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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깡철이 - [리뷰] 엄마 앞에서 부르는 마지막 사모곡

효준선생 2013. 9. 26. 08:04

 

 

 

 

 

   한 줄 소감 : 조폭과 신파가 버무려진 秋色영화, '엄마'가 끼어서 그런 모양이다

 

 

 

 

 

 

건 어느 부산 사나이의 이야기다. 그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건 딱 하나다. 그의 병든 엄마, 설정이지만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다. 심장병, 당뇨, 신부전증 거기다 치매까지. 가만히 서있기 조차 힘들 것 같은 그녀에게 아들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자 보호막이었다. 그녀가 들여다보는 빛  바랜 가족사진 뒤에 어린 아들과 남편, 이제 한 세대가 물러가려는 찰나, 아들은 그 아쉬움 때문에 힘들어한다. 비단 심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병원비와 신장 이식을 위한 몫 돈 수술비까지. 그를 힘들게 하는 마지막 한 가지를 풀어내기 위해 만나서는 안 될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영화 깡철이, 제목에서 보듯 상당히 센 느낌의 그의 이름 두 자 속에서 그의 운명도 어지간히 고되어 보인다. 하지만 엄마만 아니었다면 그의 인생에 크게 변곡점을 찍을 일도 없었을 텐데, 하기사 세상살이가 어디 제 마음 같기만 하겠는가.

 

 

 


이 영화는 깡철이와 엄마의 에피소드, 그리고 부산일대를 주름잡는 어느 폭력 사채업자의 두 가지 이야기가 얼키설키 엮여있다. 장르로만 보면 신파가 들어간 홈드라마와 조폭 액션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두 가지 이야기의 접점에 서울에서 내려온 수지라는 여자와의 멜로가 살포시 얹혀진 구조다.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로 엮이기 시작하지만 적지 않은 시간동안 다소 이질적인 세 가지 이야기가 서로 간격을 두고 똬리를 틀고앉아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봐 달라고 하는 모습이다.

 

 

 


특히 조폭을 낀 사채업자의 이야기가 그러한데 깡철이가 돈과 친구 때문에 이들 조직에서 작업 하나를 해야 하는 과정은 과연 불가피했던 일인가싶다. 부산 부둣가에서 잡역부로 일하던 깡철이가 그 세계에서 오랫동안 밥 먹고 살던 조폭들과 맞짱 뜰 정도의 주먹실력이라는 것도 의아하고 심지어 일본 폭력배까지 혼자 상대를 해야 한다는 건 좀 과잉이란 느낌이다.

 

 

 


이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의 한계 때문인지 깡철이로 하여금 오버페이스를 하게 만들고 관객들은 그가 그저 돈과 친구를 위해 저런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고 있음을 감안하기보다 잘 짜인 촬영구도 속에서 몸을 날리는 한 남자배우의 몸동작과 비주얼에 환호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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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오로지 주인공 깡철이 역할을 맡은 유아인이 해내야 할 몫이다. 상처의 흔적을 얼굴에 그려 넣었지만 여전히 빛을 내는 그의 아우라와 영화 완득이때처럼 주위의 보호와 도움이 필요했던 이미지를 벗고 오히려 누군가를 구해야 하는 히어로의 모습을 하고 있음은 확실히 발전된 모습이다. 독일병정들이 몰고 다니던 오토바이 사이드카를 모는 모습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 같으며, 서울 여자 수지 역시 별 볼일 없는 그의 직업과 상관없이 그의 모습에서 은근한 연모의 정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영화엔 깡철이와 그의 엄마 말고도 다른 세대간의 이야기가 두 개 더 있다. 친구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일본 조폭과 그의 어머니, 모두 처한 입장은 다르지만 부모를 향한, 혹은 자식을 향한 마음은 유사했다. 표현방식만 조금씩 다를 뿐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이 영화는 늘 한 세대 안에서만 맴을 도는 요즘 이야기와는 좀 다른 구성인 셈이다. 특히 칠순 잔치와 수술 장면이 오버랩 되는 장면은 묘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긴 병 앞에서 효자 없다고 하는데 도저히 치료가 안 될 것 같은 엄마의 죽음 앞에서 해본다고 해본 일이 생각지도 못하게 거대한 조직하나를 와해하게 될 줄은 그도 몰랐을 것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거늘 자신의 본 모습을 찾게 된 그가 새로운 보스가 되는 건 아니겠지만 엄마의 안경을 뒤집어 쓴 채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모습에서 올 초 영화 신세계에서 조폭 중간 보스를 연기했던 배우 황정민의 모습이 얼핏 떠올라 피식 웃고 말았다.    

 

 

 

 

부산 올 로케 영화인지라 부산의 이곳저곳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부산영화”와 찐한 관련이 있는 배우 김정태와 김성오, 그리고 깡철이의 친구 종수로 나온 이시언이라는 신인 배우의 안정된 연기가 돋보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깡철이 (2013)

9
감독
안권태
출연
유아인, 김해숙, 김정태, 김성오, 정유미
정보
가족 | 한국 | 108 분 | 2013-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