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히어로 - [리뷰] 아버지가 되어 산다는 건...

효준선생 2013. 10. 10. 07:05

 

 

 

 

 

   한 줄 소감 : 아빠는 코스프레로, 아들은 삭발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려고 한다

 

 

 

 

 

군들 완벽한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겠는가 가난한 싱글대디로서 많이 아픈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게 정말 녹록치 않아 보였다. 남자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아 보였다. 밀린 병원비에 변변치 않은 직업에 아이가 어렸을때 집을 나간 전 와이프에, 그에게 박장대소가 인생에 없을 것 같았다.

 

 

 


영화 히어로를 보면서 어린 시절, 여러분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군가요라는 질문에 누군가는 잘 알려진 역사적 인물을, 또 누군가는 그때의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질문이 반복되자 대답도 건성으로 나오게 마련이다. 심지어 유명 연예인의 이름이나 스포츠 스타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시절을 다 둘러봐도 아버지입니다 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은 없던 적은 없었다. 왜 아버지가 존경하는 인물에서 빠지지 않는 걸까?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엄마와는 좀 다르게 인식된다. 제 살을 헐어 세상에 내놓은 엄마와는 달리 아빠는 누군가의 소개로 자신의 존재를 아이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 좀 더 크면 나가서 돈이나 버는 기계로 알고 남성 특유의 무뚝뚝함 때문에 비록 기댈 수 있는 큰 산 정도지, 소소한 고민거리를 나눌 친구같은 존재는 되지 못했다. 늘 자기 곁에 있어줄 것 같은 엄마를 제치고 아버지가 존경받는 이유는 그렇게 한 발 떨어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썬더맨이라는 제목에서 홀연 히어로로 제목을 바꾼 이 영화에서 썬더맨은 여전히 큰 자리를 차지한다. 병석의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이름도 썬더맨이고 아버지와 친구들이 아들을 위해 복장을 갖춰 입고 한바탕 난리를 치는 것도 썬더맨이다. 물론 이 영화엔 썬더맨에 한이 맺힌 인물도 있다. 이렇게 한국적인 영웅의 등장이 한 아이의 정신건강은 물론 육체적인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신기하지만 동화적 판타지에 가까운 이런 설정을 영화는 끝까지 밀어 붙인다.

 

 

 


이른바 구원의 손길이 아이에게서 시작해 어른들 모두에게 동화되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그 사이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좀 더 슬퍼 보이는 것들이다. 어른들은 늘 거짓말만 한다며 불신하는 아이들에게 진짜 영웅의 등장은 바로 아버지의 현신이라는 아주 평범한 사실이 드러나고 이를 모두가 인정하면서 영화는 평범한 진실을 소개한 셈이다.

 

 

 


아이에게 엄마가 아닌 아버지의 존재는 언젠가는 자신도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니 지금 보다 삶에 충실한 아버지, 자기가 믿고 따를 정도로 듬직한 아버지를 아이는 현실엔 존재하지 않는 썬더맨이라는 영웅과 동일시 한 셈이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만화가 아닌 실사 영화 중에서 오랜만에 보는 전체 관람가 영화다. 현실에선 다소 비실거리는 아버지에게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도 한때는 썬더맨이었다며 너스레라도 떨고 아이들은 그걸 속는 척 받아준다면 이 영화를 본 하루는 그래도 아버지로서 체면이 서는 날이 아닐까? 옆 자리 가족 단위로 극장을 찾은 손님을 보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히어로 (2013)

8.3
감독
김봉한
출연
오정세, 박철민, 정윤석, 정하은, 정은표
정보
가족, 드라마 | 한국 | 98 분 | 2013-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