시덥지 않은 일가지고 타인과 죽도록 얻어맞거나 죽도록 패는 일이 그런 일은 아니지 않는가. 오죽하면 링에 올라 정정당당하게 상대를 이기는 방법을 만들어 주었을까

 

 

 


영화를 보고 나오니 주연배우인 엄태구 배우와 류혜영 배우가 지인들과 환하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보기 좋았다. 전작(각각 가시, 애정만세등)에서부터 눈여겨 본 배우들이 지치지 않고 후속작에서 조금 더 큰 역할을 해나가는 걸 지켜보는 건 영화팬으로서 기분 좋은 일이다. 요즘 들어 무기력에 빠진 채 허우적거린다면 이 영화로 충전해보면 좋을 것 같다. 에너지가 빵빵한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잉투기 (2013)

9.3
감독
엄태화
출연
엄태구, 류혜영, 권율, 김준배, 김희상
정보
| 한국 | 99 분 | 201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