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동창생 - [리뷰] 지켜주고픈 사람이 생겼습니다

효준선생 2013. 11. 8. 09:31

 

 

 

 

 

 

   한 줄 소감 : 동생과 동창생은 한 글자 차이인데 하나만 선택했어야했다.

 

 

 

 

 

 

리는 북한에 대해 고정된 이미지 하나를 갖고 있다.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매우 폐쇄적이다 라는, 그리고 바늘 하나 꽂을 빈틈이 없다고, 그런 모습의 북한을 그린 영화들의 대부분이 그런 이유로 다들 냉혈한이고 인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을 거라는 편견에 가까운 이미지들.

 

 

 


그런데 최근 개봉한 북한이나 간첩을 다룬 영화를 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냉혈한들은 주변인물에 불과할 뿐 대개는 지나치게 인정이 넘쳐 그 때문에 위기에 봉착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바뀌지 않는 것 중의 하나는 그들은 모두 무술 유단자일 거라는 선입견이다. 호전적이라는 막연한 상상은 그들을 마치 액션 히어로 수준으로 격상시켰으며 결코 한국 경찰이나 무술 유단자인 정보원들에게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수준이라고 설정을 하고 들어간다.

 

 

 


영화 동창생, 이 영화 보면서 왜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생각해 보니 한국에 공작원으로 남파한 고등학생이 은근히 마음에 든 여학생과 창문을 열심히 닦는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同窓은 같은 창문을 쓴 급우를 말하기 때문에 넣어둔 설정이다. 물론 그 여학생이 주인공 명훈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차차 언급된다.

 

 

 


아무리 단단한 조직도 어디엔가 틈이 있다. 이 영화에선 북한에 승계문제와 관련 하부조직 간의 권력다툼이 일어나고 그 때문에 한국에 내려온 고정간첩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났다는 가정을 하고 이야기를 끌고 간다. 다시 말해 공작원 명훈은 한국인이 아닌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북한 사람들을 처단하는데 그냥 쓰였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그 역할을 열심히 수행했다.

 

 

 


그가 선보인 액션이 동급생과 선생님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시작해 그의 목숨을 노리는 정적의 등장과 처결의 순간을 지나면서 단순한 기술적인 차원이 아닌 그의 행동의 당위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단순한 살아있는 무기가 아닌 생각하는 무기로서의 존재감같은 것.  

 

 

 


그 사이 처음엔 얼음장같은 표정을 짓던 명훈이 조금씩 상대방에 대해 연민의 눈빛을 만들어갔고 그런 그의 연민을 따라 그와 대적했던 인물들이 설사 간첩이라고 해도 다들 사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했다. 하지만 개개인의 사연 열거는 사양하고 만다. 오로지 명훈의 이야기에 집중했던 것은 옳은 일이다.

 

 

 


조직에 의한 배신감이 극도에 차오를 때 드는 생각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가 있을까 하는 분노와 이젠 어디로 가야하나 하는 황망함이 교차할 것이다. 명훈에게 선택은 많지 않았다. 고등학생으로 위장 남파되어 조용히 살려 했지만 조금씩 드러나게 된 그의 신분, 북에 두고 온 유일한 피붙이 여동생의 안위도, 한국에서 알게 된 여자친구의 신변도 모두 지켜야할 소중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제 아무리 무술의 고단수라고 해도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 영화의 볼거리는 아무래도 맨손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지근거리에서의 육박전이다. 동남아 秘傳무술들을 혼합해 새롭게 만든, 종래에서 보기 드문 무술을 선보였다. 특히 주변에 보이는 생활용품을 활용한 무기(?)들의 쓰임새는 연구많이 했구나 싶었다. 남파되기 전 그곳에서도 어린 학생이었을 그가 이 정도 실력을 갖추기 위해선 결국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연마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함이 아닐까 싶었다.

 

 

 


명훈은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서글픔과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무술도, 학업도, 품성도 나쁘지 않은 이 완벽한 아이에게 이 영화는 어떤 결말을 선택하게 할까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탑은 예명을 버리고 배우 최승현으로 다시 돌아와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다. 그의 一人舞가 외롭게 보이지만 아무데서도 환영받지 못한 어린 부평초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저음의 목소리와 그의 강렬하면서도 쓸쓸해 보이는 눈빛 때문은 아닐까 싶다. 기시감이 들었던 스토리텔링 이상으로 캐스팅이 돋보인 영화로 기억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동창생 (2013)

7.7
감독
박홍수
출연
T.O.P, 한예리, 윤제문, 조성하, 김유정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13 분 | 2013-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