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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스커넥트 - [리뷰] 눈을 보고 말해야 마음이 통합니다

효준선생 2013. 11. 10. 07:07

 

 

 

 

 

 

   한 줄 소감 : 시의적절한 소재, 누군가는 뜨끔할 것 같다

 

 

 

 

 

 

통이 부재한 세상이라며 뭐라 하지만 대체 누굴 붙잡고 이야기하자고 할 수 있나 예전엔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 하는 걸 소통의 단계라고 했지만 요즘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익숙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도 흔한 일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활성화는 이런 소통 방식에 기름을 부었는데, 그 폐해도 적지 않음이 지적되곤 했다. 영화 디스커넥트는 바로 이런 SNS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예시를 들어가면서 극적 효과를 높인다. 각종 디지털 디바이스의 제공으로 쉴새 없이 쏟아지는 친구 맺기 요청에 어쩌다 응하다 보니 아는 처지가 되고 이러는 사이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일들이 오프라인으로 전이되어 자신을 괴롭히는 이야기들. 이 영화의 핵심 소재들이다.

 

 

 


이 영화엔 모두 4개의 팀이 나온다. 이 중에서 3개는 한 퇴직 경찰관과 관련이 되어 있고 나머지 하나는 기자와 뉴스 제공자라는 관계로 단독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별개의 이야기들이 하나씩 보여지는 이유로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지만 조금 보다 보면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 즉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의 부정적 효과에 대해 알게 된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낯선 이들과 알아가는 과정이 온라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부정적 결과만 가져온다고 말 할 수 있냐고, 물론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지적하는 건 익명성이다.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닉네임으로 자신인 것처럼 행동할 때 과연 진심으로 대할 수 있겠냐는. 그 파트는 한 고등학생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른바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학생, 생김새도 그렇고 가족들과도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아이패드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가 관심을 갖는 거의 대상이다.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본 장난꾸러기 들은 SNNS를 통해 여성으로 위장해 그에게 말을 걸고 급기야 나중엔 그의 극히 사적인 사진까지 업로드 해달라고 한다. 그 일이 빌미가 되어 자살시도를 하고, 그제서야 가족들은 동분서주한다.

 

 

 


일이 커지게 되면서 소위 가해자가 된 두 명의 아이들은 일말의 양심적 가책도 받지만 결국 익명에 기대게 된다. 내가 누군지 모른다면 세상 누구도 나의 잘못을 알 수 없다는, 만약 단 한번이라도 얼굴을 마주했던 사이라면 그럴 수 있겠는가. 나머지 세 개의 이야기 구조도 얼추 비슷하다. 채팅으로 만난 남녀, 자신도 모르게 결제계좌가 상대방에 의해 빠져 나가고, 취재를 목적으로 만난 방송국 기자와 불법 성인 사이트에 고용된 청소년과의 은밀한 만남이 어떻게 파국을 맺게 되는지,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말이 정말 정확하게 들어맞는 이야기들은 사악하게 보일 정도였다.

 

 

 


현상은 펼쳐졌고 수습하는 과정 또한 이성적이지 않다. 사적인 복수심에 불타는 이들이 정상적인 사회시스템의 감시체계에 호소할 구석이 없다는 건 문제다. 아무리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해봐도 결국 모든 책임 소재는 자신들에게 있다는 식이므로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 후반부는 생각지도 못한 결론에 이른다. 슬로우 비젼으로 처리한 이들의 되갚음 장면이 그 전에 이들의 손에 놓였던 디지털 기기의 엄청 빠른 속도감과 대비되는 효과다. 세상은 오로지 “빠름빠름”만 외치지만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은 그 속도감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기계적 빠름이 인간간의 관계 설정에도 적용되는 건 아니다.

 

 

 


살기 위해선 잠시 기계가 만들어 주는 얄팍한 관계가 아닌 두터운 인간미부터 따져야 할 것 같다. 끊어야 한다는 이 영화의 제목처럼, 구리선으로 이어진 온라인 지인이 아닌 죽마고우와 오랜만에 만나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디스커넥트 (2013)

Disconnect 
8.6
감독
헨리 알렉스 루빈
출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제이슨 베이트먼, 폴라 패튼,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호프 데이비스
정보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115 분 | 201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