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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벤다 빌릴리 - [리뷰] 자유로운 영혼, 시대를 연주하다

효준선생 2013. 10. 16. 06:28

 

 

 

 

 

   한 줄 소감 : 거친 화면, 남루한 차림새 하지만 그들의 울림은 심장을 파고든다

 

 

 

 

 

 

프리카 중부에 자리한 콩고 민주공화국(이하 콩고), (콩고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는 전 세계에 두 곳이다. 콩고 민주공화국의 서북방에 있는 콩고 공화국은 별개의 독립국가) 프랑스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을 이루었지만 오랜 내전의 후유증으로 최상위 계층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이 아직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 이들에게 사는 건, 오늘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희망의 부재에서 오는 무기력함이다.

 

 

 


영화 벤다 빌릴리는 바로 이들, 콩코의 거리에서 걸인과 진배없는 생활을 하는 일군의 무리들, 소위 스태프 벤다 빌릴리의 인생 역전기를 담은 통쾌한 승전보다. 이들의 리더격인 리키와 떠오르는 신성이자 외줄 현악기(?)인 사통게 연주자 로제를 주축으로 여럿이 함께 한 이른바 밴드인 그들은 버스킹(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흥이 나면 즉석 공연을 하는 형태)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려가던 차에 프랑스 기자와 프로듀서의 눈에 들게 된다.

 

 

 


사실 영화 초반부의 분위기는 허름하다 못해 험악하기 짝이 없었다. 하룻밤을 누일 박스 하나를 놓고 서로 다투는 장면과 노숙을 일삼다 못해 이 영화를 찍고 있는 외국인의 카메라를 훔치는 것에 아무런 죄의식조차 보이지 않는 10대 초반의 아이의 거친 언사가 놀랍기만 했다.

 

 

 


연꽃이 더러운 호수에서 피어나듯 눈에 보이는 행색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들만의 앨범 제작은 엉뚱하게도 노래 실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집단으로 살던 곳이 화재로 소실되었기에 무산되었고, 그렇게 잊혀질 뻔 했던 그들의 데뷔는 무려 5년이나 걸려 다시 추진되었다.

 

 

 


이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건 하나다. 지도자가 무능한 탓에 대다수 국민들은 거리의 부랑아처럼 살고 있고, 그들은 서로를 도와가며 스스로 자립하는 법을 배운다. 비단 아프리카의 어느 빈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잘 산다고 뻐기는 나라에서도 이런 극빈층에 대한 돌봄과 복지에 대한 무관심으로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경우도 수없이 봐오질 않았는가. 이들의 노래가사엔 자신들의 소회가 여과없이 드러났다.

 

 

 


그렇다고 이 영화와 벤다 빌릴리가 의식화 주장하는 뭐 그런 건 아니다. 이들에게 노랫말이란 뜬금없는 사랑타령이나 후크송에서 남발하는 무의미한 의성어 따위가 아니라 자신들이 겪고 있고, 현재는 무척이나 힘들지만 앞으로는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이들은 5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며 음악인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결코 경제적으로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잠시 누르고 있었던 음악에 대한 욕구가 터져 나오고 많은 음악 애호가들 앞에서 목청껏 노래 부를 수 있는 자유와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그들의 노래는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이들 대부분은 장애인이다. 장애인에 대한 우대정책이 부족한 이곳에서 그들의 생존방법은 더욱 힘들어 보였다. 대개는 소아마비나 구루병으로 다리를 쓸 수 없는 질환을 앓고 있고 그것이 내전의 후유증은 아니라고 말 할 수 없어 보였다. 전쟁의 참상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흉터처럼 그들 나라를 생채기 내놓았고, 그런 도가니 같은 곳에서 사는 그들에게 노래를 부르는 것이란 서방국가에서 쉽게 말하는 자유와는 차원이 다른 것들이다.

 

 

 


이들이 유럽투어에 나서 금발의 서양 음악 팬을 상대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아프리카 토종 흑인들이 몸도 성치 않고 악기도 조잡하기 이를 데 없건만 그들의 음악이 숭고해 보이는 이유는 原生態의 그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비록 고국에선 돈도 안 되는 길거리 공연을 하고 동물원에 있는 침팬지 앞에서 노래 연습을 하는 처지지만 삶에 대한 열정을 소리로 쏟아내는 장면에선 누구라도 울컥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노래들이 정말 구성지다. 작곡을 한 사람은 따로 있겠지만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에서 뽑아낸 名唱들은 전자악기로는 만들어내기 힘든 수준이다. 그들의 혼이 실린 음악을 듣다보니 어느새 엔딩이다. 엔드 크리딧을 감싸고 있는 그들의 음악까지 깨끗이 들어보자. 분명 영혼을 울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벤다 빌릴리! (2013)

Benda Bilili! 
10
감독
르노 바렛, 플로랑 드 라 툴라예
출연
로저 란두, 코코 응감바리, 쿠바인 카베야, 폴린 키아라-메이지, 레온 리카부
정보
다큐멘터리 | 콩고 민주 공화국, 프랑스 | 86 분 | 201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