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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에 빠진 것처럼 - [리뷰] 사랑은 결코 일방적이지 않아요

효준선생 2013. 10. 18. 12:30

 

 

 

 

 

    한 줄 소감 : 그녀는 갇힌 새가 아닌가  세파와 남자들에 의해...

 

 

 

 

 

 

쿄의 여대생 아키코의 이야기는 좀 슬픈 자화상이다. 그녀는 학비를 벌기 위해 밤일을 하고 있다. 그녀를 관리하는 남자에게 오늘도 일을 하러 가라는 반강제적인 오더를 받는다. 하지만 오랜만에 시골에서 올라오신 할머니조차 만날 여유가 없다. 그렇게 찾아간 80대 노신사의 집,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과연 찾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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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일본 배우들과의 협업하여 찍은 영화 사랑에 빠진 것처럼은 현대를 살아가는 일본의 젊은 여성의 초상을 통해 무엇이 올바른 삶의 가치인지, 그리고 낯선 타인에 대해 느낄 수 있는 관심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에 대해 좁은 각도에서 살펴보고 있는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의 뭉치들이다.

 

 

 


예쁘고 매력적인 스물 남짓의 묘령의 아가씨가 어두컴컴한 카페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하며 누군지도 모르는 뭇 남자들과의 하룻밤 대가를 통해 삶을 유지해나간다는 사실자체가 충격적일 수 있다. 흔히 포주라고 불리는 중간책을 통해 소개를 받는다는 것 말고는 속칭 부르면 오는 여자의 범주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밤 생활을 제외하면 평범한 여자의 그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그녀가 좋다고 따라다는 남자도 있다. 그러나 표면적인 그녀의 모습이란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비단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젊고 예쁜 여자에게 혹하지 않을 남자 없지만 사회적 명망도 있고 학식도 있는 노신사에게 과연 이런 여자의 밤의 방문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설사 성행위를 수반하지 않는다고 해도 할아버지와 손녀쯤으로 보이는 관계에서의 만남이라는 건 껄끄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회 통념에서 어긋나는 부정한 관계의 나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서술은 배우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고 가끔은 그것들이 위압적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느껴질 법도 하지만 현대인들에 아주 낯선 것들은 아니었다.

 

 

 


카페에서의 포주와 아키코와의 대화, 아키코에게 남겨진 할머니의 전화 메시지, 노신사와 아키코와의 대화, 노신사와 아키코의 남자 친구와의 대화, 아키코와 이웃집 아줌마의 대화로 이뤄진 이 영화는 중간 이동 과정을 제외하면 이렇게 대화로 발생한다. 상징적인 것 중의 하나는 이동 과정에서는 모두 차 안에서 일어난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배우들의 모습이 단절된 세상과의 격리, 혹은 거친 세파로부터의 온실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관계의 미학을 논하고 있다. 불편할 수밖에 없는 남녀 관계가 혈연관계로 인정되고 그래서 수긍했던 것들이 노출될 때 과연 어떤 일들이 발생할 것인가에 대해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자를 학교에 데려다 준 할아버지가 하룻밤을 위해 자신의 여자친구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인 고객이었다면 그 분노의 양상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들이다. 이외에도 주변의 시선들은 다양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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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이 영화는 아주 좁은 공간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오해와 이해가 엇갈리며 얘기를 풀어가고 있다. 외국인 감독이 다른 나라의 사정에 대해 이 정도의 이해를 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일본이 보는 이란의 시선은 우리와는 좀 다르겠지만 바다 건너 한국에 와서 이런 영화를 찍었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불러왔을까

 

 

 


가진 것이 없다는 이유로 밤일을 해야 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차 거짓말로 둘러대며 살아야 하는 어린 아가씨의 모습이 별나라 이야기로만 여기기엔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다. 다들 그녀를 사랑하는 것처럼 마음을 드러내지만 과연 그들은 아키코의 마음은 제대로 알고나 있는 걸까? 공교롭게도 이 영화에선 그녀만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것 같아보였다.

 

 

 


엔딩 장면에서 터지는 때늦은 분노가 과연 이런 오늘의 사회현상에 대한 작은 항의라면, 노신사가 이틀 동안 아키코에게 보여준 마음 씀씀이라는 건 사랑일까 아닐까 또 남자친구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걸까 아닐까 재즈 선율의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자 혹시 감독이 개인적으로 향수하고 싶은 마음은 설마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사랑에 빠진 것처럼 (2013)

Like Someone in Love 
5.5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출연
타카나시 린, 오쿠노 타다시, 카세 료, 덴덴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일본 | 109 분 | 201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