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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 [리뷰] 괴물 같았던 구원(舊怨)의 끝

효준선생 2013. 10. 11. 07:09

 

 

 

 

 

 

    한 줄 소감 : 아이도, 석태도 결국 기른 정에 대한 이질적 반감이 작용한 것

 

 

 

 

 

17살이나 먹은 소년은 왜 아직도 성장통을 겪고 있고 아버지라고 불러야 하는 남자가 다섯이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의아해하지 않을까 또 자기처럼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기 이를 데 없는 같은 집에서 사는 젊은 아줌마에게 묻지도 않았을까. 소도둑 같이 생긴 다섯 남자들 사이에서 방치되다시피한 채로 조금씩 자라는 소년 화이, 그에게 과거는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는 판도라의 상자였다.

 

 

 


영화 화이, 장준환 감독의 오랫만의 신작이라는 화제성을 가지고 극장에 걸렸다. 그 외에도 무척이나 잔인하다는 이야기, 주제가 너무 무거워 의식조차 할 수 없다는 전언을 뒤로 하고 나름대로의 잣대로 보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쩌면 있을 법한, 舊怨과 惡緣이 혼재한 무리들의 일종의 복수극이라 볼 수 있다. 잔인성이 곳곳에서 드러나지만 표피적으로 볼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당위성도 있어 보였다.

 

 

 


여러 영화에서 보았던 아버지의 이미지를 이 영화에선 각기 따로 떼어서 보여주고 있다. 카리스마 있거나, 다정다감하거나, 교육적이거나 기술적으로 잘 가르쳐 주거나 그것도 아니면 유머러스한 면을 가진,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아버지 상이란 이상에 불과하다고까지 말하지만 누군들 아버지로서 이렇게 하기 싫어하겠는가. 

 

 

 


그런데 이들 다섯 아빠들은 아직은 어린 화이에게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들을 크게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총 쏘기와 드라이빙에 재주가 있는 그를 격려한다. 미성년자에게 총과 차량은 가질 수 없는 메탈이지만 두 가지 상징물은 화이가 소년에서 어른으로 탈변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무기인 셈이다.

 

 

 


이 영화에서 단 한 번 튀는 장면이 발생한다. 바로 화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부분인데 미리 잘 설정해 놓은 재개발과 철거의 문제와 더불어 아픈 사연 속에서 그의 그림자를 심어 놓았고 그는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찌감치 자신을 알아버린 화이와 나머지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 이전까지의 서먹하지만 그래도 가족이라는 사이가 총부리를 들이 밀어야 내가 사는 사생결단의 관계로 돌변하고 만다.

 

 

 


일단 튀어버린 극의 흐름은 정돈될 틈도 없이 마구 달리기 시작하며 이른바 활극액션으로 치장한다. 이 부분에 이르면 마치 중국 사극에서 봐오던 어린 시절 도적들에게 납치된 부잣집 갓난아이가 커서 자신을 알게 되고 거기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 갈등한다는 구조와 흡사하다. 반면 화이는 여전히 자신을 그나마 키워준 “시간”을 완벽하게 배신하지 못하며 서성거리기도 한다. 그 때문에 어쩌면 그는 “아버지” 보다 “어머니”를 선택하기로 했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앞서 말한 바처럼 의붓 아버지들과 한 소년의 관계에 주목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따지고 보면 오히려 아버지들이 아닌 어머니 쪽에 안위를 찾고 있음이 느껴진다.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와 “호랑이 굴”에서 나름대로 키워준 어머니는 화이에게 분명 의미있는 존재였다. 영화에선 친생 부모와 양부모의 역할을 서로 대응적으로 놓고 있다. 두 개의 케이스가 나온다. 화이와 석태 일행 모두는 친생부모, 그리고 양부모에 대한 감정이 있다. 일방에 대한 배신감일 수도 있고, 정상적인 아이들과는 다른 환경에 놓여졌다는 것에 대한 분노같은 것도 있다. 그런 왜곡들이 시간이 흘러 쌓이고 이제서야 폭발한 셈이다.

 

 

 


이 영화는 생각보다 오래 된 사건에서 발발한 舊怨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 왜 다섯 아버지들이 한데 어울려 살고 있으며, 그들은 왜 소년과 이런 관계로 살게 되었는지. 완전 남인데도 부자 관계에서 흔들리고 키워준 은혜에도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아이러니들이 소년에겐 한 번쯤 극복해야 할 어른이 되기 위한 아픔이고 언젠가 자신들의 시대가 마무리 될 것임을 잘 알았던 그들에겐 채 피지 못한 채 시들어 버린 꽃과 같았던 인생이었다.

 

 

 


화훼원이 중요 배경으로 나온다. 일년생 풀들은 금세 지지만 다년생 풀들은 시든 것처럼 보여도 내년 따뜻한 봄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머리를 쳐들고 새싹을 돋을 것이다. 제주도에서 자생한다는 화이목처럼 화이에게 이 시간들은 그냥 헛된 것들은 아닐 것 같다.

 

 

 

 

아빠가 아닌 아버지라 부른 사람이 괴물이 되어야 괴물을 보지 않는다며 괴물 이야기를 꺼내는 걸 보니 어린 시절 몸이 허약해 늘 경기를 일으키던 때가 기억이 났다. 어른들은 아이를 다독이며 키가 크려고 그러는 거라며 안심을 시켜 주었지만 그때의 불안하고 무서웠던 감정들이 다시 새삼 떠오른다. 어른이 된다는 건 역시 쉽지 않은 모양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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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준환
출연
김윤석, 여진구,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정보
액션, 스릴러 | 한국 | 125 분 | 2013-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