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코알라 - [리뷰] 젊음, 결코 비루하지 않음에 대하여

효준선생 2013. 10. 27. 07:30

 

 

 

 

 

이상 88만원 세대의 이야기는 새롭지 않다. 주변에 널린 게 그들이고, 그들이 마치 청년 시대의 청산되어야 할 불운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났지만 형편은 결코 좋아지거나 개선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다. 아니 그 이후에 등장한 후배들 역시 그들 뒤를 따라가는 형국이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겐 생존이나 다름없는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세상은 사실 냉혹하다 못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최저 임금 몇 백 원을 올려주면 마치 회사가 망할 것처럼 엄살을 떠는 그들에겐 호의적이면서도 올려주었으면 하는 일하는 사람들을 향해선 참으라고만 한다. 영화 코알라는 바로 이런 시대를 사는 30대를 목전에 둔, 그리고 20대를 갓 넘긴 세대들의 동병상련을 비교적 유쾌하면서도 애틋하게 담아내고 있다.

 

 

 


학교라는 온실에 있을 때만 해도 나중에 뭔가 한 자리 하고 있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산다. 요행스럽게 직장을 얻거나 혹은 자기가 원하는 배우 일을 하고 있어도 그들에겐 채울 수 없는 갈증이 있다. 앞으로 나갈 수 없게 감춰진 사회의 장벽 때문이다. 그걸 넘을 수 있는 방법도, 자신들을 후려갈기는 듯한 채찍도 피할 길은 많지 않다. 정글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는 길은 현실을 잊을 수 있게 취해버리거나 남들을 꺾고 이기는 것  뿐이다. 학교에선 차마 가르쳐주지 못하는 것들이다.

 

 

 


친구 사이인 종익과 동빈, 둘은 연기학원에서 만나 친구가 되고 몇 년 뒤엔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창업을 결심하고 의기투합한다. 잘나간다는 아이템, 수제버거 전문점이다. 주변의 도움을 받고 점포를 오픈하긴 했지만 어설픈 판촉과 주변 환경의 급변들로 그들의 사업은 지지부진하기 이를 데 없고 더불어 그들의 사생활도 엉망이 되어간다. 포기냐 재기냐를 고민하던 그들 앞에 또 하나의 88만원 세대인 우리가 나타나고 세 사람의 하루하루는 환호와 허탈을 오고 간다.

 

 

 


이 영화는 젊은 세대의 창업과정을 통해 남의 돈을 내 것으로 만든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고 세상일이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것도 말하고 있다. 믿었던 선배는 모리배 같은 모습에, 까칠한 손님들은 서로 자신의 비위를 맞춰달라고 투정을, 여전히 아마추어 같은 두 명의 사장님과 한 명의 종업원은 우왕좌왕한다.

 

 

 


이들은 마치 미로에 빠진 어린 생쥐 같다. 장사로는 부족해 알바를 하는 과정도 순탄치가 않다. 기성세대들은 그들이 가진 마지막 총알인 몸을 유린하려 들고 그 과정에서 갈등하는 모습도 애처롭게만 보인다. 현실을 잊기 위해 수시로 드는 술잔에 비친 그들의 모습이 깨고 나면 모두가 허망한 것들이고 그들을 기다리는 현실은 얼마 안 되는 은행잔고일텐데 하는 생각에 안쓰러웠다.

 

 

 


여러 차례 등장하는 햄버거를 만드는 과정은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주고 그래도 희망은 있지 않겠나 싶게 포기하려 들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안도하게 된다. 이 영화는 결코 젊음을 상투적으로 미화하거나 파괴적 위안만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스스로가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지켜봐줄 뿐이다. 현실과 괴리되는 성공담도, 흔해 빠진 연애담도 없다. 그런 점이 좋다. 젊다는 건 나이 들어 뭔가 해보려 해도 운신조차 어렵다는 것의 반대가 아닌가 그들의 전도양양함을, 그들을 그려낸 영화 코알라를 응원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코알라 (2013)

9.6
감독
김주환
출연
박영서, 송유하, 박진주, 박용연, 문선용
정보
드라마 | 한국 | 100 분 | 201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