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캡틴 필립스 - [리뷰]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한 줄 소감 : 리더와 보스는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무리를 이끄는 자리에 앉아 있지만 그를 리더라고도 부르고 혹은 보스라고도 부른다. 둘의 차이는 얼추 비슷해 보이지만 희생과 배려 없이 오로지 조직의 목적달성을 위한 지시와 명령만 내리는 경우를 리더쉽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영화 캡틴 필립스는 동아프리카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 의해 피랍된  미국 선적의 화물선 앨라배마호의 선장 리처드 필립스의 실화를 영상으로 옮겼다. 2009년 실제 소말리아 동안에서 발생했던 실화를 기초로 피랍과정과 구출과정 등을 비교적 긴 러닝타임 동안 상당히 핍진하게 그려냈다.

 

 

 

납치와 구출을 그린 수많은 영화들 가운데 이 영화가 돋보이는 점은 이런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선적의 화물선도 수차례 피랍된 바가 있고 인질로 잡혔다가 생사를 넘나들다 풀려난 케이스도 있었기 때문인데, 막상 구출되었다는 소식만 들었지 그들이 당해야 했던 과정을 알 길 없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가장 평균적인 미국인 배우라는 소리를 듣는 톰 행크스는 이 영화 속 앨라배마 호의 선장으로 나오는데, 역시 녹록치 않은 연기력으로 나머지 무명 배우들을 아울러 좋은 영화를 뽑아낸 느낌이다. 특히 그는 장시간을 걸쳐 자신을 인질로 삼은 소말리아 출신 해적들 틈에서 필사의 생존방법을 강구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그가 아니면 상당히 어색했을 법한 설정도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인질극을 벌인 소말리아 해적들이다. 외모로만 보면 영락없는 아프리카 난민처럼 보이며 어디서 저런 배우들을 그러모았는지 무척이나 강단있어 보이는데 이미 미국에 정착한 중동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고 한다. 인질범들은 모두 4명이며 그들 중에서 대장으로 나오는 친구는 톰 행크스에 못지 않는 힘을 과시한다.

 

 

 

흔히 리마신드롬이라고 하는, 그들 중 두 명이 인질에 의해 시나브로 동화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속마음은 미국에 가보고 싶어 하면서도 속내를 채  드러내지 않았고, 캡틴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동요되는 모습을 퀭한 눈빛으로 연기해낸다. 놀라운 건 그가 단 한번도 연기 경험이 없는 말 그대로 일반인이라는 사실이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4명의 인질범들은 각각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엮어내는, 과격하면서도 다소 서툰, 거기에 미 해군과 맞서 싸우면서도 결코 주눅들어하지 않는 모습들은 기성 배우에 못지않았다.

 

 

 

목숨을 건 실화지만 영화적 재미를 위한 장치들도 많았다. 작은 보트에 몸을 싣고 거대한 화물선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들이나 배 안에 숨어서 해적을 피할 때의 스릴, 구명정에 인질로 잡힌 채 처음에 보여주었던 냉철함이 가시고 인간이기에 드러나는 본능에 매달리는 캡틴의 모습 등이 그것이다.

 

 

 

이 영화엔 두 종류의 首長이 나온다. 목적지 까지 안전하게 화물을 운송하는 화물선의 책임자로서의 리더와 배를 노략질하고 인질을 잡아 한 몫 보려는 소말리아 해적 무리들의 보스. 둘 다 윗자리에 하지만 차이는 크다.  포승에 묶인 캡틴을 보면서 지난번 6백만 불이나 뜯어냈다고 자랑하자 그렇게 했는데 왜 또 이런 일을 하면서 사냐고 묻자 당황하는 그들, 어찌보면 그들은 목숨을 담보로 보스를 위해 헌신하는 것뿐이었다. 달콤한 과실은 그저 윗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몫일뿐이다.

 

 

 

마지막 컷에서 캡틴 필립스는 무척이나 지쳐보였다. 그러나 그는 이 사건이 마무리되고 다시 바다로 나갔다고 했다. 천상이 뱃사람인 모양이다. 하지만 소말리아 해상엔 여전히 해적들이 들끓고 지금 이 순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리더들은 목숨을 건 이 위험천만한 수송 작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뱃일을 천직으로 삼는다면 캡틴 필립스에게서 배울 노하우가 적지 않아 보인다. (양진석의 시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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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필립스 (2013)

Captain Phillips 

8.8

감독

폴 그린그래스

출연

톰 행크스, 캐서린 키너

정보

드라마 | 미국 | 134 분 | 201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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