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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시안 소설 - [리뷰] 그래도 당신의 인복(人福)이 부럽다

효준선생 2013. 9. 10. 08:03

 

 

 

 

 

 

   한 줄 소감 : 신인배우들의 연기력이 출중, 분명 스타의 산실이 될 것이다.

 

 

 

 

 

루에 한 편, 많게는 세 편 정도의 영화 리뷰를 쉽지 않게 쓰고 있다. 하지만 다 써놓고 보면 썩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다. 다른 사람들은 같은 영화를 어찌 보았나 궁금도 해서 어렵사리 찾아보면 가끔은 무릎을 칠 정도로 잘 쓴 글을 발견하곤 한다. 그럴 때 자괴감도 든다.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남의 글과 비교하거나 간혹 픽(pick) 당하여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두둥실 떠 있는 내 글을 보노라면 창피스러워 죽겠다.

 

 

 


글을 써보는 사람은 안다. 말과 달리 글은 지우지 않는 한 영원히 남는다고, 지금은 그래도 글을 쓰고 남기는 공간들이 많다. 원고지에 펜으로 쓰던 시절이나 조금 나아가 타자기로 치며 글을 썼을 땐, 그 원고가 자신의 분신처럼 여겨졌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건 묵직한 원고지의 무게일뿐 내용을 따지다 보면 보는 사람들마다 평가는 천양지차일 것이다.

 

 

 


영화 러시안 소설, 러시아의 여러 소설들처럼 길고 복잡하고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고 하여 이름 붙였다고 한다. 이 영화는 소설 쓰기가 주요한 행위로 나온다. 적지 않은 인물들이 이제 막 글쓰기에 재미가 들린 신효에게 이런 저런 이유로 끌린다. 여자들은 그의 마성적 매력에 한 없이 빠져들고, 정작 신효는 글을 씀에 있어 자신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자책한다.

 

 

 


‘우연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문인들에게 유명 작가가 마련해 준 글 쓸 공간이다.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에 있는 이 곳의 관리는 작가의 아들이 하고 그의 친구 신효는 글을 쓰는 사람과 글을 쓰는 행위에 큰 관심을 보인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일종의 열등감을 느낀 신효지만 유독 스물 살에 문인으로 등단까지 한 여류 작가 경미에겐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그는 그녀에게 말끝마다 “아직 나이도 어린데” 라는 말을 반복한다. 스물 중반인 그가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배제한 건 아니지만 그에겐 그녀보다, 그녀가 쓴 글 보다 좀 더 나은 글을 써내는 욕망이 더 클 뿐이다.

 

 

 


신효에게 또 한 명의 여자가 있다. 그녀는 신효의 재능을 알아보고 지극정성으로 대하지만 신효에겐 그녀의 존재의미가 거의 없어 보인다. 신효가 멘토로 여기는 유명작가를 만나 싫은 소리를 듣고도, 심지어 소설은 보지 않는다는 연상의 카페의 여가수에게 딱지를 맞았다고 해도, 그의 심지는 굳건해 보였다.

 

 

 


글쓰기는 그에게 어떤 미련일까? 설사 다 써낸다고 해서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것도 아니고, 경미의 지적대로 문법이나 맞춤법도 틀리는 그가 써낸 이야기들에 과연 누가 귀라도 기울일까 세상의 수많은 무명작가들에게 대중의 반응은 두려운 일이다. 짧은 단편하나라도 세상에 던져지는 순간 그 작품은 작가의 것이 아닌 독자의 것이다. 그들은 이리저리 재단을 하고 비수같은 촌평을 날려댈 것이다. 호평이 있을 수 있고, 혹은 쓰레기라는 혹평을 받을 수도 있다. 작가들이란 원래 가학(加虐)과 피학(被虐)을 오고가며 산다고 하지만 자학(自虐)에 이르면 정말 큰일난다.

 

 

 


이 영화는 스물일곱 살의 젊은 신효가 큰 사고를 당하고 병상에 누워 있은 지 다시 27년이 지나 다시 눈을 뜨면서 이야기의 틀이 확 바뀐다. 모노톤이던 스크린이 화사한 컬러로 바뀌었고 등장인문들의 복장도 패셔너블하기 그지없다. 늙은 신효 곁에도 여전히 도화 꽃이 만발한다는 것 말고는 변한 게 없어 보이지만 그에게 그런 호사가 가능했던 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 써놓은 소설이 제목이 바뀐 채 나왔고 그게 공전의 히트를 쳤기에 가능한 것이다.

 

 

 


흔치 않은 놀랄만한 설정이지만 영화는 과거의 이야기의 한 자락을 지속시킨 채 누가 신효의 소설책에 생명을 불어 넣었는가를 두고 마치 범인 찾기처럼 돌변한다. 이 영화를 흥미롭게 본 사람들은 바로 이 부분, "그는 누구인가"에 대한 이 영화의 추리일 것이다.

 

 

 


영화는 많은 스탭과 배우들의 협업으로 완성되지만 소설은 대개 1인 창작물로 평가를 받는다. 간혹 윤색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드문 경우다. 그만큼 작가 한 사람의 역량으로 태어나기 마련인 소설을 두고 영화 러시안 소설은 묻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을 진심으로 긍휼히 여겨 윤필을 했다면,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어떤 기분이 들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러시안 소설 (2013)

The Russian Novel 
9.8
감독
신연식
출연
강신효, 경성환, 김인수, 이재혜, 김정석
정보
미스터리, 드라마 | 한국 | 140 분 | 2013-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