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낭만파 남편의 편지 - [리뷰] 댁네 부부생활은 원만하신지요?

효준선생 2013. 9. 6. 08:03

 

 

 

 

 

   한 줄 소감 : 9년이나 같이 살았음에도 상대의 필치조차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혼 9년차 부부, 3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나이의 두 사람, 7살 딸아이를 두고 있고 크지 않은 평수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부지런히 살아왔다고 생각한 그들에게 어느 날 문득 홍역처럼 찾아온 권태라는 병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 남편은 출근 준비를 하고 아내는 간단한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가 차려준 밥상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힘겨운 목소리로 한마디 던지고 집을 나선다. “다녀올게” 이 부부를 엄습한 권태에 대해 영화 낭만파 남편의 편지는 정말 독특한 양식으로 정말 그렇게 하면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될까 싶은 해답을 던지고 있다.

 

 

 


부부의 연을 맺고 그리 오래도록 살았지만 문득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던 모양이다. 남편과 아내의 삶은 평범하지만 매우 반복적이다. 경기도 부천에서 서울 강남으로 출근하는 남편의 일상은 오히려 번잡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무의미한 타인과의 부딪힘 말고는 그에게 가치 있어 보이는 일은 없다. 아내의 일상은 무료함이다. 아이마저 유치원에 간 뒤, 덩그러니 혼자 남아 집안일을 하고 나면 그녀에게 벗이 될 만한 건 거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제 2의 결혼 생활을 해볼 생각이 없냐는 제안이 적힌 편지를 받고 그녀는 일순 마음이 들썩인다. 마치 홍조가 일어난 듯 얼굴은 붉어진다. 도대체 누가 이런 편지를 보낸 것일까 아무리 떠올려 봐도 도무지 알아낼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이런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걸로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솔직하게 심장이 두 배는 빨라지는 것 같다. 그리고 이어지는 편지의 세례, 다섯 통의 편지는 그렇게 그녀를 무료함에서 벗어나게 했고, 드디어 만나자는 전갈이 왔다. 나갈까 말까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소설 하얀 전쟁으로 낙양의 지가를 올린 바 있던 안정효 작가의 원작을 기반으로 영화 속 모든 배경을 대학로의 소극장 안에서 해결해 낸 이른바 소설+연극+영화의 콜라보레이션 결과물이다. 그렇다고 하나의 장르에 치우치지도 않았다. 연극적 요소가 강해보이긴 해도 그렇다고 영화적 기법을 포기하지 않았다. 극단적인 줌인, 확대촬영, 연극에서는 도저히 구현할 수 없는 영화적 장치들이 많이 들어가 있고, 한정된 연극 무대를 여러 차례 바꿔가면서 제한적인 공간이 주는 답답함을 없애려 애를 썼다.

 

 

 


특히 주인공 부부의 집이 가장 주요한 공간이다. 13평 정도의 전용면적의 아파트에서 3명이 살고 있다는 설정이지만 연극에서는 쉽게 시도하지 못할 다양한 소품들이 설치되어 있고 배우들의 동선도 좋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런 보이는 장치 말고 듣는 방식에서도 독특한 시도를 한다. 배우들의 주고 받는 대사가 주가 아닌 나레이션을 활용하며 마치 책 한권을 듣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 뿐 아니다. 전체적인 톤을 흑백에 가까운 무채색을 활용함으로써 영화 전체적인 주제와 어울리게 했고, 간혹 연극을 보는 것인지, 혹은 영화를 보는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주었다.


무엇보다 부부가 한 두 번은 겪게 된다는 권태에 대한 이야기는 이 영화가 해결하고 싶어 했던 주제다. 그런데 아내에게 보내진 편지가 그녀의 네 번째 남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세 번째 남자에 의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 남자가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남편이라는 사실에 이르면 권태 극복의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피력하는 셈이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결론부에 이르면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남편, 그리고 누군지 모른 채 자신을 흠모하는 어느 남자일거라는 착각을 하는 아내가 과연 만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만약 이 두 사람이 약속장소에 나갔다고 한다면, 설사 아내가 다시 이런 편지를 보내지 말라는 말을 하러 나왔다고 할지언정, 이들의 부부로서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부부는 사랑으로 3년, 그리고 나머지는 정으로 마지못해 산다는 어느 통계를 보더라도, 평생친구는 될지 몰라도 평생 연인으로 살기는 힘들지 모르겠다는 지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 그 누구랑 싸워도 100% 자기편을 들어 줄 친구 하나 있다면, 인생 살면서 결혼을 하고 남편, 혹은 아내가 있다는 게 손해 볼 일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무대를 제공한 정재진 배우는 이 영화 연출을 맡은 최위안 감독과 전작 등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번 영화에선 카메오로 등장한다. 적은 예산과 스타 캐스팅은 아니지만 기존에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정말 독특한 기획과 구성을 갖고 있고, 현재 이런 저런 문제로 갈등 중인 부부에게 권하는 한 편의 인생 레서피라고 보면 되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낭만파 남편의 편지 (2013)

Love in 42.9 
10
감독
최위안
출연
김재만, 신소현, 윤인영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97 분 | 2013-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