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사이비 - [리뷰] 아직도 믿으러 다니십니까?

효준선생 2013. 11. 6. 08:08

 

 

 

 

 

 

   한 줄 소감 : 대한민국을 거짓으로 만연시킨게 어디 종교뿐이던가. 실사보다 더욱 리얼한 충격작

 

 

 

 

 

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면 일정 수준의 두통을 각오해야 한다. 표현의 한계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실사 영화보다 더욱 거칠고 단단하게 몰아치는 그림체와 메시지들이 정신을 쏙 빼놓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 사이비는 현재 한국 사회가 어쩔 수 없이 안고 가는 하나의 병폐라 할 수 있는 특정 종교, 그중에서도 기독교와 교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소위 목회자라 불리는 그들이 가진 거짓의 한계, 그리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교인들의 면면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건 세상에서 가장 착할 것 같은 종교인들과 세상에서 가장 악할 것 같은 한 아버지의 모습을 대비시켜가며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선행과 악행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지방 소도시에서 조금 들어간 읍내 마을, 사람들은 소박하고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그곳은 얼마 후 수몰예정인 곳이다. 사람들은 보상금을 받았고 이제 하나 둘 씩 정든 마을을 떠날 채비를 한다. 그러나 자신을 장로라 하는 남자가 마을로 들어와 극락 영생을 위해선 하나님을 대신해 자신에게 가진 돈을 헌금해야 하고 그 돈으로 마을 사람들을 위해 교회와 마을 공동공간을 만들겠다고 호도한다. 거기에 목사까지 끌어들이고 이른바 앉은 뱅이도 걷게 한다는 쇼까지 했으니 마을 사람들을 현혹하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이들과는 정 반대에 서 있는 인물도 있다. 오랫동안 마을 떠났다 불쑥 찾아온 김씨는 딸아이의 등록을 가로채 노름비용으로 쓰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싫은 소리도 듣지만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따르던 장로와 목사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세상엔 남의 등을 치는 사람들도 많다. 한창 인구에 회자되는 보이스 피싱과 마찬가지로 종교가 갖고 있는 엄숙함이나 경외심을 이용해 신도들의 마음을 미혹시키는 달변술의 그들, 얼마나 신의 영역에서 효험을 부릴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일요일이면 남을 사랑하라고 그렇게 강조하고, 평일엔 다른 사람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하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영화를 보면서 답답하다는 생각이 멈추질 않았다. 한번 빠져들면 걷잡을 수 없는 마약과도 같다는 종교에 대한 맹신, 상식적이라는 주변의 권고가 마치 사탄의 유혹 정도로 여기는 그들에게 조언이란 불필요해보였다. 죽어서 천당에 가기 위해 현세를 소홀히 하는 그들, 평소 얼마나 선행을 쌓은 게 없어 지옥갈 일을 두려워 했던 것일까 만약 돈을 기부한 순으로 천국에 갈 수 있다면 재벌들은 천국행 열차 1등석을 예약했단 말인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채 입만 벌리면 욕설을 쏟아내는 김씨의 편에 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아내와 딸에게도 주먹을 휘두르는 난봉꾼인 그였지만 현실감각은 오히려 가장 뛰어났다. 어쩌면 떠돌이로 살았기에 세상물정에 가장 밝아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아내와 딸마저도 모든 게 신의 섭리라 주장하며 심지어 일탈을 감행한 딸의 모습에 그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좌절했을 것 같다.

 

 

 


그에게 주어진 건 사려깊은 이해나 냉철한 판단력이 아닌 힘이었다. 일개 사기꾼과 목회자를 대상으로 무력을 휘둘려야 일이 마무리될 지경의 오늘, 모두가 공멸로 가는 길임이 분명함에도 사회는 자정작용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서로가 자존감을 갉아먹는 세상,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가짜라는 의미의 영화 사이비가 던지는 주제의식은 선명하다 못해 베일 것 같이 차가울 지경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사이비 (2013)

The Fake 
9.7
감독
연상호
출연
양익준, 오정세, 권해효, 박희본
정보
애니메이션, 스릴러 | 한국 | 100 분 | 201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