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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야관문 : 욕망의 꽃 - [리뷰] 응어리진 마음앞에 떨리는 용서의 손

효준선생 2013. 10. 31. 08:02

 

 

 

 

 

 

    한 줄 소감 : 낯익은 소재를 끝까지 감추고 긴장감으로 밀어붙이다

 

 

 

 

 

 

관문초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자양강장제로서의 약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그냥 씹어 먹어선 효과가 없고 술에 담아 오랫동안 묵혀놨다가 마셔야 비로소 효험이 난다고 하니 자연친화적인 비아그라인 셈이다. 그런데 영화 야관문 : 욕망의 꽃에선 제목만큼이나 정력적인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력이 쇠해서 오늘 내일 하는 한 노인의 자기 욕심과 그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한 여인의 의뭉스러운 눈빛이 가득 담겨져 있다.

 

 

 


미스테리 스릴러물을 방불케 하는 설정도 들어 있지만 초반부에 드러나는 장면들은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와 이제 스물 여덟인 젊은 여자의 어색한 동거가 만들어내는 기기묘묘한 분위기 탓에 불륜급 드라마의 연장은 아닐까 하는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동안 영화 출연을 하지 않았던 신성일과 아직은 신입급 연기 경력을 가지고 있는 배슬기의 생경한 조합이 마치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의 천륜을 저버린 억지스러운 성애장면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기대감(?)으로 이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사람 사이엔 그런 장면은 없다. 어부지리를 얻은 사람이 등장하고 노출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 노출은 극을 좌지우지 할 정도의 폭발력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노출이 빈번해 보이는 이유는 여자의 과거때문이기도 하고, 정말 가진 것 없는 연약한 여자로서 살아야 할 이유를 버릴 수 없게 하는 정도의 정신력이라면 못 할 것이 뭐가 있나 라는 설정을 그렇게 그려낸 것이다.

 

 

 


포스터엔 욕망이라는 단어가 크게 부각되지만 욕망보다는 복수와 용서라는 단어가 더욱 적절해 보였다. 왜 결혼도 안한 젊은 여자가 다 늙은 남자의 수발을 들러 이 집까지 오게 되었는지, 자신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도 있으련만 죽음 앞에선 그토록 한없이 위축되어야 하는 건지, 오버랩 되는 후반부의 내러티브는 충분히 공분을 불러일으킬 법 하다.

 

 

 


말 그대로 추측만 가능했던 설정들이 후반부에 압축되어 드러나고, 그것이 비록 좀 올드한 신파적인 내용일지라도 결국은 사랑 앞에선 인간이 저런 생각도 할 수 있게 되겠구나 싶었다.

 

 

 


추리소설 같은 플롯에 많지 않은 등장인물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자신만의 의도를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쯤되면 배슬기가 연기한 연화라는 캐릭터가 무척이나 궁금해질텐데 그녀의 과거 뿐 아니라 오늘과 내일도 궁금해진다.

 

 

 


모종의 해프닝으로 야기된 삐딱한 시선으로 이 영화를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약초를 먹었더니 기적을 보았네 하는 일은 현실에선 기대난망인 세상을 살고 있다. 그나저나 야관문초가 품귀현상을 보이는 건 아니겠지. 그건 이 영화가 흥행된다는 전제에서 가능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야관문 : 욕망의 꽃 (2013)

3.1
감독
임경수
출연
강신성일, 배슬기, 유태웅
정보
미스터리, 로맨스/멜로 | 한국 | 95 분 | 201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