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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넘버스 스테이션 - [리뷰] 토사구팽앞에서도 음모론은 빛을 낸다

효준선생 2013. 9. 2. 12:00

 

 

 

 

 

  한 줄 소감 : 밀실 스릴러로서 작용한다.   

 

 

 

 

 

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수하게 다뤄져 왔다. 그들의 삶 자체가 비밀스럽기 짝이 없기 때문에 세간에선 그들을 둘러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가공되고 확대 재생산되는데 묘한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검은 양복에 큰 덩치에 친구 하나 없을 것 같은 사회 부적응자 같은 모습. 영화 넘버스 스테이션을 보면 그 주인공이 딱 그 모양새다.

 

 


중년 정도의 나이, 작전에 투입되어 인간 병기처럼 타켓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치운다. 그런데 이 남자 손에 들고 있는 걸 보니 난수표다. 지령을 받는 과정이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숫자로 된 암호를 풀어서 움직인다. 외부인들은 결코 알지 못했던 그들만의 일처리 방식이다.


외과 의사 이상으로 냉혈한이어야 가능한 그들의 생활에 불현듯 인간에 대한 자비심이 파고 들면 그는 은퇴할 때가 되었다는 반증이다. 주인공 에머슨은 현장에서 깔끔하게 일처리를 하지 않았다며 상부로부터의 견책을 받고는 이른바 좌천을 당한다. 미국에서 영국 어느 시골마을에 있는 넘버스 스테이션으로의 이동.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가 그곳에서 해야 하는 일은 바로 이 숫자 암호를 중계하는 한 여인을 보호하는 일이다.

 

 


이 영화의 대부분의 시간은 이 공간에서 벌어진다. 답답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밀폐 공간, 외부에서 보면 비행기 격납고처럼 보이는 이 곳에서 2인 1조로 교대 근무를 하고, 한 사람은 숫자로 내려오는 암호를 분석하고 이를 거쳐 다시 전세계에서 암약하고 있는 정보요원에게 숫자로 지시를 내리는 업무다. 웃기는 건, 이 중계를 하는 여자가 숫자 암호에는 엄청난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지령 자체엔 몰라야 하는 숙명이라는 점이다.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난수표라고 통칭되는 숫자 암호는 이른바 赤國의 간첩들이나 하는 걸로 알았는데 미국과 영국의 정보요원들 역시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한다는 것과, 그 시설의 모양새가 너무나도 독특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들이 마치 수도승과 같이 무료한 업무를 하는 도중에 그들을 노리는 무리들과 마주치게 된다.

 

 


적막강산이던 넘버스 스테이션은 졸지에 살해 현장으로 돌변하고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진다. 도대체 그들을 노리는 자들은 누구이며, 남겨진 마지막 지령의 내용은 무엇일까? 그리고 에머슨은 왜 갑자기 냉혈 킬러에서 인도주의자로 표변했는지, 길지 않은 러닝타임은 두서 없이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영화는 마치 밀실공포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이들을 노리는 것 같지도 않고 흔히 다루어진 조직의 배신이나 폭력적 방식의 복수 이런 차원도 아니다. 대신 그 동안 기계처럼 살아왔던 한 남자의 변심, 그리고 그게 죽이는 게 아니라 살리는 방식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게 되었다는 일종의 자기 만족. 그런걸 보여준다.

 

 


독특한 소재의 영화였지만 남녀 주인공 두 사람에만 의존한 롤플레이와 녹음된 목소리만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는 등 후반으로 갈수록 풀어지는 긴장감 때문에 그다지 몰입해서 보기는 쉽지 않았다. 존 쿠삭이 오랜만에 원톱으로 등장했지만 민활하지 못한 액션이 그를 무디게 보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넘버스 스테이션

The Numbers Station 
6.2
감독
카스페르 바르포에드
출연
존 쿠색, 말린 애커맨, 리암 커닝엄, 루시 그리피스, 리차드 브레이크
정보
액션, 스릴러 | 미국, 영국 | 89 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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