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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 - [리뷰] 파도만 보고 바람은 보지 못했네

효준선생 2013. 9. 3. 00:02

 

 

 

 

 

     한 줄 소감 : 운명, 미리 안다고 마냥 좋을 것도 아니다.

 

 

 

 

 

 

굴은 그 사람의 마음이 드러나는 가장 상징적인 부위다. 인간의 喜怒哀樂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숨기기 어려운 이유는 몸은 가리고 다닐지언정 얼굴을 가리고 다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요즘엔 눈을 가리는 선글라스라도 끼면 될 테지만 조선 초기엔 그럴 수도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자신의 얼굴을 슬쩍 훔쳐보고 그 마음속을 헤아릴 수 있다면 상당한 두려움이 아니 들 수 없다. 마치 거짓말 탐지기에 의해 들통 날 것 같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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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의 미래가 궁금하거나 현재의 일이 너무 안 풀리면 점집을 가서 자신의 명운을 알아봐달라고도 한다. 자신의 운수를 타인에게 맡긴다는 것 자체가 너무 의타적이지만 “인간의 본능이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설사 나쁜 운명이라는 말을 듣는다 해도, 자꾸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자신의 운명은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는 걸까

 

 

 


영화 관상은 겉으로는 역적의 집안이라 하여 시골 촌구석에 처박혀 붓이나 만드는 관상쟁이의 서울 상경기와 단종과 수양대군의 치열한 왕권다툼을 묶어놓은 대하사극으로 보이지만 넓게 보면 미리 알고 있는 운명이라는 게 과연 개인의 노력으로 인해 바뀔 수 있을까 하는 원초적 질문에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한 사극이라는 장르로 답을 하고 있다.

 

 

 


우선 이 영화는 상당히 긴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특히 관상쟁이가 서울로 올라오게 된 계기와 올라온 뒤 코미디가 섞인 에피소드로 한 시간을 채운 뒤 본격적으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왕의 삼촌인 수양대군의 등장 이후의 헤게모니 쟁탈전까지. 두 가지의 이야기는 이합집산을 거듭한 끝에 실제 존재했던 역사 속 인물들의 등장과 개입을 거치며 상식으로 돌아간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폭을 넓히는데 한계가 있었다. 나중에 세조가 될 수양대군과 삼촌의 형형한 눈빛에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했던 단종의 운명, 그리고 조선 초기 나라의 기틀을 다지는데 공헌을 한 김종서와의 대립등, 이미 역사서에 충분히 기록된 부분을 언급함에 있어 함부로 살을 붙이거나 사실을 뒤집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딱딱해 보이는 사실부분에 가공의 인물들을 몇몇 추가해서 그들의 캐릭터엔 가급적 많은 유머적 요소를 추가해 넣었다. 관상쟁이 김내경과 그의 아들, 그리고 처남, 여성미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기생집 여인까지 그들은 수양대군의 본격적 등장까지 무려 1시간을 개그코드로 영화적 재미부분을 책임졌다. 

 

 

 


사람의 운명을 다룬 소재이니만큼 모두의 운명에 관심들이 많겠지만 결국엔 수양대군의 운명에 포커스가 놓인다. 뒤로 갈수록 수양대군의 “世祖化”에 많은 사람들이 구심력처럼 모여들게 되고 여기에 맞서 失機的 대응을 하는 노회한 김종서와의 대립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하여금 다 알고 보는 미래의 운명이 된 셈이다.

 

 

 


이런 태생적 약점을 잘 커버하려면 캐릭터들이 살아야 했는데, 그 중에서도 처남의 캐릭터(조정석 분)가 좋은 편이다. 천성적으로 밝은 성격에 사람들을 잘 따르고 인간적인 본성이 착하다. 그런 이유로 나중에 커다란 음모에 휘말리게 되며 고통스러워하는 이른바 키맨으로서 캐릭터를 잘 살린다.

 

 

 


이미 지난 역사는 과거가 된다. 그 과거 안에서 다시 스토리 텔링을 만들어내고, 혹시라는 추정이 그럴듯한 이야기가 될 때 사람들은 환호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부분에 대한 호기심 충족이라는 차원에서, 그렇다면 이 영화는 그런 충족을 잘 시켜주고 있는 걸까? 왕이 되고픈 자와 왕이 될 것이라는 걸 미리 알았지만 운명을 뒤집고 싶었던 자 사이의 치열한 공방전은 상당한 묘미를 준다. 알고는 있지만 그 빈틈을 채울 무엇인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인생의 평지풍파를 겪고 다시 돌아온 관상쟁이 내경은 바다를 보며 이런 말을 한다. 파도만 보고 바람은 보지 못했네, 파도를 만드는 건 결국 바람이건만. 좋은 말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관상 (2013)

The Face Reader 
9.4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정보
시대극 | 한국 | 142 분 | 2013-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