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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게 - [리뷰] 떼어버릴 수 없는 괴물같은 삶

효준선생 2013. 11. 7. 07:07

 

 

 

 

 

   한 줄 소감 : 등짐을 한껏 지고 사는 인생이란?

 

 

 

 

 

화를 보는 내내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언제 어떤 장면들이 불지불식간에 등장해 단 한번도 영상으로 접할 것이라고는 상상한 적이 없는 나의 편협한 이성의 한 자락을 휙 낚아챌지 몰랐기 때문이다. 기괴하고 음습하고 격정적이라는 몇 개의 형용사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래서 더더욱 뇌리를 활짝 열고 그 안에 차곡차곡 쟁여놓았다.

 

 

 


영화 무게, 덜렁거리는 제한 상영가 딱지를 붙인 채 세상에 선보이지 못할 뻔 한 이 영화가 드디어 세상을 향해 공식적으로 포효를 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겨진 내용물들은 마치 꾸역꾸역 흘러내리는 토사물처럼 캔버스를 채워 놓았다. 하지만 거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제아무리 거칠어 보여도 판타지일 뿐이야 라며 스스로에게 위로를 해봐도 자꾸 앞 부분을 도로 연상하게 만드는 시퀀스들, 그것 영상이라기 보다 시적 표현의 연결이었다.

 

 

 


정씨라고 불리는 꼽추는 인간이 마지막 가는 길에서 배웅을 하는 역할을 한다. 그가 어디 소속인지, 누구에게 월급을 받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수시로 반입되는 시신을 닦고 조이고 화장을 해주면 드디어 일이 끝난다. 간혹 운이 좋으면 금니를 뽑아다 생계비로 쓰긴 하지만 그의 일상을 보면 돈이 많이 들어갈 곳도 없어 보인다. 그냥 청빈할 뿐이다. 그래야만 그런 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에겐 동배라고 하는 고아원 출신의 동생이 있다. 그는 트랜스젠더를 지향한다. 하지만 경제적 여건상 남성과 여성의 중간에 멈춰서 있다. 그 혹은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서서히 여성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 정도다. 그의 몸에 달린 남성 성기와 풍만하지는 않지만 벌써 융기되기 시작한 유방이 언밸런스하다는 것 정도다.

 

 

 


이 영화엔 육신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리고 그 육신은 모두 버려야 할 것으로 그려진다. 세 남자에게는 그 자체가 삶의 과정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괴물처럼 평생을 따라다닐 것 같은 육신의 일부, 누구에겐 등짝에 붙은 혹처럼, 누구에겐 버리고 싶은 젠더의 상징, 그리고 또 한 사람, 코끼리 맨이라고 불리며 평생을 헬멧 속에서 살았던 한 남자의 일그러진 얼굴처럼, 마치 숙명처럼 보이지만 그걸 버리기 위한 길은 단 하나였다.

 

 

 


이들에겐 산다는 건, 거기서 한 발만 더 나아가면 죽음이다 라는, 받아들이기엔 쉽지 않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상태다. 마치 冥界에서 잠시 건너온 듯한 그들의 일상을 보면서 저들은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을 찾지 못해 저렇게 떠도는 걸까 싶었다. 시체 보관소를 중심으로 이들은 시신과 교점을 찾는데 매우 익숙하다. 시신을 닦아내거나 관 속에 들어가는 것에 아무런 터부도 느끼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屍姦을 하기도 한다. 바로 이런 장면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오고가는 일종의 신호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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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뜻밖이고 장황한 대사보다 간결하다 못해 부연 설명이 좀 필요해 보이는 장면에서 조차 몸짓과 행동으로 은유를 대신하는 걸 보며, 대사없는 연기에선 최고의 배우라 할 수 있는 조재현과 나신마저 극도의 연기라는 걸 보여준 여배우 박지아등,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극한의 영화 속에서 움직이게 했는지, 메인이 되지 못하는 인생들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결코 천박하다고 할 수 없는, 성기와 헤어누드가 화면을 채우면서도 결코 외설적이지 않는 영화 무게를 설명하는 키워드라고 하겠다.

 

 

 


산다는 건 어쩌면 경험하지 못한 공포를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아이들이 주사를 맞을때, 맨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 당락을 결정하는 관건이 되는 시험을 치루기 직전의 긴장감을,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낼 때의, 그런 감정을 헤아려 본다면 인생은 업보를 짊어지고 힘겨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아무리 현인이나 성자라 해도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다하지 못할 것이다. 이 영화가 어깨에 짊어진 단 1g의 업보만이라도 내려놓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과장일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무게 (2013)

10
감독
전규환
출연
조재현, 박지아, 이준혁, 오성태, 윤동환
정보
드라마 | 한국 | 106 분 | 201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