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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해! 진영아 - [리뷰] 사춘기와 갱년기사이 어디쯤에서 서성거리다

효준선생 2013. 10. 31. 09:00

 

 

 

 

 

 

   한 줄 소감 : 억지로 철이 든 척을 한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에 누가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요즘 사람들은 100년 전 여기 살던 사람들과 비교하면 적어도 10살 정도는 더 어린 것 같다고, 그건 그만큼 철들 나이가 늦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생리적 나이는 비록 서른이지만 사회적 나이는 스물에 불과하다는, 그런 이유로 왜 이렇게 철이 안들었냐고 묻기 전에 좀 더 기다려 줄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그럼 스물 다섯 살은 아직 성인도 아니란 말인가 보다.

 

 

 


나이 서른, 변변한 직업도 없이 배다른 여동생 집에 얹혀사는 언니, 좀비가 나오는 시나리오를 쓴다고 하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 거기다 동생에겐 자격지심을 갖고 있고 안되겠다 싶어 점집 주인 아이들에게 과외를 해주고 용돈이나 챙기는 신세다. 물론 남자친구도 없고 그 흔한 연애도 경험해 본 바 없다. 생리불순이라는 진단을 내린 산부인과 의사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까닥 잘못하면 갱년기가 올 지도 모른다고 한다.

 

 

 


사춘기 지난지가 엊그제 같은데 갱년기라니 그녀의 올해 나이 딱 서른이다. 영화 사랑해, 진영아는 주인공 김진영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비교적 디테일한 일상 속에서 사람이 성장한다는 건 때를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과 만나 어떤 관계를 맺는 지에 달려있음을 언급한다.

 

 

 


묘하게도 이 영화에서 그 사람관계란 가족이다. 아빠가 아닌 엄마라는 사실을 주목한다. 진영이와 동생 자영이에겐 아빠가 연결고리인 셈이지만 영화 속 아빠는 일찍 죽고 자리를 엄마에게 빼앗긴 신세로 잠시 나올 뿐이다. 대신 엄마의 역할이 이상스럽게도 강렬하게 나오는데 그 이유가 있다. 어린시절 아빠가 밖에서 데리고 온 동생에게 남다른 경쟁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고 부모님도 동생에게만 관심을 쏟는 것 같으니 동생이 고울 리가 없다. 비록 경제적 이유로 다큰 동생에게 빌붙어 살지만 마음 속 응어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영화가 초보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자아 찾기에 몰두하는 사이, 서브플롯이라고 할 수 있는 동생과 그녀의 친구와의 묘한 관계는 이 영화 제작의 모티프가 된 단편 진영이에서의 퀴어적 요소를 그대로 옮겨왔다. 진영이도 그런 감정을 느끼고 동생 자영과 그녀의 친구 사이에서의 성적 정체성은 다소 불편해 보일 수도 있지만 성장기 시절 아빠의 부재로 인한 결핍의 보충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여자로서 일을 통한 사회적 성공과 이성과의 만남을 통해 사랑을 완성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비교적 일반화된 성장이 이 영화에선 덜그럭거리며 표현된다. 그 자체가 진영이라는, 우리 주변에서 찾기 어렵지 않은 이름과 낯설지 않은 비주얼의 소유자를 내세워 "당신은 이제 다 컸나요?" 라고 묻고 있다.

 

 

 


진영이는 우리의 여동생일 수도 우리의 누나 일 수도 있겠다. 그녀가 혹독하다시피 사회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 혹여라도 자기가 꼭 해보고 싶은 일(시나리오 작가로 성공하기)을 버리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걸로 변경된다면 그건 다소 아쉬운 모습이다. 학교때 만난 선배이자 영화 감독의 배려로 작은 영화의 작가로 등단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타의의 배려가 있어야만 진영이가 행복해지는 것도 아련하다.  친 엄마가 아니라는 이유로 치매노인 요양원에 두고 가끔은 거리를 느꼈던 그 사람이 어느새 내 곁에서 ‘내 딸’ 이라고 부르는 모습이 생경해 울먹거린다면 아직도 진영이는 더 커야할 이유가 있다.

 

 

 


마치 다 자란 것 같은 ‘어른 아이’. 얼마나 더 커야 비로소 옛날 사람들이 말하는 成人이 되는 걸까 그걸 안다면 정말 聖人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진영이보다 더 나이가 들었는데도 여전히 철없는 아이같은 마음으로 사는 나에게도 전해지는 울림이 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영화 보는 내내 이 배우의 이름이 정말 궁금했다. 눈 여겨 볼 만한 신예 전수진 (사진은 (주) 인디스토리 제공)

 

 

 

 

 

 


사랑해! 진영아 (2013)

8.7
감독
이성은
출연
김규리, 박원상, 윤소정, 최유화, 전수진
정보
드라마 | 한국 | 102 분 | 201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