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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큰 서클 - [리뷰] 어른이 된다는 건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것

효준선생 2013. 10. 16. 07:30

 

 

 

 

 

    한 줄 소감 : 두 가지 사랑을 말하고 있다. 어느 것이 더 소중했는지는 이들 부부만 알 것이다

 

 

 

 

 

녀가 만나 사랑하게 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구나 라는 사실은 부모가 되어 보면 금세 알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로서의 역할이 이내 벽에 부딪치게 되면 그제서야 어른이 되는 거라는 어른들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너무 늦게 알게 된 것이다.

 

 

 


영화 브로큰 서클의 주인공 디디에는 블루그래스라는 음악을 한다. 보기 드문 악기인 밴조는 미국식 기타인데 미국의 컨트리송에 매료된 그가 벨기에에서 아예 그런 스타일의 음악을 한다는 게 낯설지만 매력으로 받아들인 사람이 하나 있다. 타투이스트 엘리제, 본인이 문신을 시술하기도 하지만 자기의 몸을 캔버스 삼아 곳곳에 문신을 새겨놓았다. 그렇게 서로에게 끌린 두 사람은 사랑을 시작한다.

 

 

 


사랑을 느꼈다면 사랑을 하는 데 장애가 있을 리 없다. 두 사람의 부모가 나설 일도 아니고 밴드 멤버들이 찬반을 논할 일도 아니다. 어쩌면 서로가 짧은 만남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마치 엘리제의 몸에 새겨진 문신처럼, 그녀는 자신을 거쳐 간 남자들을 지우기 위해 하나씩 문신을 새겨놓았다고 했다. 이상한 일이다. 과거의 일을 기억하기 조차 싫을텐데 그녀는 오히려 평생 흔적처럼 남을 문신을 새겨 넣다니, 그녀에게 문신은 오히려 망각의 치료제인가.

 

 

 


이 두 사람에게 결혼의 시작이란 첫날 밤 육체적 관계가 아니라 임신을 알린 엘리제의 목소리를 통해서였다. 뜻하지 않게 두 사람을 찾아온 천사,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엄마까지 밴드의 일원이 되고 세 사람은 가장 완벽에 가까운 도형이라는 원을 그리고는 똘똘 뭉쳐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행복을 시샘한 병마가 이 가족을 덮치고 영원할 것 같은 행복은 시련을 맞상대해야 했다.

 

 

 


어느 집이든 환자가 생기면 웃음을 잃어버리게 마련이다. 게다가 병원비를 비롯한 경제적인 문제까지 겹치게 되면 다른 가족들도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게 된다. 특히 금지옥엽으로 키워놓은 딸아이를 보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이란,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아픔이다. 

 

 

 


영화 브로큰 서클은 어린 딸아이의 죽음으로 말미암은 한 가정의 슬픈 역경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마냥 우울함에만 빠뜨려 놓지는 않았다. 밴드에서 일한다는 설정 때문에 수시로 노래를 하는 장면들이 들어가 있다. 개중엔 많이 들어본 노래들도 등장한다. 그럼에도 일견 예상이 가능한 결말을 연상하다 보니 조금씩 슬픔이 배어 나왔고, 결말부 예상치 못한 사건이 중첩되면서 부모로 산다는 건 나이 들어 자연스레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아이를 보내고 부부는 과거를 떠올리며 자책하는 장면이 나온다. 임신초기 술과 담배를 했다며 서로에게 가시돋힌 말을 하고 그럼으로써 서로에게 비수를 꽂는 두 사람, 정족지세의 안정감은 가시고 이제 두 기둥만 남았건만 그 기둥마저 덜그럭거리는 모양새다. 그걸 상쇄라도 하기 위해 둘은 격렬하게 관계를 맺지만 여의치 못하다. 오로지 사랑만을 생각했던 그 옛날의 마음이 사라진 셈이다.

 

 

 


영화의 결말 부는 씁쓸하다 못해 시큼해진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했던 이 영화가 이런 엔딩을 보여줄 지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부모가 되려는 사람들과 혹은 새 생명을 막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권해보고 싶다. 가정을 이룬다는 건 오로지 육욕에서 나오는 쾌락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사실과 낳아 놓으면 알아서 키는 동물과 달리 사람은 수십 년을 품에 안고 살아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들 벨기에 부부의 안쓰러운 삶, 불안한 삶의 궤적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에 흠칫 놀라게 된다. 부부에서 부모 관계로 전이되어 버린 사이에 나이도 들었음을 깨닫게 되고 그저 한때의 쾌락만을 좇던 삶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비로소 느끼게 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브로큰 서클 (2013)

The Broken Circle Breakdown 
10
감독
펠릭스 반 그뢰닝엔
출연
요한 헬덴베르그, 벨 배턴스, 넬 카트리세, 게르트 반 람펠베르그, 닐스 데 카스터
정보
드라마 | 벨기에 | 112 분 | 201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