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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범 - [리뷰] 네 목소리가 들려, 누군지...

효준선생 2013. 10. 26. 07:09

 

 

 

 

 

 

    한 줄 소감 : 그 아버지의 자애는 고슴도치 사랑이었네

 

 

 

 

 

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하지만 애착이 지나치면 보는 사람이 불편하게 여길 수도 있다. 흔히 집시라고 알려진 유럽의 떠돌이 민족 로마, 그들은 어린 아이들을 유괴해 마치 제 자식인 듯 키운다고 한다. 졸지에 멀쩡한 유럽의 아이들이 현대판 노마드로 살아야 한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영화 공범을 보면서 제목이 주는 함께 범죄를 공모한 자가 대체 누굴 말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영화에서 이 부분을 확실하게 적시하지만 본인이 인지 못하는 경우에도 이를 공범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영화가 끝나고 나니 이 영화엔 공범 뿐 아니라 다들 일정수준의 피해자들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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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결핍 상황이지만 그런대로 서로를 보듬고 살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삶이 균열되기 시작한 건 과거의 사건이 현실이 되어 죗값을 치루길 모든 사람들이 바라면서였다. 바로 공소시효, 아동유괴와 살해와 관련,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설사 진범이 밝혀진다고 해도 더 이상 죄를 물을 수 없는 상황이 이 영화에선 다시금 불거져 문제시 된다. 그리고 그 범인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라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꺼리가 수도 없이 등장하는 요즘이다. 또 아동 유괴와 관련된 영화들도 반복적으로 개봉하고 있다. 이 둘을 엮어 놓고 보니 영화 공범은 아쉽게도 그들 범주에 들고 만다. 그런데 이런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에 딱하나 이질적인 것은 “왜?” 라는 범행 동기였다.

 

 

 


아이에 대한 사랑이 거의 집착 수준인 건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였던 모양이다. 설사 아내가 어디선가 데리고 들어온 아이라 해도, 설사 다른 사람의 아이라 해도 내가 거두어 키울 수 있는 아이라면 그 아이는 제 살을 떼어 만든 제 자식이라는 생각은 남자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런 자식이 조금씩 커가며 남부럽지 않게 살게끔 돌봐주려는 건 아버지의 마음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힘들다. 그 때문에 예의없는 것들로부터 수모를 당하면서도 일을 놓지 않는 이유도 부모란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한 그 이상의 마음을 담아 두고 살아서 였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고픈 속죄의 그것이었는지도. 

 

 

 


아버지와 딸만의 공간, 서서히 그림자가 들고, 다시 불거진 과거의 사건은 단지 목소리라는 유일한 단서 하나로 의심할 수 없는 사람을 의심하게 되고 그 반복되는 의심 속에서 시간은 흘렀다. 이제 더 이상 단죄할 수 없는 법외 상황이 부녀에겐 홀가분한 면죄부의 힘이 될 법한데도 그러질 못하는 이유는 자명했다. 법의 잣대가 아닌 인간이 가진 양심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미스테리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강렬한 드라마 요소가 깔려있다. 아버지를 오래전 사건의 진범이라고 의심을 하는 딸,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밝혀지면서 저런 오픈된 정보를 보고도 아버지를 범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오히려 반전 인물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두 가지 정황, 유괴 사건의 진범은 누구인지, 그리고 과도하게 설정된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주는 애매한 시선들, 비록 10여년이라는 시간차는 존재하지만 결국 같은 궤도를 돌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사살에 가깝다. 

 

 

 


99%의 의심을 확인하는 시간이 이 영화 전체 러닝타임이라면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던 부성애의 존재는 100%의 진실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하지만 모두가 불행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의 시작도 바로 그 부성애 때문이었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그 시절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진실이라든지, 양심이라든지 결국은 다 드러났지만 그렇다고 행복해 하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다면 차라리 그냥 덮고 사는 게 또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많이 아프지만 사람으로 태어난 원죄라고 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공범 (2013)

8
감독
국동석
출연
손예진, 김갑수, 강신일, 임형준, 김광규
정보
스릴러 | 한국 | 201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