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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 가스펠 - [리뷰] 흉내가 아닌 느낌으로 충만해지다

효준선생 2013. 11. 7. 08:37

 

 

 

 

 

  한 줄 소감 : 종교적 색채가 강하지만 거부할 필요없다. 음악이 아니던가

 

 

 

 

인들의 頌歌라는 의미를 지닌 블랙 가스펠은 한국인에겐 비교적 낯설다. 하지만 잘 알려진 것들을 듣다 보면 한국인이기에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있다. 바로 恨이다. 머나간 격리의 공간을 넘어 아메리칸 흑인과 한국인에게 비교적 공통된 정서가 있다는 건 흥미로움을 넘어 그럴 수밖에 없는 슬픈 역사 앞에서 숙연해진다. 타의에 의해 자유를 속박당한 채 살았던 사람들, 저항이나 항거와는 멀어 보이지만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낼 방법이 노래밖에 없다면 그 情調는 슬픔으로 가득찰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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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가스펠은 멋진 음악으로 채워진 뮤직 다큐멘터리지만 영화가 다루고 있는 소재자체에서 이미 절반 이상은 그들의 노래가 가진 마이너스러운 분위기 탓인지 다소 어둡게 인지되었다. 하지만 그들을 찾은 한국인 멤버들과 어느새 하나처럼 어울리는 모습, 그리고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겠노라 땀 흘려 합창을 하는 모습이 가슴 한 켠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최근 두 편의 영화(응징자, 배우는 배우다)에서 볼 수 있었던 양동근, 전원일기라는 장수 드라마에서 아역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그는 성인이 되어선 힙합 뮤지션으로 이미 여러 장의 앨범을 낸 가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밝혔듯 너무 어린 나이에 시작한 연예인으로서의 삶 속에서 누군가로부터 인생에 대한 진솔한 조언을 듣지 못했다는 이야기와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에 대한 얄팍한 믿음을 이번 여정을 통해 튼실히 했으면 한다는 말이 듣기 좋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실제로 그의 장기인 랩과는 다른 노래를 부른다. 썩 잘 부르는 건 아니지만 선생님은 다른 친구들의 기교와 달리 뭔가 느낌이 있다고 칭찬을 했다. 그런 말 자체가 그에겐 큰 자극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양동근과 역시 탤런트인 정준, 김유미, 그리고 한국인 멤버로 구성된 가스펠 그룹 헤리티지 멤버등이 함께 찾은 미국 뉴욕 할렘가의 흑인 교회, 그리고 그곳에서 노래를 가르치는 선생님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그들에게 恨 의 정서가 듬뿍 들어간 흑인 頌歌는 부르면 부를수록 폐부에 와닿는 무엇인가를 느끼게 했던 모양이다. 흉내만 내서 부른다고 혼쭐이 난 이튿날 수업과 달리 이들의 마지막 여정인 콘서트를 코앞에 둔 마지막 수업 때의 그들. 노래는 테크닉이 아닌 진심이 담겨야 듣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우리는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 늘상 접하던 것이 아니면 호기심보다는 도외시하려는 경향. 흑인들만 부르는 그들만의 노래가 아닌, 어딘가 우리네 조상들이 숨어 불렀던 노래와 닮았다니 우리들 유전자 깊숙이 박혀있던 음악에 대한 基因을 끄집어냈을 때 환호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가사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신에 대한 찬양이라는 내용이라는데도 그들이 우리의 아리랑을 듣고는 그들 선조들이 흥얼거렸던 오래된 靈歌같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그렇게 들렸다니.

 

 

 


음악은 국적도, 인종도 차별하지 않는다. 서양음악에 백인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걸로 낯설다고 말하는 건 이제 더 이상 이유가 될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과거가 더 이상 슬픔으로 점철되었다고 미래도 그래야 한다는 타성같은 건 음악 안에선 유효하지 않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흑인 頌歌를 한 달 만에 배웠다고 뭔가 달라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가수 양동근의 신곡이 나오면 꼭 들어보고 싶다. 혹시라도 그 안에 ‘소울(soul)’이 들어가 있는 지를. 꼭 그러기를 바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블랙가스펠 (2013)

Black Gospel 
8.7
감독
히즈엠티 미니스트리
출연
양동근, 정준, 김유미, 헤리티지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미국 | 93 분 | 201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