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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터 노바디 - [리뷰]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효준선생 2013. 10. 18. 08:05

 

 

 

 

 

   한 줄 소감 : 인생은 자연의 섭리마저 거스를 수 있을까

 

 

 

 

 

 

 

신에게 인생은 어떤 의미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라는 상식적 질문을 던지고 나서 혹시 이런 삶 중의 하나는 아닌지요? 라고 재차 물어보는 영화 한편이 등장했다. 영화 미스터 노바디는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그가 겪는 다양하고도 범상치 않은 모습을 통해 타인에게 사는 건 나쁜 것과 좋은 것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그저 살아가고 있는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조심스러운 해답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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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니모의 삶을 이야기하기 전 영화는 오프닝을 통해 비둘기의 행동심리를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이른바 조건반사와 비슷하다. 발로 벨을 누르면 먹이통의 문이 열리는 구조의 밀폐된 방, 비둘기는 열심히 벨을 누르고 잠시 후 열리는 먹이통에 고개를 처박고 열심히 식욕을 채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벨을 누르지 않아도 문이 열리는 걸 보고는 잠시 의아해 한다. ‘내가 무슨 짓을 했기에 문이 열리는 걸까?’ 우연히 날개 짓을 하는 순간에 문이 열리자 비둘기는 ‘아하, 날개 짓을 하니 문이 열리는 구나’ 하며 아무 인과관계도 없는 날개짓을 했다는 것이다.

 

 

 


인간보다는 지능이 떨어지는 비둘기의 사례를 통해 이 영화는 대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일까? 무려 9가지의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 니모는 정형화된 캐릭터가 아니다. 예전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서 사용된 바 있는 선택 후 그 후일담을 보여주는 것처럼 구성된 이 영화는 9살 니모와 그의 부모의 이혼, 그리고 누구를 따라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하게 된다. 사실 이 영화는 이때부터가 본격적인 이야기 시작점이다.

 

 

 


다시 말해 아버지를 따라간 니모, 그리고 어머니를 따라간 니모로 나누고 그 뒷이야기를 교차 편집해서 보여준다. 하지만 그 뿐이 아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텔링은 말 그대로 뒤죽박죽이다. 커다란 줄기는 니모의 연애담이지만 118살의 니모가 임종을 앞두고 찾아온 어느 기자 앞에서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불쑥 주름이 자글거리는 노인이 끼어들어 과거를 복기한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는다. 선택은 또 다시 두 가지 선택을 하게하고 그 선택 안에서도 경우의 수를 언급한다.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나뭇가지 혹은 토너먼트 대진표처럼 생겼다고 하면 맞을 것 같다.

 

 

 


니모에겐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물론 두 가지 선택 속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순차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악몽인가 싶어 깨고 나면 다른 아내와 아이들이 자신을 반기고 있고 또 다른 아내는 심한 병에 걸려 있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니모가 가장 연민을 갖고 사랑한 사람은 안나다. 엄마의 새 남자친구가 데려온 여자아이였는데 그의 부모 입장을 놓고 볼때 그 둘은 결코 커플이 될 수 없는 사이였다. 헤어진 채로 시간이 훌쩍 지나 어른이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운명의 끈은 그 두 사람을 하나의 울타리에 던져 놓고 서로를 찾아보라며 힘들게 한다.

 

 

 


영화 미스터 노바디는 딱히 하나의 장르로 정의할 수는 없다.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니모를 가끔은 곤혹스럽게 만들거나 가끔은 행복하게도 한다. 그러나 기본적인 정조는 슬픔이거나 두려움, 고통이다. 주변사람들에 의해, 혹은 사고로 인해, 그와 옆 사람들은 시련을 겪는다. 그리고 그 해결과정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도 않는다. 삶 자체가 늘 불명확한 것처럼.

 

 

 


9살과 15살 그리고 34살의 니모, 그리고 그를 만났던 여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일견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순탄치만은 않은 그들의 일상은, 산다는 건 수많은 인연, 그리고 선택의 결정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가는 하나의 업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견상으로만 보면 지극히 서양적 컨텐츠들의 축적임에도 핵심엔 동양 철학, 특히 莊子의 사상이 다분했다. 시공을 초월하고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삼라만상속의 나를 그리고 있다. 호접몽처럼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것인지. 저 멀리 화성에 가서 두리번거리는 것도 내 실존인지 아니면 쓰고 있는 소설 속의 나인 것인지 모호했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 중간중간에 과학적 논리를 통해 인생의 역정이 지구라는 공간 안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물리학, 역학의 이론이 수시로 등장하며 결국 인간의 삶이란 자연을 벗어날 수 없고, 그 안엔 사람이기에 가능한 심리적 기제도 한 몫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영상으로 표현해내기 위해 뜻밖의 상당한 수준의 SF적 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되었다.

 

 

 


2092년엔 이 지구에 어떤 모습의 사람들이 살고 있을지 모르겠다. 인체의 한 부분을 기계로 대체한 사이보그들만 살게 될지 아니면 니모처럼 자연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존재할 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인간이 산다는 것에 대한 절대적 진리는 바꿀 수 없을 것 같다. 비록개개인의 가치관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해도, 어차피 이 세상에 왔다가 조용히 스러지는 것 자체가 섭리라는 생각이 든다. 상징과 은유가 많아 誤讀하기 쉬운 영화지만 한 번 쯤 본 것과 보지 않은 것에 차이가 명확한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미스터 노바디 (2013)

Mr. No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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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자코 반 도마엘
출연
자레드 레토, 다이앤 크루거, 사라 폴리, 린 당 팜, 리스 이반스
정보
판타지, 로맨스/멜로, SF | 캐나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 138 분 | 201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