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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텔레비전 - [리뷰] 새로운 것을 향한 호기심은 말릴 수 없다

효준선생 2013. 10. 30. 07:09

 

 

 

 

 

 

   한 줄 소감 : 세대간의 소통 문제, 방식의 차이에서 오다

 

 

 

 

 

보상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반세기 넘게 한국인의 안방극장으로 자리매김한 물건이 있다. 또 세상에 나온 지 20여년 된 들고 다니는 전화기도 거기에 덧붙여 본다. 둘다 내가 있는 세상 저편의 공간과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문명의 利器다.

 

 

 


하지만 이런 물건들의 등장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말이 천하의 법령이며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로서의 권위가 서질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모하고 특히 젊은이들의 새로운 세상, 새로운 물건에 대한 호기심은 결코 이겨낼 수 없는 거센 파도와도 같다.

 

 

 


영화 텔레비전은 방글라데시 어느 작은 어촌을 중심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세상의 문물에 대해 두 세대가 각각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상당히 유쾌하게 그려낸 사회 코미디다. 워낙 접하기 힘든 나라의 영화라는 선입견만 버린다면 인도 영화와도 비슷하고 우리들이 이미 겪었던 60,70 년대 어느 농촌의 격변기를 닮은 것 같기도 해서 공감이 된다.

 

 

 


초로의 촌장을 중심으로 마을의 질서가 유지되는 공간, 이들을 유혹하는 첫 번째 물건은 휴대폰이다. 장사를 하는 촌장의 아들은 휴대폰을 갖고 싶지만 아버지의 극렬한 반대로 그러질 못한다. 부하직원의 재치로 겨우 휴대폰은 마련했지만 하나를 가지면 다른 것도 갖고 싶다고 이어 컴퓨터에도 욕심을 낸다. 이어 마을의 선생이 자신은 이슬람교가 아닌 힌두교라는 이유를 들어 텔레비전을 들고 들어오면서 마을은 온통 난리가 나고 작은 화면을 통해 들여다 보는 이질적인 영상에 촌장을 비롯한 원로들은 불안해하며 젊은이들과 맞선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덕목은 바로 소통에 있다. 한 세대, 겨우 30년 나이차에서 오는 생각과 관념의 차이가 텔레비전이라는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개방이냐 아니면 보수냐의 갈등을 야기하고 그걸 풀어가는 데는 서로의 무력충돌이 아닌 스스로의 깨달음에 있음을 유머러스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 탓에 신문에 나오는 사진은 사전에 종이로 덮어놓기도 하고 성지 순례를 갈 때 반드시 있어야 하는 여권을 만들기 위해 찍는 사진조차도 마뜩치 않아하는 구세대와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면서 아버지이자 절대권력인 아버지를 향해 시위를 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세월에 따라 세상을 바뀔 수 밖에 없다는 화두가 떠올랐다.

 

 

 


실제로 영화 속 텔레비전은 다음 세대에게는 큰 작용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치 코너에 몰려 그로기 상태가 된 채로 허둥거리는 구세대에게 희망의 메시지처럼 등장했다. 그것이 다음 라운드를 향한 잠시의 휴식시간인지 아니면 코치가 던지는 항복의 흰 수건인지는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다는 그곳 사람들에게 텔레비전은 구세대와 신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똑똑한 바보상자’가 되길 바란다.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인도어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방글라데시 사투리와 영어가 섞인 말투라고 하며 개중에는 아마추어 연기자들도 적지 않다. 그런 이유로 보다 핍진한 상황전개와 어딘지 모르는 순수함이 더욱 잘 전달되었다. 소통의 부재, 갈등, 해소의 전이과정 말고도 사장과 직원 간의 삼각관계의 연애담 역시 자유연애에 대한 이들의 시선을 엿볼 수 있으며 여전히 남아있는 여성 차별에 대한 풍자도 곁들여 놓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텔레비전 (2013)

Television 
9.5
감독
모스타파 사르와르 파루키
출연
카지 후다 샤히르, 모샤라프 카림, 찬찰 초두리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방글라데시, 독일 | 106 분 | 201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