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3096일 - [리뷰] 8년, 단 한 사람의 사람이었다니

효준선생 2013. 9. 25. 08:04

 

 

 

 

 

  한 줄 소감: 실화였다니 놀랍고,그녀가 살아났다니 다행이다

 

 

 

 

 

 

화 3096일은 1998년 오스트리아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10살 소녀의 납치와 감금이라는 충격적 소재를 다루고 있다. 나타샤 캄푸쉬라는 이 어린 소녀가 등굣길에 한 괴한에게 납치되어 그의 집에서 무려 8년을 감금 상태로 살았다는, 믿을 수 없는 실화가 영화화 되었다.

 

 

 


납치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린 소녀가 받았을 충격이 만만치 않을텐데 그렇게 긴 시간, 그것도 좁디 좁은 지하공간에서 갇히다 시피 살아야 했다니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졸였다. 그런데 이 영화가 생각만큼 잔인하거나 괴한을 향해 분노를 토하고 싶을 만큼 격정적이지 않았던 건 괴한으로 나온 남자의 심리 상태가 정신분석학적으로 다뤄보고 싶을 만큼 독특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는 돈을 갈취하기 위한 유괴범은 아닌 듯 했다. 단 한번도 부모측에 전화를 걸지도 않았고 돈이 필요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소아성애자도 아닌 걸로 보였다. 물론 성관계를 암시하거나 적시하고는 있지만 여성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의 일들이었다. 대신 그는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장애를 가진 공황장애자가 아닌 가 싶기는 했다. 일단 그에게는 할머니가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흔한 친구 한 명 등장하지 않았고 외부와의 왕래도 극히 제한되어 보였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깔끔을 떠는 어머니로부터 성장과정에서 일종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 그 때문에 특히 적령기의 여성이 아닌 어린 여자 아이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그가 입만 벌리면 외치던 ‘복종’이라는 단어도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자신을 감추려는 일종의 면피 행위로 보였다.

 

 

 


어찌되었든 그에게 납치된 소녀는 이른바 기획범죄의 희생양인 셈이다. 그녀가 감금된 지하공간이라는 건 두 세평에 불과했다. 그안에서 모든 일을 해결해야 했는데, 그곳을 자꾸 보다 보니 요즘 원룸과 크게 달라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뭔가가 자꾸 늘어가는 것, 이층구조로 연결된 침대, 책상, 레인지등. 만약 죽을 의도였다면 이런 물건을 마련해 줄 이유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이 영화에는 인질범과 인질 간의 심리적 변화를 의미하는 스톡홀름 증후군과 리마 증후군이 얼핏 드러난다. 하지만 그건 일방적인 것이었다. 한국 민화중에 선녀와 나뭇꾼의 이야기처럼 아이 셋을 낳으면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선녀 옷을 돌려주겠다는 말을 믿은 선녀와 나중엔 그렇게 정붙이고 살았다고 생각했던 나뭇꾼의 헛된 꿈이 이 영화에서도 투영되어 있다.

 

 

 


세상에 강제를 동원한 사랑이나 믿음이 얼마나 될까 간혹 사랑이라는 허울에 속아 상대가 쳐놓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와 이 영화 속 두 남녀의 이야기가 오버랩되었다. 자신의 말에 토를 달거나 지시대로 하지 않을 때 무자비하게 들어오는 폭력과 여성이기에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아픈 기억들이 이 영화에선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어졌다.

 

 

 


둘 중에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살 것이라는 신념이 만약 여주인공의 것이라면, 정상적이지 않았던 자신만의 신념이 깨지고 난 뒤 선택한 남주인공의 행동은 결국 파국적 사랑은 애초 존재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이 영화는 불편한 장면들이 많다. 인질이라는 설정 때문에 여성의 몸이 적나라하게 들어나고 劫姦을 당할 수밖에 없거나 기본적인 욕구마저도 통제당할 때의 분위기는 살벌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도 두 남녀 배우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3096일 (2013)

3096 Days 
7.9
감독
셰리 호만
출연
안토니아 캠벨-휴즈, 투레 린드하르트, 트리네 뒤르홀름, 디어블라 몰로이
정보
드라마 | 독일 | 111 분 | 2013-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