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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원 - [리뷰] 우리가 그녀를 그냥 보낼 수 없는 이유

효준선생 2013. 10. 5. 08:03

 

 

 

 

 

 

   한 줄 소감 : 잘 알려진 이야기, 잊을 뻔한 이야기에 대한 경각

 

 

 

 

 

리 속에 안개가 자욱해졌다. 영화의 뒤끝엔 희망을 부여하고 있지만 그 희망이 실제라면 그렇게 해맑은 웃음만이 가득할 수는 없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미성년자 약취 강간범죄라는 최악의 범죄인에게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비교적 낮은 수준의 형량을 언도한 뒤 스크린 속의 등장인물들처럼 또한 분노한 끝인지 모르겠다.

 

 

 

 


영화 소원은 어느날 8살 소녀에게 닥친 끔찍한 사건으로 소녀를 비롯해 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번지듯 퍼져나가는 후유증과 치유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가 그저 픽션에 불과한 영화같은 영화만이 아니라는 건 이미 실제로 발생했던 모 사건과 닮아서다. 사람들은 저항능력이 없는 초등학교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그것도 짐승이나 할 법한 범죄행위에 치를 떨었고 피해자에 대한 무한한 가여움을 표시했지만 그 뒤 간간히 전해져 오는 소식 말고는 점차 기억에서 잊혀지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인 소녀와 그의 가족들에겐 아마 죽을 때까지 씻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일 테고 영화에서처럼 아직 끝나지 않은 앙금 같은 것이 남아있다고 생각했을 때의 불안감이나 두려움은 다른 사람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범죄에 대한 사적영역에서의 복수나 법정에서의 카타르시스가 없어 다른 여타 영화와는 좀 다르다고 했지만 오히려 그럴 수 없는 것들이 더 현실적이지 않은가 싶다. 소녀의 아빠가 명패를 집어 들어 범인을 내리치려고 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차라리 선혈이 낭자한 채 맞고 쓰러진 범인을 봐야 후련했을까 아니면 판사가 모두의 염원대로 즉시 사형이라도 언도했다면 속이 시원했을까

 

 


 

이미 몸과 마음에 큰 상처가 난 아이로서는 그런 분노의 처리 방법이 어른들 보다 성숙해보였다. 아빠를 말리는 모습과 태어난 동생을 보면서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하는 소녀를 보면서 비록 영화 속 만들어진 캐릭터일 뿐이지만 그녀가 바로 비이성적이고 삐뚤어진 사고를 가진 어른들에게 옳은 길을 인도하러 내려온 천사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 이유로 이 영화를 섣불리 말하기 어렵지만 잠재적 아동 성애자나 술만 먹으면 ‘개’가 되는 자들이 좀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술을 마신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에 심신미약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거리로 감형 따위를 해주는 판사들에겐 만약 자기의 딸이었다고 해도 그런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건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제 아무리 법의 테두리 안에서 죄를 묻고 형을 내린다고 하지만 애초부터 잘못된 법전을 뒤져가며 언도를 해봐야 공분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아이가 제 아버지를 보면서 악몽을 떠올릴 정도로 힘들어하고 그걸 치유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천사의 역할을 대신해주었나. 이 영화엔 범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소녀에겐 백기사였다.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을텐데 하는 마음과 특히 학교 친구들이 비뚤 빼뚤 쓴 손 글씨의 편지로 소원이네 집 문방구 유리창에 덕지덕지 응원 글을 남긴 장면과 여전히 자신의 딸 앞에 나서지 못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코코몽 인형을 통해 간신히 투과될 때 많은 사람들은 안쓰럽고 애틋해 눈물을 훔쳤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전생에 무슨 악연이었길래 그리 만나게 되었을까부터, 나중에 먼 미래 소녀가 안고 살아가야할 이 사회의 편견과 백안시로부터 그녀는 무사할까 하는 다소 오지랖 넓은 걱정까지. 이런 저런 생각 탓에 그렇게 머리가 아팠던 모양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소원 (2013)

8.8
감독
이준익
출연
설경구, 엄지원, 이레, 김해숙, 김상호
정보
드라마 | 한국 | 123 분 | 2013-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