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까미유 끌로델 - [리뷰] 처연했던 천재 예술가의 뒤안길

효준선생 2013. 11. 11. 07:07

 

 

 

 

 

   한 줄 소감 : 아무도 모른다. 인생 마지막이 될 곳이 어딘지를...

 

 

 

 

 

 

 

벽으로 둘러쳐진 벽돌집, 천정이 높은데다 창문이 많아 채광은 잘되지만 음습한 기운이 맴도는 곳이다. 그곳에 들어온 50대 초반의 한 여인의 쾡한 눈빛이 영화 까미유 끌로델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프랑스의 유명 조각가 로댕의 연인으로 잘 알려진 그녀가 어느덧 초로의 할머니가 되어가는  시점에 그녀는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 그것도 가족에 의해서,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1915년 프랑스의 시골마을에 수용된 천재적 조각가로서 손색이 없는 까미유 끌로델이라는 한 여자를 통해 여성 예술인으로서의 그녀와 어느 유명 조각가의 뮤즈로서 살다 내쳐진 그녀의 애환을 靜的이면서도 애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옮기는건 쉬워보이지 않는다. 특히 그 인물의 榮華가 아니라 정신병원이라는 지극히 부정적 이미지가 부여된 공간 속에 갇힌 이 여성의 이야기라는 제한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개인적인 불행이 아닌 그 당시 제법 양성평등이 실현되었을 것 같은 프랑스에서도 애석하게도 아주 고루하고도 집요한 여성차별이라는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설파한다.

 

 

 


영화의 시작은 마치 끌려오다시피 정신병원에 온 까미유 끌로델의 목욕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멍한 눈빛의 그녀, 두리번거리다 자리를 잡은 그녀의 시선은 슬쩍 보기에도 상태가 좋지 않은 많은 환자들. 외양만 보면 그녀는 마치 그곳에선 방관자나 참관인 정도로 보인다. 여전히 곱고 매력적인 외모에 자신의 의지대로 거동이 가능한 그녀를 보고 미쳤다고 할 사람은 없다. 그러니 그녀는 그곳이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그녀는 그곳에 머물게 되었을까 그것에 대한 전후 상황은 안타깝게도 그녀가 의사와 나눈 이야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로댕과 헤어진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로댕에 대한 연민과 애증에 가득차 있다. 그건 로댕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고, 심지어 자신이 먹는 음식에 독을 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맞다. 그녀는 미쳤다.

 

 

 


그녀의 일상은 단조롭다. 그리고 권태롭다. 조각에 많은 소질이 있었던 그녀지만 그녀는 다시는 조각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하늘이 준 소질은 남자를 중심으로 한 사회가 앗아간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의 오늘은 더 이상 천재 조각가라는 소리로부터 이만큼 떨어져 있던 것이다. 영화 초반 그가 돌봐주던 수녀들로부터 떨어져 나와 흙을 주물럭 거리며 어떤 형상을 만드는 모습을 잠시 보여주었다. 하지만 완성하지 않았다. 그녀의 예술혼은 그걸로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정신병원에서 그녀가 할 만한 일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자기가 먹을 음식을 직접 만들거나 아니면 지키고 앉아 있는 일, 간간히 자기 보다 더 중증인 환자들을 잠시 돌보고 있는 일, 그녀는 괴성이 가득한 이곳이 너무 실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가져주지는 않는다. 그녀의 바람은 남동생이 이곳으로 와서 자신을 데려가 주는 것이지만 분위기로 보면 여의치가 않다.

 

 

 


영화 후반부엔 어렵사리 등장한 남동생의 독백으로 꾸며진다. 신의 존재에 대한 일설, 그리고 누나를 만난 뒤의 그의 장황한 핑계, 까미유 끌로델이 그토록 기다렸던 원래 자리로의 복귀는 수포가 되었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구구한 설명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그곳을 지켜야 하는 운명 앞에서 그녀의 심기가 편했을 리 없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스산한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낙엽마저 다 떨어진 그해 겨울, 마치 불타는 청춘을 다 보내고 이제 국화 앞에 선 ‘누님’처럼 그녀는 혼자서 빙그레 웃는 연습을 한다. 아마 다른 환자들에게 나를 데리러 온다고 하네요 라고 말하는 연습같은 것 말이다.

 

 


 

 

인생은 참으로 덧없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한 남자의 유일한 여자가 되지 못한 결과가 이렇게 외로움으로 점철된 인생을 선물받아야 하는 것인지, 자신의 천부적인 예술혼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되는 시절을 보낸 그녀에게 두 편의 까미유 끌로델은 100년이 지난 우리 앞에 이야기 되고 있다.  

 

 

 

 


까미유 끌로델 (2013)

Camille Claudel, 1915 
7.4
감독
브루노 뒤몽
출연
줄리엣 비노쉬, 장-뤼크 뱅상, 로베르 르로이, 엠마누엘 코프망, 마리옹 켈레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95 분 | 201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