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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더지 - [리뷰] 희망만을 말 할 수 없는 죗값

효준선생 2013. 11. 10. 17:38

 

 

 

 

 

 

   한 줄 소감 : 일본이 두더지가 되고 싶지 않으려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수 밖에

 

 

 

 

 

일본 지진과 쓰나미의 후유증으로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불안감에 대한 르포가 이어지고 있다. 벌써 2년 반이나 지났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처럼 그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건 분명해 보인다.

 

 

 


일본 영화감독 소노 시온은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준비하다 동일본 지진으로 폐허가 된 그곳 영상을 보면서 영화 두더지를 만들 결심을 굳혔다.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온 스미다는 중학생이지만 이른바 타의에 의한 소년가장이다.

 

 

 


부모를 여의지도 않았고,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를 크게 본 것도 아닌 한 소년이 어떻게 이야기의 중심에서 주변인물들을 이끌고 가게 될까 궁금했다. 그러나 이 영화엔 짜임새 있는 이야기 중심의 스토리텔링이 아닌 상징과 은유로 점철된 현상과 미래에 대한 강렬한 의지표현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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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시온의 영화들에선 지독하게도 비인간적인 면모와 폭력이 담겨있는 걸로 유명하다. 하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쩌면 우리 잠재의식 속에 존재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인간의 폭력적 본성이 가감없이 들어내는 건 아닐까 하는 수긍을 하게 된다. 이 영화도 비슷한 류다. 예를 들어 소년과 소녀 사이의 손찌검을 포함한 폭력, 아직 어린 아이를 상대로 빚 독촉을 하는 사채업자의 폭력등. 거칠지만 그럴 수 밖에 없음은 이들을 둘러싼 환경에서 답을 구해볼 수 있다.

 

 


 

허름한 보트 대여점의 아들, 스미다 아빠는 노름에 빠져 집을 나갔다 이따금씩 돌아와 아들을 팬다. 엄마는 다른 남자와 동거를 하고 아예 집을 나가버렸다. 혼자 남게된 중학생 소년 스미다. 학교생활에 집중할 리 없다. 차라리 이 보트 대여점을 운영하며 대충 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리고 그 소년 주변에서 마치 하인처럼 그를 대하는 어른 몇몇들. 그들은 이재민들이다. 보트장 기슭에 천막을 치고 살며 주인 격인 스미다의 눈치를 본다.

 

 

 


소년을 지켜보는 또 한 사람의 눈은 바로 같은 반 급우 여학생이다. 자신의 처지도 만만치 않지만 소년을 바라보는 눈이 애처롭다. 아니 헌신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다소 당돌해 보이지만, 소년에게 얻어맞으면서도 결코 물러나려 하지 않는다. 소녀에게 소년의 부재는 공멸이라고 믿는 것 같다.

 

 

 


이야기 대부분은 보트 대여점에서 발생한다. 그곳은 지진의 후유증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이다. 호수 중간에는 떠내려 온 집 채 만한 물체가 처박혀 있고 이런 저런 오물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그러나 그곳을 벗어나 시내로 나가면 그곳 사람들은 지진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크게 인식하지 않는다. 스미다가 큰 사고를 친 뒤 칼을 들고 시내를 활보하는 장면에서 발견된다. 같은 나라 안에서 일어난 양극단의 괴리다.

 

 

 


 

두더지는 보통 자신을 감추고 살려는 습성을 가진 설치류의 일종이다. 스미다가 두더지처럼 살고 싶어 하는 하는 분명하다. 다른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았음에도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걸까 세상 사람들이 쓰레기라고 손가락질해도 쓰레기처럼 살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차라리 아무도 알아주지 않게 자신을 감추고 살기 원한다는 말을 한다.

 

 

 


이 영화 속 스미다는 다름 아닌 일본 자신이다. 지진의 후유증을 온몸으로 감수하고 살고 있는 그에게 주변의 몇몇 인물들의 동정은 동병상련의 재해지역의 서민들이며, 도시사람들이나 사채업자들은 또 하나의 일본인들의 모습이거나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비유된다. 학교 선생은 수업시간마다 희망을 놓지 말자고 애를 써보지만 허망한 말뿐이다.

 

 

 


소년과 소녀는 달린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이어서 ‘간빠레(화이팅)’라고 연신 외친다. 목이 터지도록. 그 지옥같은 보트 대여점에서 나와 길을 따라 달리는 두 어린 청춘에게 일본의 미래를 기탁해보고 싶어하는 감독의 소망이 보이지만, 여전히 어두워 보이기만 한다.

 

 

배우들의 면면은 두 남녀 주인공을 빼면 대부분이 영화 차가운 열대어에 나왔던 배우들인지라 익숙하다. 여전히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툭치면 퍽하고 터질 것 같은 그들의 매력에 다시 한번 매혹당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두더지 (2013)

Himizu 
7.5
감독
소노 시온
출연
소메타니 쇼타, 니카이도 후미, 와타나베 테츠, 후키코시 미츠루, 카구라자카 메구미
정보
드라마 | 일본 | 129 분 | 201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