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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 [리뷰] 하나가 아니면 불안한 사람에게...

효준선생 2013. 9. 8. 08:30

 

 

 

 

 

 

  한 줄 소감 : 진실은 가린다고 숨겨지지 않는다

 

 

 

 

 

 

큰 어른들이 길을 걷고 있다. 무표정한 얼굴에 앞 사람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우측 보행을 한다. 절대로 앞서가기나 뒤처져서는 안 된다. 팔다리를 흔드는 각도와 횟수도 일치해야 한다. 그들 위에 보이는 모니터에선 홍보영상이 쉴 새 없이 반복된다. 세뇌라도 시킬 모양이다. 줄에서 이탈하는 사람이 나오면 건장한 체구의 제복차림의 남자가 다가와 어디론가 끌고 간다. 아무도 그의 행선지는 모른다. 묻지도 않는다. 익숙한 모습이다. 

 

 

 


19세기 후반 일본에서 급조되어 한반도에 들어온 한자어 같은 냄새가 나는 國格이니 民度니 하는 단어를 들어보면 마치 자기들은 아주 잘하고 있는데 너희들이 말을 안 듣는 탓에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로 들린다. 즉, 남의 탓을 하기 위해 쓰이는 말 같다. 자기와 생각하는 바가 다르면 낙인을 찍어버리고 왕따를 시켜버리는 사회. 이런 말을 늘어놓고 보니 세상에 그런 곳이 어디있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혹은 금방 눈치를 챘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에게 어제 닥친 황당한 일은 이 영화의 제작의도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벌써 3년도 더 된 이 일에 대해 왜 다시 영화 제목으로 사용하면서까지 사회적 관심을 끌려는 것인지, 그리고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조사과정의 이야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솔직히 궁금했다. 아직도 더 해야 할 이야기가 남았는가 싶기도 하고. 지난 전주 국제 영화제때 등장해서 관심을 끌었던 이 영화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완전히 철수한 일이 발생한 것은 개봉한 뒤 이틀이 지난 뒤였다. 그나마 한 군데에서 몇 개 상영관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이 영화가 자칭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수준의 너무도 어색한 변명과 함께 철수를 해버린 이 사건이 천안함 사건과 참 많이도 닮았다는 느낌이었다.

 

 

 


막상 보고 나니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내용의 파괴력은 그리 크지 않다.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루어진, 권력이 좋아할 만한 내용과는 괴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반대 입장에서의 새로운 이야기가 폭로수준으로 나온 것도 아니었다. 익히 알고 있었던 것들이고, 그것들이 인터뷰이와 법정 재연이라는 방식으로 잘 알지 못했던 관객들에게 소개된 정도로 보면 된다. 그런데 왜 이 영화에 대해 일부 세력들은 상영자체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는 것인지, 아니 그 사실 자체가 맞는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검은 힘은 잘 들어나지 않는다. 한 사람 같기도 하고 몇몇이 고도의 전략으로 짜놓은 카르텔 같은 것이기도 하다. 천안함이 무엇에 의해 그토록 많은 인명피해를 냈는지 마치 만천하에 드러난 것처럼 말하는 사람에게 이 영화는 어떤 느낌을 줄까 직접 보지도 않은 채 누군가가 보지 말라고 한다고 해서 극장 문턱에는 가보지 않고 오히려 이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위해를 가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는 걸까?

 

 

 


궁금해서 질문을 하면 그런 건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어른들의 찍어눌러버림에 익숙한 세대이건만, 그래도 질문은 소통의 첫 걸음이라는 걸 사회구성원이 당연하게 인지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상영관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남아있던 독립/ 예술 영화 전용 극장이 만원사례를 이루는 장면을 보고 느꺼워졌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천안함 프로젝트 (2013)

Project Cheonan Ship 
6.8
감독
백승우
출연
강신일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75 분 | 2013-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