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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니 - [리뷰] 아들은 아버지의 그림자를 밟고 자란다

효준선생 2013. 9. 29. 08:03

 

 

 

 

 

   한 줄 소감 : 아버지의 부재가 주는 허전함이 소년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먹먹하다

 

 

 

 

 

키 영화 허니는 꽤나 심심하다. 하지만 한 소년의 눈으로 본 주변의 이야기는 소년과 아버지의 관계를 일정 수준에서 한 사람의 것으로 볼 정도로 유기적이다. 아버지는 제 살을 떼어내 자식을 만들고 그 자식이 자라 다시 그 다음 세대를 만들듯, 타인이라면 느낄 수 없는 정이라는 게 있다.

 

 

 


아버지 야쿠프와 그의 6살 난 아들 유스푸는 산림 깊숙한 곳에서 살고 있다. 물론 엄마도 같이 살고 있지만 아들에게 아버지는 말 그대로 커다란 의지다. 아버지와만 소통하고 아버지의 지시만 따른다. 학교에서도 유스푸의 독특한 행동은 눈여겨 볼 만하다. 집에서 아버지와는 의사소통도 잘하던 그가 유독 책 읽기에는 서투르다. 아이들은 가슴팍에 “참 잘 했어요” 뱃지를 달지만 그는 늘 더듬거린다는 이유로 칭찬 받지 못한다.

 

 

 


이렇게 심심하기 짝이 없는 일상의 흐름임에도 유스푸는 아버지를 따라 꿀을 따러 갈때가 가장 행복하다. 높은 나뭇가지위에 걸터 앉아 벌집에서 꿀을 채집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세상에서 최고였다. 유스푸도 일을 거든다고 나무 아래에서 벌을 쫒기 위한 연기불을 만들 줄도 안다. 아버지를 통해 자신도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벌이 보이지 않으면서 꿀도 채집하기 어렵게 되자 아버지는 좀 더 깊은 곳으로 간다하고 집을 나서고, 유스푸는 왠지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따라간다고 했다가 엄마랑 집에 있으란 말에 주눅이 든 유스푸, 그의 불안감은 점차 현실처럼 변해가고 결국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한다.

 

 

 


이 영화의 시작부분에서 한 남자가 높은 나무에 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엔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봤는데 바로 결말부분을 미리 설명한 셈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떠난 뒤 대사량이 급격하게 줄었다. 유스푸가 세상의 누구와도 이야기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즈음이 되면 왜 그는 엄마와는 그렇게 거리감을 두나 싶기도 했다. 딱히 엄마가 그를 구박하거나 못살게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 영화에선 부자지간의 정을 해체 당했을 때 어린 소년의 감정을 따라가기 위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친구같은 부자지간이라도 죽음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유스푸가 지금 아버지 나이 때가 되면 인간의 삶과 죽음을 이해할 수 있으련만 어린 소년의 눈에 동네 사람들이 전하는 비보 앞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소년 유스푸는 이제 또 다른 세상과 조우를 해야한다. 그것이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던져지는 것이라도, 인간이란 그렇게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낯선 질감의 이 영화, 그 흔한 배경음악 하나 없음에도 자연이 주는 소리가 그 어떤 인위적인 소음보다 훌륭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허니 (2013)

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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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세미 카플라노글루
출연
보라 알타스, 에르달 베식시오글루, 튤린 오젠, 아이세 알타이, 알레브 유카러
정보
드라마 | 터키, 독일 | 103 분 | 2013-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