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 그래도 자신을 도와주는 친구 하나 있다는 것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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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이 왜 이렇게 거칠어졌는지 모르겠다. 치명상을 입힐 흉기만 들지 않았을 뿐 조직 폭력배와 무엇이 다를 걸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짱이 되기 위해 아랫것들을 건사하고 맞짱을 떠서 최고가 되는 걸 가문의 영광쯤을 알고 사는 청춘들. 그래 그냥 청춘 호르몬이 최고조에 이른 시절에 있었던 한바탕 소동극 쯤으로 여기자.
질풍노도의 시절이니 맥랑시대니 해서 10대 중반을 일컫기도 하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점점 사라진다는 건 그만큼 공정하지 않다는 말이다. 일대일이 아닌 다수가 한 명을 린치하고도 이겼다고 할 정도로 강호의 도리가 퇴색되었다는 걸까 바로 영화 네버다이 버터플라이에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이 영화는 어느 고등학교 아이들의 단순한 성장통에 불과하다고 지나칠 일회성 에피소드의 나열은 아니다. 상급학교 진학이나 사회진출을 코앞에 둔 학생이라기보다는 제멋대로 사는 것에 익숙한, 가진 것 있는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규합하고, 그도 저도 아닌 아이들은 똘마니 몇몇을 거느리며 약한 아이를 골라 괴롭히며 즐거워한다.
이 영화는 하늘이라는 다소 유약해 보이는 이름을 가진 한 남학생의 시선을 따라간다. 자신에게 빵 셔틀을 시키는 반 친구를 물리쳐준 전학생의 등장과 중학교 때 친구이자 지금은 이웃학교에 다니는 주먹 좀 쓰는 녀석으로부터 늘 얻어맞고 다니는 그는, 그림을 좀 그린다는 이유로 야한 만화를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성인이 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정도가 지금까지 봐온 하이틴 영화와는 좀 다르다. 교복만 입고 있을 뿐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이성교제에 폭력행사는 다반사다. 아까 싸워서 승부가 났는데도 또 싸우고, 비열하게 다수가 한 명을 린치하고 그래놓고는 자기들끼리 낄낄거린다. 남성 호르몬은 넘쳐나고 그걸 풀만한 장소와 동기 부여가 없다. 운동을 권해보지만 적당하지도 않고 그저 자기보다 좀 약해보이는 상대를 골라 때리거나 속칭 “삥”을 뜯거나 하는 정도다.
하늘이가 박쥐처럼 이 편과 저 편을 오고가는 모습은 약자가 취하곤 하는 가장 현명한 처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매를 피할 수도 없고 그저 그들의 습성에 맞춰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영화를 보면 마치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 같다.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상대를 무참하게 제어하고 간혹 다른 녀석의 구역을 침범하며 상대의 약을 올리며 조금씩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 만약 그런 게 청춘이라면 이 영화는 거칠지만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도 영화지만 눈에 띄는 신인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근래 독립영화에서 신선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일군의 남자 배우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은교의 히로인 김고은도 짧게 등장해 선을 보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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