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뫼비우스 - [리뷰] 거세 컴플렉스와 남근선망에 대하여

효준선생 2013. 9. 4. 08:03

 

 

 

 

 

 

    한 줄 소감 : 심리학 개론 19번째 챕터를 보았다

 

 

 

* 주의 : 다량의 성인만을 대상으로 한 단어선택이 있습니다. 이 리뷰는 미성년자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화를 만들었다하면 영화제 수상 소식 아니면, 영화 내용이 제한상영가에 준하다며 모진 이슈를 만들어낸 김기덕 감독의 열아홉 번째 영화 뫼비우스가 두 가지 측면에서 관객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번에도 베니스 영화제에 비경쟁부문에 공식초대를 받았다는 사실과 영등위와의 갈등으로 하마터면 한국에선 구경조차 하지 못할 뻔 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건 당연하고 알음알음 외부로 공개된 내용을 짜 맞추며 나름대로 추측을 해보지만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 영화가 드디어 공개되었다.


남편의 외도에 아내는 칼을 들어 남성의 상징인 남근을 자르려 했고 미수에 그치자 이번엔 자고 있는 아들의 그것을 싹둑 잘라버렸다. 아내는 집을 나가고 남겨진 아버지와 아들은 황망하게 빈자리를 채워보려고 한다. 그러나 없어진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한 노력은 세상의 눈에 의해 수포로 돌아간다.

 

 

 


영화 뫼비우스는 성욕만큼 성기에 집착을 한다. 물론 여성의 그것이 아닌 남성의 성기다. 일부 성인영화에서도 남성의 성기는 금기다. 당연히 이 영화에서도 성기가 드러나지는 않는다. 잘려진 성기가 형체가 불분명한 상태로 돌아다니긴 하지만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의 남성 성기에 대한 집착은 성기가 주는 남성성에 달려있다. 설사 성생활을 하지 않아도 성기의 존재는 바로 그 남자의 사는 이유라고까지 말하며, 중국 역사가 사마천이 사기를 완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기부여도 궁형(宮刑)로 소실된 남근때문이라고 까지 하지 않던가

 

 

 


더불어 남성 성기에 대한 집착은 1인 2역으로 나오는 여자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남편의 외도에 대한 분노를 성기 절단으로 앙갚음하겠다는 의도와 나중에 아버지의 성기를 아들에게 이식했다는 사실을 알고 갑자기 돌변하는 엄마의 행동도 남근선망의 비뚤어진 양상이다. 

 

 

 


자신을 윤간한 남성들에게 복수하는 방법으로 역시 성기절단을 선택한 구멍가게집 여자의 행동이나 성기가 잘린 뒤 놀랄만한 대체 방법으로 성욕을 느끼고자 하는 남자들의 엽기행각들 역시 성기 부재로 오는 심리적 병인(病因)으로 보인다.

 

 

 


이렇게 성기에 집착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80여분을 채운 영화 뫼비우스가 그럼 결정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가족의 해체와 결합? 남근을 가진 종족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사회의 통념에 대한 일갈? 그것도 아니면 남성성의 결핍이 심화되면서 야기되는 無性性의 사회분위기?

 

 

 

 

이 영화는 화면상으로는 여성의 상반신 노출 정도가 가장 야한 장면이라면 그 과정에 이르기 까지 캐릭터들의 관계와 설정이 상당히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보기 전부터 걱정의 눈초리를 보냈던 근친에 대한 묘사는 직접적이라기보다 몽환적이다. 꿈을 만들어 꾸는 경우는 없다. 무의식 속에서 보이는 것들에 대한 필터링이라고 보면 그만이다.

 

 

 

 

김기덕 감독이 아쉬워 했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더 큰 논란거리가 될 부분은 따로 있는데 본인들의 개인적 가치관만 놓고 화면의 그것들이 직접적인지, 아니면 비유적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영화도 이른바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예술을 의미하는 아르 브뤼(Art Brut) 사조에 있다. 일견 거칠고, 야수적이고 격리되어 존재해야 할 것 같은, 그러면서도 대중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컨텐츠들. 김기덕 감독 작품들의 연속적인 이런 작업들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반복되고 있다. 그에게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를 요구하느니, 차라리 우리의 윤리적 사고의 테두리안에서는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영상으로 옮겨달라고 읍소하는 편이 옳지 않을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뫼비우스 (2013)

6.3
감독
김기덕
출연
조재현, 서영주, 이은우
정보
드라마 | 한국 | 88 분 | 2013-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