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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퍼지 - [리뷰] 철옹성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효준선생 2013. 11. 8. 07:07

 

 

 

 

 

   한 줄 소감 : 기막힌 설정이다. 일년에 한번 살아남음을 찬양해야 할 듯

 

 

 

 

 

화 더 퍼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만하다. 하나는 인간 본성에 자리한 폭력성에 대한 고찰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이 당면한 안전과 관련된 사회적 시스템의 고찰이다.

 

 

 


영화는 2020년 즈음의 몇 년 동안 매년 3월 21일 밤 7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12시간 동안 일년에 한 번 사람들에게 살인을 포함한 모든 범죄행위에 대해 용인한다는 설정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공개한다. 얼핏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1년 내내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오늘날 미국인들이 갖는 공포심을 단 하루로 억제시켜 놓을 수 있다는 게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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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발상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데 물론 예외조항도 있다. 고위 공직자들은 범죄의 대상에서 빠진다는 것이다. 고위라는 것이 어느 선부터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적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타겟이 될 만한 그들이라면 원천적으로 공격받을 일이 없다는 것은 차별이다. 차별은 다른 곳에서 더욱 자극적으로 작동한다. 이런 행동을 퍼지라고 부르는데 대개의 사람들은 가지지 못한 자를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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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사람들은 고가의 고성능 방호시스템을 집집마다 설치한다. 당연히 12시간 정도는 철옹성같은 집안에서 무사히 넘길 수 있지만 가난한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나 거리의 노숙자의 경우는 그대로 폭력에 노출된다. 바로 이 점이 퍼지의 노골적인 목적이다. 사회에서 불필요한 사람들로 낙인이 찍히면 그들은 제거되어야 하며 바로 이날 법적으로 허용된 살인을 계기로 그들을 없애도 된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엔 바로 그 방호 시스템을 사람들에게 팔아 부자가 된 남자의 집이 타겟으로 등장한다. 이 사람도 물론 철옹성 같은 집에서 별 탈 없이 12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거리에서 폭력으로부터 위협받던 노숙자를 집 안으로 들이며 사단이 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곳으로 부터의 위협, 가면을 쓴 일단의 무리들은 남자의 집 앞에서 노숙자를 내놓으라며 윽박지르고 집 안에 숨어 있던 노숙자는 가족들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잡히는 신세가 된다.

 

 

 


집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문을 닫고 들어오면 결코 외부로부터 안전할 거라는 생각으로 다들 집 마련에 애를 쓴다. 하지만 못사는 사람들일 수록 안전성이 떨어지는 곳에 산다. 심지어 노숙을 하지 않는가 하지만 영화 속 안전할 것 같은 그 집이 마치 판잣집처럼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보니 문제는 방호 시스템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로부터의 평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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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은 방호 시스템을 비싸서 팔아 이득을 채웠다고 비난하고 이들을 공격해 온 사람들 역시 미국이라는 정체성을 앞세우며 미국이라는 불안전한 정체를 모두 하나됨, 일체화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살인을 앞두고도 미국을 들먹이고 마치 자신이 신의 명령을 대리하는 것 같이 구는 그들을 보면서 과연 미국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걸 아직도 믿는 지 묻고 싶어졌다. 비록 돈을 많이 가져 잘 사는 건 맞지만 개개인이 안전하고 물질적 소유와 관계없이 행복함을 느끼는 건 아니다. 많이 가지고 있어서 빼앗길 걸 걱정하며 사는 나라의 국민이라면 하나도 부럽지 않다.

 

 

 


영화 속에 나오는 퍼지의 그날은 얼마 멀지 않았다. 만약 한국에서도 그런 날이 지정된다면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묵직한 사이렌 소리가 두 번 울리는 사이 우리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일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다들 분노에 차서 사는 오늘인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더 퍼지 (2013)

The Purge 
4.4
감독
제임스 드모나코
출연
에단 호크, 레나 헤디, 맥스 버크홀더, 토니 올러, 아델레이드 케인
정보
공포, SF, 스릴러 | 미국 | 85 분 | 2013-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