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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애의 기술 - [리뷰] 낯선 곳에서 만난 내 반쪽

효준선생 2013. 10. 28. 08:04

 

 

 

 

 

 

    한 줄 소감 : 풍광은 무척 아름답지만 그곳에서의 사랑은 덜 익은 망고 같다

 

 

 

 

 

 

행지에서 만난 인연은 유난히 각별하다. 낯선 공간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도 많고 비교적 꾸미지 않은 모습을 상대에게 보이고 분위기에 취한다면 못할 말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고 나면 세상을 나눠 가질 것 같았던 그 연분이 어쩐지 거짓이나 불완전한 것 같이 이내 추억에다 담아두곤 잊게 된다.

 

 

 


출근하고 근무하고 퇴근하는 루틴한 일상에서 여행은 삶의 활력이 되는 건 맞지만 직장인에게 장기 휴가란 꿈과 같은 일이다. 누구처럼 회사를 그만둘 배짱이 있지 않다면 그저 생각만 하고 말텐데, 집요하게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가 있다거나 타로 점을 보았는데 해외에서 짝을 만날 운수라 한다면 있는 휴가 박박 긁어 한번 쯤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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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애의 기술은 오피스 레이디 두 사람이 진력이 난 회사생활을 뒤로 한 채 필리핀 세부로 일단 떠난다는 해프닝을 담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다. 공항에서부터 짐을 잃어버린다는 코미디가 앞장서지만 넘실대는 푸른 파도가 있고 몸매 좋은 이성이 대시라도 한다면 그녀들의 여우 심리도 들썩거릴게 분명해 보였다.

 

 

 


이 영화 제목 연애의 기술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기술은 '테크닉'이 아닌 써내려가다 라는 '記述'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녀들이 세부까지 간 목적이 새로운 이성을 만나기 위해서라는 전제도 깔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아마추어처럼 서툴러 보였다. 일단 사람 볼 줄도 모르고 낯선 사람의 호의와 입발린 소리에 동공부터 풀리는 거 보니 그런 마음으로서야 어찌 평생의 반려를 만날 수 있겠는가 차라리 그녀들이 좌충우돌하며 서로의 인연을 찾아보는 과정을 그린다는 의미에서 후자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필리핀의 풍광은 ‘天惠’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곳으로 여행을 간 젊은 한국 여성과 그곳에서 자수성가하며 공장을 운영하는 젊은 남성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니 필리핀은 관광지로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망고 가공공장에서 근무하는 일꾼으로 나오는 필리핀 처자의 이야기도, 현재도 그곳에서 일개미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얼핏 나오는 장면에서 만약 그들이 일에 지쳤다면 과연 회사에 휴가를 내고 한국으로 리플레시 휴가를 올 수 있을까 하는 오지랖 넓은 생각도 든다.

 

 

 


인연은 분명 따로 있어 보인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는 만나겠지만 망고나무처럼 붉은 잎이 나중에 푸르게 변하면 낙엽이 되는 것처럼 인연을 맺어준다고 하니, 필리핀의 망고는 맛도 좋지만 인연의 끈이 되는 모양이다.

 

 


화끈한 노출은 몇 장면 없지만 두 명의 “수아” 들은 알아서 즐거워 한다. 하기사 그렇게 풍광좋은 곳에서 로케이션을 한 영화에 참여했으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대신 평생의 반려자가 아닌 영화를 위한 상대역이라는 점만이 아쉽지 않았을까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연애의 기술 (2013)

8.8
감독
이수성
출연
홍수아, 서지석, 한수아, 차지훈, 주아성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89 분 | 201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