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응징자 - [리뷰] 가진 게 없어 잃을 것도 없다

효준선생 2013. 11. 1. 08:07

 

 

 

 

 

   한 줄 소감 : 서로 만나지 말았어야 할 악연, 누구에게나 있다.

 

 

 

 

 

구라고 하기엔 너무 막나갔다. 같은 반이면서도 어찌나 그토록 들들 볶는지, 세상에선 왕따라고 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괴롭히는 그 녀석을 보면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꿈틀거린다. 그나마 유일하게 내 편이 되어 주는 여자 친구의 위로가 힘이 되지만 그녀마저 농락의 대상으로 삼은 그 녀석을 가만 둘 수가 없다. 그게 사는 이유라면 믿겠는가.

 

 

 


영화 응징자는 딱 두 사람만 등장하는 영화처럼 보인다. 물론 조연들도 적지 않게 등장하고 이야기 구조도 민망하지 않을 수준이지만 두 주연 남자 배우에게 꽂힌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길 여유는 없었다. 두 사람이 링에 올라 툭툭 내던지는 잽과 훅을 감상하노라니 간혹 등장하는 라운드 걸 말고는 눈길이 돌아갈 틈이 없다. 대신 연신 얻어터지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두 녀석의 악연이 어느 선에서 끝날지 그게 궁금해졌다.

 

 

 


학창시절 잠시 스쳐가는 바람 정도로 알았던 이들의 운명은 가해자에게 쉽게 잊혀지겠지만 피해자에겐 평생의 상처로 남았다. 오래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사회에서 다시 만나니 한동안 품고 살았던 분노의 응어리가 용암처럼 꿀럭꿀럭 넘쳐났다. 두 야수의 대결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영화의 도입부는 고등학생 신분이었던 과거를 보여준다. 시다바리 수준으로 같은 반 급우를 괴롭히는 걸 재미로 삼은 부잣집 아들 창식과 병든 할머니와 사는 가난한 준석.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 이렇게 세 사람의 만남은 차라리 없었으면 좋았을 뻔했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그들의 학창시절의 기억은 조각나고 말았다.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 다시 만나게 된 그들은 과거의 상처를 두고 복수와 응전으로 거듭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독특한 건 준석의 복수 방법이었다. 자신에겐 엄청난 상처를 안겨준 그 녀석을 향한 복수가 일견 유치할 정도로 까지 보인다. 심지어는 노골적으로 맞기까지 한다. 대체 그가 생각하는 복수라는 건 어떤 의미였을까 여전히 그는 혼자 살고 과거 학원 폭력 사태의 당사자라는 이유로 취업도 잘 안되는 그의 면면을 보면 그런 행동이 잘 이해가 안된다.

 

 

 


하지만 여전히 어린 시절 구원의 응어리를 풀지 못한 배경엔 그래도 같은 반 급우였다는 연민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혹은 여린 마음이 그때도 지금도 여전해서는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한국 영화 배우 중에서 껄렁거리는 연기로는 최고라 할 수 있는 양동근은 부잣집 철없는 외아들로 나와 극의 긴장감과 이완을 자유자재로 조성해가는 오랜만에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모습을 보인다. 비록 미움살이 톡톡 박힐 만한 캐릭터지만 그만큼 연기를 잘했다는 반증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니 잃을 걱정도 없다는 말처럼 몸뚱아리 내 던져 자신의 마음속에 간직한 그녀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라며 순정파의 모습을 보이는 준석과 또다시 그에게 다가선 한 여인의 아픈 사연이 반복되며 결국은 악연의 끈이 지금껏 이어지고, 파국이 아니라면 끝날 것 같지 않은 정황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냥 친구로 지냈다면 서로에게 의지하거나 도움을 주고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어쩌다 이 지경에 왔는지, 말로만 동창생일 뿐 이들의 운명도 기구하다 싶었다. 응징이라는 살벌한 단어로 이들의 관계를 정의하기는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주목할 만한 신예 배우 셋,  준석의 고등학생 역할을 한 김권(영화 명왕성에서의 그였다), 그의 여자친구 강복음, 그리고 성인 준석을 기다리는 여자 나현주(박한별과 윤유선을 조금씩 닮은).

 

 

 

 


응징자 (2013)

8.3
감독
신동엽
출연
양동근, 주상욱, 이태임, 장태성, 강대현
정보
액션, 스릴러 | 한국 | 103 분 | 201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