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이트 고릴라 - [리뷰] 세상에 하나라서 더 소중해

 

 

 

 

 

한 줄 소감 : 편견과 차별에서 좀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몇 달 전 북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북상하던 아프리카 난민을 태운 보트가 이탈리아 인근에서 나포직전 전복되는 바람에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21세기가 지난 지도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보트 하나에 여러 명의 목숨을 담보한 채 망망대해를 떠도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비극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간신히 유럽 남부의 어느 나라에 도착해도 그들을 반기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불청객이며 환영받지 못하는 피부색 다른 인종이라는 편견뿐이다.

 

 

 

영화 화이트 고릴라, 스페인의 만화영화로 동물 캐릭터들을 제외하면 모두 실사로 처리된 독특한 영화인데, 모험심 강한 아이들이 봐도 좋지만 이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사회 문제도 도외시 할 수 없을 듯 싶다. 바로 이들 난민의 이야기가 화이트 고릴라의 이미지에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적도기니라는 아프리카 소국에서 잡혀온 하얀 털을 가진 롤랜드 고릴라, 부모와 떨어진 채 홀로 스페인으로 잡혀와 동물원에 갇히게 된 신세지만 자신에게 스노우라는 애칭을 붙여진 열 살 난 여자아이 폴라의 도움으로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동물원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세계 여러 곳에서 잡혀 들어온 동물들에게 그곳은 말 그대로 갇힌 곳일 뿐이다. 하물며 태어난 곳이 맘 편하게 뛰어 놀던 아프리카 정글이었던 영장류들에게 철창 너머 사람들에게 하루종일 구경거리가 되어야 하는 신세가 되면 서글픔이나 우울증도 걸릴 수 있다고 있다. 일종의 향수병 같은 것이다. 그런데 영화에선 동물원 속의 동물들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백안시 하는 존재로 그린다. 같은 영장류지만 검은 털을 가진 롤랜드 고릴라는 흰색 털을 가진 스노우가 우리에 들어오자 노골적인 반감을 보인다.

 

 

 

스노우를 힘들게 하는 건 또 있다. 흰 고릴라의 심장이 행운의 부적이라며 스노우를 납치하려는 가가멜 같은 남자 때문에 영화는 일순간 액션물이 되고, 여기에 폴라와 그의 남자 친구까지 합세하며 어드벤처물이 된다. 장르야 어찌되었든 스노우는 희귀한 비주얼로 인해 사람들에겐 관심의 대상이 되지만 또한 돌연변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격리의 존재가 되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도 다문화 가정 출신의 아이들은 다른 무엇보다 피부색이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한국에서 태어났음에도, 한국어밖에 구사할 수 없음에도 아이들은 자신들보다 피부색이 어둡다는 이유로 입에 담기 어려운 모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고 하니 폭력은 주먹을 써야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다시 아프리카 난민 이야기를 해보자 백인 일색이던 남부 유럽 국가에도아프리카 난민 출신 이주민들이 많아졌다. 겉으로 보기엔 그렇게 차별적이지 않다고 해도 낯선 땅에서 낯선 이들과 어울려 살아간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흰 털에다 흙을 묻혀보기도 하고 소위 마녀에게서 얻어온 신비의 약물을 마시고 검은 색으로 탈바꿈 해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한결같이 스노우에게 말한다. 겉모습만 변한다고 실체가 바뀌는 건 아니다. 흰색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좋아해준다는 것도 인정하라고. 스노우는 어쩌면 다시는 아프리카 밀림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스페인의 어느 동물원에서 수명을 다할 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이색적인 동물구경이 진력이 나면 어느새 관심을 돌릴테지만 천생을 거부한다고 해서 과연 행복해질까 스노우를 힘껏 도왔던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눈빛이 오래 유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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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고릴라 (2013)

Snowflake, the White Gorilla 

9.8

감독

안드레스 G. 슈에

출연

전진아, 박지윤, 위훈, 유해무, 이미연

정보

애니메이션 | 스페인 | 84 분 | 201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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