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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래비티 - [리뷰] 저 푸른 하늘 너머, 죽도록 살고 싶은 의지

효준선생 2013. 10. 8. 08:03

 

 

 

 

 

 

    한 줄 소감 : 놀랍도록 몽환적이다. 마치 꿈을 꾼 것 같다

 

 

 

 

 

을이 되면서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수식어가 제법이다. 그런데 고개를 들면 보이는 저 파란 하늘 뒤로 숨겨진 비밀 하나가 영상으로 옮겨져 공개된다. 영화 그래비티는 지구에서 600km 떨어진 상공에서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던 여성 박사(산드라 블록 분)와 우주 비행사(조지 클루니 분)가 사고로 인해 불의의 우주 유영을 하면서 겪게 되는 고립감, 폐소감등을 실감나는 영상으로 옮겨 놓았다.

 

 

 


중력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우주 공간은 기계의 도움을 받지 않는 이상 무중력 상태가 된다.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이 수월하지 않고 더욱이 외부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가느다란 끈 하나에 매달려 수리작업을 하는 이들의 모습은 고층 빌딩 청소부나 암벽을 타고 오르는 클라이머와 유사하고 그만큼 위험 요소도 크다.

 

 

 


인공위성은 자국의 우주 과학기술을 뽐내는 척도이자 자긍심이다. 물론 위성을 통한 정보통신의 이용, 타국의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기능을 감안하면 이걸 만들지 않는 나라가 과연 있을까 싶다. 하지만 너도나도 쏘아올린 위성들이 제 몫을 다하고 나서 만일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면 그 뒷수습은 해당국가가 해야 하건만 적지 않은 경우 우주의 떠돌이나 쓰레기가 되어 다른 위성에게 위협적 존재가 되거나 간혹 대기권을 뚫고 추락하기라도 한다면 인간을 위한 이기가 오히려 인명을 살상할 수도 있는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사고도 결국은 쓸모를 잃은 인공위성에서 만들어진 파편들 때문에 발생했다. 그렇게 된 사연들 역시 미국이 보는 관점에 따라 설정된 것이긴 하지만 결국엔 애꿎은 인명을 좌지우지하게 된 모양새다. 이 두 사람이 이탈한 채 우주 상공에서 뒹굴거리며 목적지를 잃은 그 순간에도 우린 파란 하늘 때문에 가을을 느끼고 센티멘탈해진다니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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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가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으며 앞으로 살면서 우주에 가볼 가능성은 제로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최고의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불행했던 가족사를 뒤로 하고 절명의 순간마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스톤 박사와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 그래도 세상은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걸 말한다. 하기사 하늘 저 높은 곳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며 깨달은 이치니 따져 물을 것도 없다.

 

 

 


워낙 그래픽이 우수해서 앞자리에 앉은 관객의 머리만 아니라면 마치 산드라 블록과 끈에 묶여 함께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이 든다. 많아야 두 명이 하나의 샷에 잡힐 정도이니 스토리텔링에 의한 줄거리는 빈약하다. 그러나 그 나머지 부분을 오로지 자연은 위대하다는 만고의 이치로 채워 넣고 살기 위해 발버둥치며 중력 상태의 우주인의 모습을 재현하는 그녀를 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끝으로 향한다.

 

 

 


누구라도 혼자 머물게 되는 순간이 있다. 외롭다거나 쓸쓸하다는 감정 정도가 아니라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절박함,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을 구원하려는 멘토가 하나쯤 있을때 그런 공포심은 저 멀리 쫒아낼 수 있다. 그토록 넓은 우주 공간에 내팽겨 쳐 졌음에도 극심한 폐소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심리, 살 수 있음을 인지한 뒤의 그녀의 억척스러움과 맞물려 깊은 몰입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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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주를 배경으로 재난 영화라 하면 말도 안되는 초인 히어로들이 나타나 곤경에 처한 등장인물들을 가공할 힘으로 구해주면서 아주 얇은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이 영화엔 아무것도 없었다. 중간에 그럴 조짐을 보이는 설정이 있었지만 그 역시 실망스럽지 않게 연출되었다.  

 

 

 


20여분에 가까운 롱 테이크에 등장인물이 달랑 두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지루하지 않았던 것도 언제 쏟아져 내릴지 모르는 위성의 파편과 언제 바닥을 보일지 모를 산소통의 계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간의 본능을 충실하게 따라간 연출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발을 딛고 서있는 이 땅의 소중함이 절실해졌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그래비티 (2013)

Gravity 
8.6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정보
SF, 드라마 | 미국 | 201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