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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브레싱 - [리뷰] 숨을 참고 헤엄치니 뭐가 보이던가

효준선생 2013. 11. 11. 22:30

 

 

 

 

 

   한 줄 소감 : 아버지를 그린 또 하나의 사부곡

 

 

 

 

 

 

영을 하지 못한다. 물이 무서운 이유도 있고 물에 뜨지 못하는 체형 탓도 있다. 무엇보다 머리를 물 속에 처박을 때 五官을 통해 밀려들어오는 외부의 물질에서 이물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귀와 코를 통해 들어오는 물을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는 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아무튼 수영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스포츠 중에서 가장 하기 싫은 것 중의 하나다. 하지만 경기를 통해 마지막 스퍼트를 하고 최종 승자가 내가 응원하는 선수였을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영화 노브레싱을 보면서 떠올랐던 단어가 바로 잠영이다. 수영하는 걸 보면 들숨과 날숨을 이용하고 팔과 다리를 유기적으로 움직여가며 스토로크로 전진하는데 어떤 경우는 그게 아니라 물 속에서 거의 움직임 없이 전진만 하는 영법이 바로 그것이다. 당연히 엄청난 폐활량과 탄탄한 근력을 지니고 있어야 가능한데, 선수들이 이걸 행하는 이유는 시간 단축을 다만 0.01초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행 수영대회에 잠영은 최장 15m로 제한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영화에서도 노브레싱 영법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의 인생관을 뒤바꿔 놓을 정도로 관건이 되는데 일등을 향한 집념이라는 측면에서 볼때는 최선일 수도 있고, 목숨을 담보한다거나 혹은 공정한 경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일 수도 있다.

 

 

 


어릴 적부터 수영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던 원일과 현재 한국 최고의 수영 선수라는 칭호를 듣는 우상, 겉으로만 봐서는 라이벌 관계처럼 보이지만 어린 시절 금메달을 따지 못해 자신의 은메달을 쓰레기 통에 던져 버린 우상의 모습을 제외하면 이 두 사람이 최소한 수영에서만큼은 라이벌인 적인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영화는 이 두 사람의 관계를 가급적 라이벌 구도로 만들어가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가족 영화다. 좁혀 얘기하자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원일의 아버지는 역시 수영선수 출신이고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눈 앞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어린 아들에게 아버지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반대로 우상의 아버지는 재력을 쥐고 한 나라의 수영협회마저도 좌지우지 할 정도로 권위적인 캐릭터다. 물론 아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무섭게 대한다.

 

 

 

 


문제는 이 두 사람이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설정이다. 수영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한국인의 골격 발달과정에서 이 두 사람이 올림픽 같은 세계대회에 나가기엔 아직은 걸음마 수준임을 인정한다면 이 영화는 결국 두 친구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수영이라는 공통점을 매개로 한 성장담이다.

 

 

 


물론 두 사람 사이엔 어릴 적부터 호의를 갖고 있던 여자 친구가 등장하지만 윤활유 역할 이상은 아니다. 이들이 학교생활을 하거나 혹은 불미스러운 일로 그만 두고 그런 친구를 독려하거나 함께 하려는 모습, 그들 외에 운동만 해왔던 선수 출신의 학생들의 사례를 통해 지금 보다 한뼘 더큰 모습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물 속에선 그가 그처럼 보인다. 누가 이기건 아직은 이들에겐 워밍업을 하는 수준이라고 보였다. 대신 물 밖에 나오면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개인의 성격 탓이지만 누구는 좀 까칠하게, 누구는 좀 쾌활하게 대해주는 것의 차이일 뿐이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들의 행보에 부상이라는 암초따위만 없었다면, 누가 아는가 박태환 이후를 책임질 수영계 아이돌이 탄생할지도.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노브레싱 (2013)

8.2
감독
조용선
출연
서인국, 이종석, 유리, 박철민, 박정철
정보
| 한국 | 118 분 | 201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