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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 선희 - [리뷰] 사랑, 감정은 공유해도 될까요?

효준선생 2013. 9. 12. 08:04

 

 

 

 

 

   한 줄 소감 : 4인 4색, 어쩌면 이렇게 둔한 게 사랑의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어의 ‘우리’처럼 애매한 쓰임새를 가진 단어도 많지 않다. 영어에 대입해보면 우선 ‘we’로 해석이 되겠지만 한국어에선 그 뿐이 아니다. “우리 집은 부자야”라고 하면 듣는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 “우리 여친은 아주 예뻐” 할 때도 결코 여친을 공유할 리 없다. ‘우리은행’같이 명사처럼 쓰이기도 하고 한글인지라 단독으로 쓰면 동물을 가두는 ‘우리’로 인식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은 경우, “우리 밥 먹으러 가자”처럼 말하는 자와 듣는 자가 모두 포함되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 우리 선희의 경우 그 ‘우리’는 대체 어떤 뜻일까?

 

 

 


연출을 맡은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 선희는 선희라는 여대생을 중심으로 세 명의 남자들이 주고받는 일련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타인의 마음이 비록 말은 하고 있으면서도 솔직하지 않거나, 혹은 오해의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을 수 있는 경우를 이야기 하고 있다.

 

 

 


영화의 중심엔 남자를 잘 조율할 줄 아는 것 같으면서도 그게 아닌 것 같은 여자 선희가 있다. 그녀는 영화를 전공하고 자신의 영화를 만들어 보려는 마음으로 유학을 준비한다. 교수에게 추천서를 써달라고 의뢰하고 교수는 그러자고 한다. 우연히 만난 옛 남자 친구를 만나 맥주 집에서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며칠 후엔 선배를 만나 애매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렇다고 그녀가 부나방처럼 처신을 못하는 걸로 그려지진 않는다. 그의 최근 영화 속 여자들은 설령 남자들의 말에 의해 껍질이 벗겨지곤 하지만 결코 스스로가 옷을 벗지는 않는다. 결국 관객들은 눈으로 보지도 않은 채 갖은 상상을 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면서 네 사람이 즐기는 요상한 정사장면을 떠올리거나 선희의 정조관념을 타박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폭력적인 장면은 단 한군데도 없고, 선정적인 장면이라야 키스씬이 한 번 나올 뿐이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슬아슬하다.

 

 

 


다시 제목으로 쓰인 우리의 의미에 천착해 보면, 이 세 남자는 모두 선희를 각각 자신의 제자 겸 여자, 친구 겸 여자, 후배 겸 여자로 본다. 만약 이 세 사람이 서로 모르는 경우거나 혹은 한 자리에 있지 않다면, 여기서 ‘우리’ 선희는 듣는 사람을 배제하는 경우다. 하지만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모두가 한 자리에 있다면 이 경우 ‘우리’는 과연 무슨 의미인가.

 

 

 


이 영화는 동어반복적 수다의 결정판이지만 결국은 자기가 생각한 바만 우겨대는 남자들의 속성을 블랙 코미디하게 꼬집어내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어 보인다. 거기에 누군가 한 명 더 끼어 넣는다고 어색할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우리 선희는 나만의 선희이자 우리 모두의 선희라는 게 이 영화의 골자다.

 

 

 


선희는 술자리에서 “이제 남자는 끊고 공부하려고요” 라는 말을 한다. 그녀가 끊는다고 끊어질 것 같지도 않다. 그저 도화살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인기좋을 나이의 여성에 대한 숫컷들의 심심한 대시라고 해야 할 지, 현실에서 이런 일을 만나면 참 애매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영화엔 유독 자주 나오는 노래가 한가락 있다. 이 영화에서 로케이션으로 등장한 안국동 아리랑의 주인장이라는 최은진씨가 구성지게 부른 <고향>이라는 노래다. 어찌나 인상적인지 엔딩타이틀에서 반드시 확인하게 된다. 아리랑에서 시켜주는 통닭과 배우들 뒤로 보이는 <천변풍경 1930>의 포스터에 작은 재미와 의미가 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우리 선희 (2013)

Our Sunhi 
8.4
감독
홍상수
출연
정유미, 이선균, 김상중, 정재영, 이민우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88 분 | 2013-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