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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붉은 가족 - [리뷰] 우리끼리라도 잘 살게 해주세요

효준선생 2013. 11. 1. 09:02

 

 

 

 

 

  한 줄 소감 : 가족 해체 시절에 걸맞는 컨셉무비

 

 

 

 

 

 

드 콤플렉스라는 말이 있었다. 붉은 색은 적의 상징이었고, 함부로 써서도 안되는 상서롭지 못한 이미지의 컬러였다. 심지어 빨간 펜으로 이름을 쓰면 그 이름의 주인공이 죽는다며 저주가 담긴 말을 들었고, 운동회때도 청군과 홍군으로 나뉘어야 마땅하지만 빨간색은 안된다며 아무 근거도 없이 백군으로 바뀐 사실도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2002년 붉은 셔츠의 물결이 온 시내를 뒤덮으며 레드 콤플렉스는 서서히 잦아들었고 지금은 집권당의 상징 색이 붉은 색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선거때면 불현듯 인지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들 마음 속 깊숙한 곳에 “붉음”이 주는 이미지는 대개가 생각하는 그것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영화 붉은 가족은 김기덕 감독 기획 작품이다. 비록 메가폰은 이주형 감독이 들었지만 이곳저곳에서 냄새가 난다. 심지어는 이 영화 일부 장면은 분위기가 전혀 다른 피에타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남파 간첩으로 마치 한 가족인 양 살고 있는 4명의 고정간첩들, 이들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고 북에 두고 온 진짜 가족의 안위를 책임지는 것이다. 오늘 임무를 완성하면 언젠가 그리운 가족을 만날 수 있겠지 라는 희망을 안고 살지만 가랑비에 옷깃 젖듯 이들이 보고 느끼는 자본주의의 훈풍은 서서히 이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특히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 같은 이웃집의 난리 블루스는 이들에겐 크나큰 문화 충격이다. 長幼有序, 夫婦有別 이런 건 찾아 볼 수도 없고 사채에 시달리는 부인과 뭐하며 사는지 알기 어려운 남편, 그리고 부모에게 반말을 툭툭 내뱉는 아들까지, 이들의 행동과 말투는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고정간첩들에게도 적응하기 힘들게 한다.

 

 

 


영화는 상당히 오래 시간을 간첩들의 일상을 보여주는데 할애한다. 탈북자 중에서도 북한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제거하거나 간혹 아주 어린 아이까지 죽여야 하는 비정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다. 그러나 각자가 가지고 있는 핸디캡과 그들을 조종하는 또 다른 간첩들의 정체들이 밝혀지면서 ‘남의 나라’에서 숨어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결코 간첩을 미화하거나 적대시하려는 의도는 거의 없어 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간첩의 모습 말고 이들 역시 누군가의 엄마와 아빠고 남편이고 딸이라는 설정은 이내 가족이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된다. 이웃집과의 빈번한 만남이 그들의 조금씩 변화하게 만들었고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또 다른 환경들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에 환멸을 느끼게 했다면 그 결론은 반드시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영화는 김기덕 하우스 무비의 일환이다. 영화는 영화다 이후, 풍산개와 배우는 배우다, 신의 선물(미개봉)등 일련의 김감독 기획 작품들은 그가 내세우는 역량있는 신진 감독의 손에서 덜 “김기덕스러운” 영화들로 세상에  선을 보이는 셈이다. 이번 영화 붉은 가족도 일본 도쿄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고 거기에 고무되어 개봉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 상영시 일본 관객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강렬했던 이유도 결국 가족 해체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절의 애틋한 공감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해본다. 위정자들이 정해놓은 고정화된 이데올로기의 틀에서 벗어나 가족의 의미를 한 번 정도 생각해본다면 이 영화의 다른 면을 보게 될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붉은 가족 (2013)

7.8
감독
이주형
출연
김유미, 정우, 손병호, 박소영, 강은진
정보
| 한국 | 99 분 | 2013-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