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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단꽃길 - [리뷰] 굿은 그녀에겐 살기 위한 방편

효준선생 2013. 10. 13. 08:08

 

 

 

 

 

 

   한 줄 소감 : 길은 하나로만 나있고 그 길 위를 걷는 한 여인의 뒷모습 

 

 

 

 

대 소녀에게 신내림의 운명이란 쉽게 받아들여질 일이 아니다. 평범한 삶을 버려야 한다는 말인데 한창 꿈 많을 나이의 그녀에게 무녀의 길로 들게 한다는 건 가족으로서도 힘들 일이다.

 

 

 


영화 비단꽃길은 만신(여자 무당을 일컬음) 김금화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여기서 그녀는 적절한 나레이션과 그녀의 보여주는 굿을 통해 그녀의 인생과 생각들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의 두려움과 외로움, 20대 시절의 불우한 결혼생활, 그리고 무당을 쳐다보는 세상의 왜곡된 시선들. 이런 것들이 겹쳐 그녀의 삶을 무척이나 신산하게 만들었지만 오늘날의 그녀의 이야기는 그렇게 고독해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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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전국 각지, 아니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녀를 “싸부님”으로 모시는 후학들이 있어 든든해 보였고 성병, 인종, 나이 상관없이 그들은 김금화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배우려고 애를 쓴다. 물론 계승자와 전수자들도 매 한가지다. 여러 장면의 굿이 선보이는데 간혹은 다소 엽기적이거나 눈에 익지 않은 장면들도 나온다. 그럼에도 그들의 행위가 미신에 들거나 자기들만 좋아서 즐기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던 건 바로 눈빛이었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러 다닐 때의 모습과 접신을 시도할 때의 눈빛은 확연히 달라보였다. 혹자는 그들을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폄하하지만 설령 그게 꾸민 것들이라고 해도 그걸 행위 하는 그들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바라는 사람들이 모든 소원이 이뤄지고 건강하고 사업 번창하게 해달라는, 다른 종교들에서 말하는 자기 위주의 사랑이나 행복이 아닌 타인의 무사안위를 기원한다는 점이 확실히 달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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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인터뷰이로서 대답을 하면서 새마을 운동과 근대기에 한국에 들어온 타 종교에 대해 서운함 점도 밝혔다. 신념에 의한 종교활동을 그저 새마을 운동이 추구하는 것과 상치한다 하여 마치 마녀사냥을 하듯 몰아내거나 미신이라고 치부해 버린 점. 전통예술임에도 불구하고 서양의 종교들이 들어오면서 타 종교에 대해서는 배척했다는 점등, 무속인으로 살아가는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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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본인이 무속 신앙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녀의 모습을 보고나면 평생을 질곡 속에서 살면서도 결코 자신의 숙명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 은근과 끈기는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건 목사나 스님과는 좀 다른 차원이다. 자기가 원해서도 아니고 공부를 해서 자격증을 따서 시작한 직업도 아니다. 자기수행을 위해 득도를 한 것도 아니라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운명을 그녀는 거부할 수 없이 받아 들인 셈이다.

 

 

 


영화에는 그녀와 계승자들이 한데 있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녀 혼자 있는 시간이란 인터뷰 하는 시간 정도인데 그녀는 언급했다. 늘 긴장해야 하고 늘 자신을 좇는 후학들과 함께 있어야 하니 개인적인 시간도 부족하고, 또 여전히 무속을 미신에 불과하다며 경멸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의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고.

 

 

 

 

세상에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따분하거나 답답하다. 오로지 하나만 존재하고 오로지 내가 믿는 종교만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런 사회에선 김금화처럼 우리가 만날 수 없었던 종교와 예술의 융합에서 나오는 장면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행위가 오랜 연습을 통해 만들어진 퍼포먼스든지, 혹은 정말 신과 만나면서 느끼는 희열의 발로인지는 화면으로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진정성은 바로 그녀의 인생이었다.

 

 

 

 

하와이의 어느 길을 걷고 있는 그녀, 그녀의 이름에서 따온 ‘비단[錦]꽃[花]’이 길을 걷고 있다. 그 길이 끝나면 어린 그녀가 무속인의 길에 들어선 것에 대해 안쓰러운 마음을 놓지 않았다던 그녀의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거라 했다. 무슨 일이든 좋다. 남을 해치는 일이 아니라면 평생을 걸고 한 우물만 파는 그녀의 모습이 설사 본인으로서는 무척이나 고단한 일이었겠지만 우린 그녀를 이 시대의 匠人이라고 불러 마땅하지 않을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비단꽃길 (2013)

9.8
감독
김정욱
출연
김금화, 서갑숙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1 분 | 201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